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부기자 | 2016.07.14 11:14:54
현대미술은 이해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현대미술 쉽게보기 전시회가 열려 화제다.
고양문화재단(대표 박진)은 오는 7월 15일부터 9월 25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what is art? 현대미술 쉽게 보기' 전시가 열린다고 밝혔다.
방학을 맞아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인식되는 현대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친숙하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주제고 목적이다. 실제로 현대미술을 다룬 전시에서는 작품이 가진 의미와 주제가 무엇인지 짐작하기 힘들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심지어 전시장 안에서 어느 것이 작품이고, 어느 것이 시설물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적지 않아 이번 전시가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양문화재단 관계자는 "이같은 오해와 착각을 깨고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What is art? 현대미술 쉽게 보기> 전시에서는 전시장에 들어서는 관람객에게 한 장의 가이드 용지를 제공한다"며 "이 용지에는 작품의 재질을 묻는 단순한 질문을 비롯해 여러 가지의 질문이 기재돼 있다. 관람객은 마치 퀴즈를 풀 듯 질문에 대해 혼자 또는 함께 전시장에 온 지인들과 의견을 공유하며 답을 찾고, 그 과정에서 작가의 의도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관람객들은 앞으로 스스로 직접 작품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며 미술 감상을 즐기는 방법을 익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전시에는 상시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름베개 만들기, 알레아토릭 목걸이 만들기, 방학맞이 주말 교육 프로그램으로 아트 라이트(초미니 스탠드 만들기) 등이 준비돼 있어 학생들에게도 유익한 시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작가별 작품 설명
위영일 작가
위영일의 알레아토릭 시리즈는 기존 회화의 미술사에서 존재했던 양식을 하나의 도표로 압축하여 풀어낸 작업이다. 도표는 가로, 세로 6칸씩 총 36개의 칸으로 나뉜다. 가로는 주제, 틀, 스타일, 배경, 중간단계, 마무리단계로 작업의 순서가 구분되고 세로는 6가지의 표현방식으로 나뉘어 진다. 이렇게 작업순서 X 표현방식(6X6)으로 나뉘어진 도표는 총 46,656개의 표현방식을 가진 그림으로 나온다.
총 6번의 주사위를 굴려 주제부터 마무리단계까지 표현방식이 도표의 숫자로 결정이 되고, 나오는 숫자의 순서대로 작가는 그림을 그리게 된다. 주사위를 던져 순서대로 나온 일련의 숫자들이 바로 이 형식으로 결정된 작품의 제목인 셈이다. 이 매뉴얼만 있다면 작품의 제목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회화가 작업이 진행되면서 체계를 만들었다면, 이 시스템 페인팅은 체계를 잡고 작업이 진행된다. 작가만의 페인팅 시스템을 만들고, 그 수열에 의해 기존의 미술사가 가진 인습적 태도를 전복시킨다.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하여 예술의 태생적 한계인 동어 반복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표면상에서만큼은 그것을 은폐하려 한다고 언급한다. 그는 미술사에 대한 허점을 찾고 이를 드러내어 표현하고자 한다.
권현조 작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각”이라는 형태는 아무래도 고대 로마, 그리스 시대에 만들어진 조각이 아닐까?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실에서 누구나 한번쯤 봤을 법한 아그리파, 비너스의 석고상은 우리가 마주한 첫 번째 조각작품일 수도 있겠다. 권현조는 이렇게 우리가 생각하는 조각상에 대한 고정관념을 전복시킨다. 흉상에 대한 편견을 뒤집어 얼굴 없는 흉상을 제작하여 우리에게 그 위의 공간을 상상하게 만든다. 따라서 이 흉상은 작품을 바라보는 내 자신이 될 수도 있고, 타인이 될 수도 있다. 흉상 위는 관람객의 상상에 의하여 재창조된다.
캡션시리즈는 우리가 작품을 볼 때 우리의 상상을 방해하는 그 요소에 대해 질문한다. 작품만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 아니라 캡션 - 작품 순으로 감상함으로써 우리는 캡션에서 나타나는 제목으로 작품에 대한 사고를 고정시키게 된다. 작품의 해석은 각자가 느끼는 것에 있는 것이지, 작품 제목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작품을 통해 관람객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것이다.
