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MT가 급속도로 진행된 이재현 회장의 손과 발, 종아리 모습. (사진=연합뉴스)
투병 중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9일 건강상태 악화를 이유로 재상고를 포기한 가운데, CJ그룹이 공개한 이 회장의 CMT(샤르콧 마리 투스) 유전병 진행 사진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CJ는 19일 CMT가 진행돼 엄지와 검지 손가락 사이의 근육이 모두 빠지고 손가락이 굽어버린 손, 근육위축으로 발등이 솟아오르고 발가락이 굽은 발, 뼈만 남은 듯한 앙상한 종아리 모습이 담긴 이 회장의 사진들을 공개했다.
이 회장은 그간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서울대병원에서 신경근육계 유전병 CMT와 만성신부전증 등을 치료받아왔으나, 최근 건강 상태가 극도로 악화됐다는 것.
CJ그룹 관계자는 “CMT 증상 악화로 인해 부축 없이는 전혀 걷지 못하고, 손과 손가락의 변형과 기능 저하로 인해 젓가락질을 못해 식사도 포크를 움켜쥔 채 하고 있으며, 단추 잠그기와 같은 손 동작은 못하게 된 지 이미 오래”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별한 치료제가 없어 매일 2회 전기자극 치료를 하고 있으나 이미 변형된 손과 발을 원 상태로 되돌릴 길은 없다”며 “무릎관절이 손상돼 통증을 호소하는 터라 치료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종아리 근육은 지난 2012년 말보다 26% 빠져 체중이 양쪽 무릎에 실리면서 관절에 무리가 가면서, 이 회장은 평생 걸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부인의 신장을 이식받은 데 따른 거부반응도 아직 지속되고 있고, 면역 억제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마저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은 스트레스와 충격이 더해져 정신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CJ그룹은 밝혔다.

▲이재현 CJ 회장이 2014년 9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선고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와 구급차로 옮겨타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징역 3년의 실형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 회장은 투병과 재판이 3년 넘게 이어지면서 지난해 아버지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했고, 어머니 손복남 CJ그룹 고문도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건강 때문에 부친의 빈소를 지키지도 못한 이 회장은 좌절감과 죄책감에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상황이라고.
이 회장이 지난 4월 서둘러 아들 선호(26) 씨를 결혼시킨 것도 이같은 상황 때문이라고 CJ측은 설명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설 무렵부터 “내가 어찌 될 지 모르니 너라도 빨리 가정을 꾸려라”며 강하게 결혼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시점에서 이 회장과 CJ그룹이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오는 8.15 특별사면이다.
CJ그룹은 “기업 총수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치료를 받게 해달라”며 인도적 차원에서 선처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그닥 낙관적이지 못하다. 통상 수감 기간이 형량의 2/3를 넘어야 특별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는데, 이 회장은 형이 확정된지 얼마되지 않아 실형을 거의 살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될 경우 ‘재벌총수 봐주기’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J그룹이 재상고를 포기한 것은 이 회장의 건강 상태가 그 이상으로 심각하기 때문. CJ그룹 관계자는 “재상고 포기는 ‘사람부터 살리고 보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