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가 500만 시대를 맞이하면서 혼밥족(혼자 밥먹는 사람들), 포미족(나를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이같은 추세를 반영해 신소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CNB=김유림 기자)
1인 가구 500만…유통업계 큰 변화
소규모·박리다매 마케팅 갈수록 치열
전통적인 주소비층 붕괴, 우려 목소리도
혼밥, 혼술(혼자 술 먹는 사람) 등은 ‘나홀로’ 즐기는 문화가 보편화 되면서 등장한 신조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520만3000가구로 전체(1911만1000가구)의 27.2%를 차지, 2010년 23.9%보다 3.3%포인트 증가했다. 100집 당 27집이 ‘나혼자 가구’라는 얘기다.
1인 가구는 2인 가구(499만4000가구·26.1%), 3인 가구(410만1000가구·21.5%), 4인 가구(358만9000가구·18.8%)를 제치고 가장 흔한 가구가 됐으며, 오는 2025년에는 685만 가구를 돌파해 1인 가구의 비중은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이제는 ‘1인 가구’로 가족 구성이 변하면서, 소비 패턴까지 바뀌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는 이번 추석 연휴를 맞아 홀로 보내는 1인 가구를 잡기 위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추석 음식을 담은 도시락 판매에 나섰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추석과 설 명절 연휴 3일을 기준으로 전년 대비 도시락 매출이 2013년 18.4%, 2014년 24.3%, 지난해 45%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GS25 역시 지난 2월 설 연휴 3일 동안 도시락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8%나 폭증했다. 명절에 고향을 찾지 않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편의점이 일종의 식당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CU는 올해 추석을 맞이해 호박전, 동그랑땡, 튀김, 각종 나물 등으로 구성된 궁중너비아니구이 도시락, 풍성한 전 도시락 등 명절 도시락을 판매한다. 맛살과 햄, 야채에 계란 옷을 입혀 구운 오미산적을 통째로 올린 막대기 형태의 추석용 주먹밥도 판매한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추석 연휴 시즌인 9일부터 18일까지 전국 점포에서 ‘명절 도시락’을 판매한다. 도시락에는 전, 떡갈비, 나물, 불고기, 잡채 등이 담겨있다.
롯데계열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9월 한 달 동안 총16종에 이르는 도시락 전 상품을 10% 할인 판매하고 있다. ‘한가위 도시락’에는 전, 불고기, 떡갈비, 나물 등 고향집에서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명절 음식들이 들어있다.
대형마트와 식품업계는 명절 음식을 간단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가정 간편식’ 경쟁이 치열하다.
가정 간편식은 1~2인분씩 소포장 돼 있으며, 실온에서 1~2시간 자연 해동만 해서 바로 먹거나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혼밥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명절 음식 간편식 수요 역시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이마트에 따르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최근 2주간 PB브랜드 피코크의 전류와 송편 매출이 지난해 추석 전 대비 각각 69%와 87% 증가했으며, 식혜·수정과 매출은 71% 급증했다. 올 추석 피코크는 송편, 식혜, 수정과, 전류, 고깃국, 잡채 등 다양한 명절 음식을 팔고 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역시 명절 음식을 손쉽게 준비해서 먹을 수 있는 나물 및 전류 등 다양한 추석 간편식을 마련했다. CJ제일제당은 명절음식으로 구성된 간편식 ‘비비고 한식반찬’을, 동원그룹에서 운영하는 더반찬은 수제모듬전, 소갈비찜, 명절나물 패키지 등을 추석 명절 한정 메뉴로 판매 중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명절에 귀향 하지 않은 1인 가구가 많은데 반해 연휴에 문을 연 식당들은 거의 없어, 편의점 도시락과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차례상 역시 4인 기준으로 간단하게 차리는 경우가 많아, 일일이 재료를 구입하기 보다는 간편 가정식을 이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혼밥족에 김영란법까지…소(小)포장이 대세
그동안 고가의 프리미엄 위주로 명절 선물 세트를 준비했던 백화점 업계는 소포장 실속 선물 세트를 내놓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1인 가구를 위해 특대 사이즈 조기 3마리만 넣은 선물세트를 올해 처음 내놓았다. 기존의 굴비 세트는 10~20마리가 한 세트로 구성돼 있었다. 이밖에 한우의 부위와 용량, 등급, 과일의 종류와 개수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미니포장 선물세트도 판매한다.
롯데백화점 역시 실속형 선물세트에 관심이 커지는 트렌드를 반영해 10만원 이하 제품의 물량을 지난해보다 25%, 5만원 이하 제품은 30% 이상 늘렸다. 특히 한우는 10만원 대 실속 선물 세트를 3만개 이상 준비했다.
현대백화점은 추석선물 실속 세트를 지난해 대비 20% 확대시켰으며, 한화갤러리아백화점은 5만원 미만의 ‘갤러리아 특화세트’ 종류를 지난해보다 47개 늘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반드시 양 많고 값비싼 선물세트를 주고받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김영란법 때문에 5만원 미만 선물이 많아진 것도 있지만, 핵가족이나 1인 가구에 맞춰 가격과 실용성을 잡은 선물세트가 늘어나다 보니 명절 선물도 덩달아 간소화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는 유통업계의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주소비층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우려도 적지 않다.
1인 가구의 증가는 도시에 거주하는 미혼의 젊은층 뿐만 아니라 중년층, 노인층이 빠르게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들의 지방 이전으로 비동거 맞벌이 가구가 지난해 54만 가구를 넘어섰으며,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문화가 사라지다 보니 혼자 사는 노인이 늘어난 탓이다. 이들의 ‘저용량 소비’에 의존해서는 유통업계가 성장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유통업계는 당장 눈앞의 매출 보다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며, 정부는 독거노인 등을 위한 일자리와 복지 등 국가적,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CNB=김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