Bo Kim(보김) 작가
Bo Kim의 작품은 기억에서 출발한다. 우리의 기억은 사실 있는 그대로의 것이 아니다. 우리가 있던 사실을 재해석하여 저장된 것에 불과하다. A라는 사실이 우리의 머리 속에는 A′ 혹은 A″로 조금씩 다르게 남아있게 된다. 그녀는 이러한 우리의 기억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사실이 기억으로 바뀌고, 바뀌어진 기억이 그녀의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그 기억의 근원으로 찾아가기 위한 것이 곧 그녀의 작업인 것이다. 그녀의 작품을 통해 그녀의 의식 혹은 무의식에서 나온 형태를 나만의 기억으로 탈바꿈 시켜 재해석해보도록 하자. 모든 형태는 자기만의 기억으로 환원될 것이다.
이병찬 작가
소비 사회 속 도시의 생태계를 모티브로 작업을 시작하게 된 이병찬은 비닐이라는 평범한 소재로 평범하지 않은 작품을 제작한다. 물건을 담으려고 사용하는 비닐은 우리에게 하나의 도구 혹은 쓰레기에 불과하다. 이병찬은 이러한 “비닐”이라는 소재에 집중했다. 사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비닐은 어찌 보면 버리는 그 순간 가장 쓸모 없는 것으로 바뀌어버린다. 비닐은 가장 썩지 않는 물질로 가장 처치 곤란한 물질이다.
이병찬은 과학의 발달로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그 편리함 그 이후에는 애물단지로 변모해버리는 비닐을 도시생명체로 형상화 하였다. 소비사회에서 만들어진 비닐은 그에 의해 “도시생명체”로 해석되어 사용되었다. 그는 “소비생태계에서 등장하는 도시 생명체작업을 통해 보이는 새로운 형태의 기형적인 모습은 현대인들이 소비 생태계에 합류하지 못할 때 소외되어, 소비라는 신체의 일부분이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고 마치 사회적 장애와 같은 결함을 느끼는 것에서 시작 된다”고 이야기 한다. 그의 작업은 기형적인 사회 구조를 시각화하는 작업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도수진 작가
도수진은 공간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그 공간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모색한다. ‘모텔 파라다이스’는 모텔이라는 공간을 통해 한국 사회 구조를 들여다 보고자 하였다. 야자수로 낙원의 이미지를 표방한 모텔은 사실 주차장 가리개로 고립되어 매우 폐쇄적인 공간이다. 작가는 모텔과 파라다이스라는 어울리지 않는 언어로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이질적인 사회상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모텔 파라다이스’가 한국 사회 공간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Game Over’는 작가가 작품을 만들어 내는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또 다른 작품인 ‘Game over’는 보기에는 게임이 끝난 테트리스로 보이겠지만, 위에서부터 천천히 모양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하나의 단어로 완성되는데 그 단어는 바로 ‘OBSESSION’이다. 모든 공간이 꽉 채워지도록 블록들을 맞춰야하는 게임의 특성 처럼 작가들 또한 작업을 하는데 있어 각자의 강박증을 갖게 된다. 그는 작가들이 작품을 만들면서 표출되는 강박증을 테트리스의 모습으로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마지막 공간은 작가 내면의 공간이다. 작가의 상상속의 환타지가 노란색 방으로 표현되었다. 한국 사회의 공간에서 작가의 공간으로, 마지막으로 도수진 작가의 내면의 공간으로 넘어오면서 관람객 또한 자기만의 사색의 공간으로 점차 빨려들게 될 것이다.
유목연 작가
게임을 하고 있으면 생소한 단어들일지라도 쉽게 받아들이게 된다. 각종 용어들은 게임의 룰 안에서 반복되어 짧은 시간 안에 우리의 뇌에 입력된다. 놀이는 이처럼 우리 마음과 머리의 경계심을 풀어주는데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더 아티스트 보드게임 국내작가편’은 유목연 작가만의 유머러스함이 나타나는 작업이다.
