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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래서 창의성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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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16.09.22 16:59:27

▲지난 5일 서울 행당동 한양대학교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2016 잡 디스커버리 페스티벌'(Job Discovery Festival)에서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취업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기업의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가 한창이다. 대부분 9월 안에 원서 접수를 끝내고, 10월 중 면접을 비롯한 추가 전형을 거쳐 11월에 합격자를 발표한다. 서류 접수가 마무리 되는 현시점에서, 취업준비생들은 추석 연휴도 반납한 채 다음 단계를 준비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서류 전형을 통과하면 기업들이 실시하는 각종 직무적성검사, 인적성검사에서 지원 회사와 직무에 적합한 인재임을 증명해야 한다. 이 과정을 무사통과해야 면접장에 들어설 자격을 얻는다. 취업으로 가는 대장정에서 본게임은 시작도 안 한 셈이다.
 
기업들은 본격적인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에 앞서 전형일정을 공개했다. 서류전형-직무·인적성검사-면접 등으로 이어지는 큰 틀에는 변함이 없었다. CJ그룹·현대차그룹 등이 실시하고 있는 블라인드 심사, 즉 ‘탈스펙 채용’ 분위기는 이번에도 계속됐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류전형 이후의 절차는 각양각색이어서 연구가 필요할 지경이다. 기업들은 채용절차의 차별화를 두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고, 지원자들은 자주 바뀌는 입사 제도에 혼란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준생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는 각종 ‘썰’이 난무한다. ‘아는 사람이 A기업에 다니는데 새로 도입된 이 테스트에서는 이렇게 해야 정답이다’ 등 이른바 ‘지피셜(지인+official의 합성어)’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넘치는 정보 속에 어느 것을 취하고 버려야할지 취준생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표준화된 시험으로만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함께 일할 사람을 정답과 오답으로만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아쉬운 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 입사지원자들이 최소한의 준비는 할 수 있도록 약간의 친절함을 발휘하면 어떨 까 하는 점이다. 면접장에서 지원자들을 당황케 하는 미션을 던져 순발력을 알아보겠다는 그런 심보는 너무나 가혹하다.


삼성의 경우 지난 공채부터 면접 전형을 세 가지로 세분화해 실시하고 있다. 인성면접, PT면접, 창의성 면접이다. 이 중 창의성 면접은 지원자의 열린 사고를 파악하기 위해 삼성이 지난해 공채부터 도입했다. 창의적인 생각으로 회사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인재를 찾겠다는 의도는 충분히 알겠다. 하지만 ‘창의성’이라는 실체가 없는 단어에 취준생들은 나에게도 혹시 있을지 모를 창의성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삼성의 창의성 면접은 이렇다. 지원자는 면접 직전 주제를 받고 약 40분간 문제를 푼다. 컴퓨터에 입력한 답을 바탕으로 면접관과 토론을 한다. ‘교통사고를 줄이는 방안’같은 평범한 주제에 대해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전개를 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내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면접관이 무릎을 탁 칠만한 답을 내놓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창의성 면접에 대해 “전공과 상식을 바탕으로 해당 사안을 색다른 시각에서, 그리고 실현 가능한 범위에서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지를 평가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따로 준비할 것은 없다고 했다. 창의성이 준비한다고 길러질리 만무하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하반기 공채를 준비하고 있다는 후배를 소개받았다. 경제부에서 일하는 기자에게 남들은 모르는 정보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자리를 만든 듯 보였다. 나 역시 취업준비생 시절을 겪었기에 아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알려주려 애썼다. 실례인줄 알면서도 서류 통과 기준은 충족하는지 알기 위해 학점, 영어점수와 같은 소위 ‘스펙’을 따져 물었고, 화려하다 못해 눈부신 스펙에 혀를 내둘렀다. 이 정도 스펙은 요즘 취준생들에겐 기본이라는 말에 나의 20대를 반성하게 됐다. 대화를 이어가다보니 이 스펙을 쌓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대학생활을 해야 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그는 지원한 회사 이름을 나열하며 자신이 조사한 정보와 준비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마치 면접관에 앞에 선 지원자처럼 진중했다. 그의 태도와 노력에 당장이라도 ‘합격’이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였다.


대화 말미에 그는 창의성 면접을 언급하며 나에게 조언을 구했다. 도대체 창의성 면접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막막해 했다. 나 역시 창의적인 인간은 아니어서 뉴스나 신문을 꼭 챙겨보라는 뻔한 말을 조언이랍시고 늘어놨다. 총기로 가득한 그의 눈에 실망감이 드리워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가까운 서점에 가서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다운 생각이지만, 창의성을 갑자기 키워줄 수 있는 ‘학습서’는 없을 거란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가뜩이나 좁아진 취업 문턱을 넘으려 오늘도 애쓰는 수많은 청춘들을 대신해 묻고 싶어졌다. “그래서 창의성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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