작가들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가볍고 경쾌하게 보드게임로 풀어냄으로써 보는 사람들, 그리고 참여하는 사람들은 게임 하듯 작품을 이해하게 된다. 게임에 참여한 관람객들은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작가들의 현실적인 문제들과 맞닥뜨리게 되면서 작가들의 삶을 알 수 있게 된다.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허황되지도 않은 작품 속 텍스트들을 보고 있으면 작가는 작품을 통해 생소할지도 모르는 예술계의 단어들을 알려주려는 듯 보인다. 작가 자신이 직접 개입되어 있는 작품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작품을 통해 작가의 고충을 알 수 있게 된다.
작가는 관람객들이 더 많이 참여하길 바랄 뿐이다. 참여와 과정을 통해 관람객은 작품 그 자체가 된다.
최태훈 작가
최태훈의 작업 Wall/Door 작품은 사람들을 주춤하게 만든다. 진입금지 테이프로 제작된 이 벽은,막혀 있는 벽이 아닌 열릴 수 있는 형태 구조로 기존의 사회적 통제 수단에 대한 새로운 탐구를 시도한 작업이다. 벽이 사람의 동선을 차단했던 것과 반대로 Wall/Door는 자유로운 동선이동이 가능한 만큼 통제라는 심리적, 물리적 기능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작업이다. 들어가서는 안될 것 같은 이 테이프 천막을 뚫고 지나가면서 관람객은 그 테이프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통념의 인식에서 벗어나 테이프 색이 가진 미(美)에만 집중하게 한다. 우리의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물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그의 다른 작품은 이제는 너무나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영감을 받은 것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우리는 손 안에서 인터넷 뱅킹, 일정관리, SNS, 이메일 확인 등 모든 것을 하게 되었다. all in one의 형태로 다양한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멀티태스킹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현대인들에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단어가 된지 오래이다. 최태훈은 이렇게 하나의 물건에 모든 기능이 들어간 스마트폰을 보고 모든 것이 가능한 all in one의 형태를 가진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 처음엔 청소기에서 시작하여, 자신의 부모님의 멀티테스킹 기계를 만들게 되었다. 최태훈의 이 작품은 그들이 살았던 아날로그 시대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디지털 시대를 연결해주는 지점을 보여준다. 그가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은 과연 우리의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끔 해준다.
오순미 작가
‘봉인된 시간’ 시리즈는 거울에 새겨진 길을 따라 우리를 과거, 현재, 미래로 안내한다. 이 공간 안에 들어서면 거울에는 무수히 많은 길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이는 우리가 걸어왔던 길,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 앞으로 내가 걸어가야 하는 길이다. ‘봉인된 시간-과거’의 길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밝은 빛은 나의 어두운 과거를 환하게 비춰 현재의 내가 더욱 빛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거울에 비치는 나의 모습을 보며, 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끔 한다. 오순미는 관람객이 이 공간 안에 있는 동안에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 설정을 해체함으로써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인 자신의 삶을 온전히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지기를 희망한다.
강정훈 작가
강정훈의 'What is art?' 작품은 관객 참여로 완성이 되는 작품이다. 작가는 예술은 표현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소통이라고 이야기한다. 소통에는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는 예술이 소통에 있어서 듣는 입장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동시대 미술에 있어서 어떠한 것이 예술인지, 왜 관람객들은 점점 더 현대미술을 어렵다고 이야기 하는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작가로서 관람객에게, 그리고 예술에 더욱 다가가고자 한다. 여기에 참여한 사람들 중 누군가는 예술이 돈이라고 하고, 예술은 인간이라고 써놓기도 하였다. 아마도 동시대 미술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 것이다. 각기 다른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의 장소에서 서로 소통하여 서로의 생각을 들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손민아 작가
손민아는 선반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에 생명을 부여한다. 누구나 가지고는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집에 한 가득 쌓여있을 것이다. 이런 물건에 담긴 이야기와 추억을 환기 시키고 사용하지 않는 즉 죽어있는 물건이 다른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한다. 이는 어떻게 보면 요즘 한참 이슈가 되고 있는 공유 경제와도 일맥 상통한다고 생각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아나바다 운동(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이나 아름다운 가게와 같은 형태와 이 예술 프로젝트와의 차이점에 대하여 손민아는 물건을 단순히 경제적 가치로 취급하는 것에서 벗어나 물건이 가지고 있는 “추억”의 가치를 교환하는 것이라고 언급한다. 이는 모든 물건을 화폐가치로 취급하는 지금 시대에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작가의 외침이다.
CNB뉴스(고양)=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