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수와 생수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업계 판도를 뒤흔들 제주 삼다수 판매유통권을 놓고 대규모 입찰 전쟁이 예고됐다. 광동제약의 독점 판매권이 올해 말로 끝나는 터라 롯데, 농심, CJ, 하이트 등 음료브랜드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치열한 ‘물 전쟁’에서 누가 승기를 잡을까. (CNB=김유림 기자)
제주삼다수 독점판매권 올해 말 종료
계약연장 사활 건 광동제약 ‘총력전’
농심, 설욕전 채비…롯데·CJ도 ‘눈독’
국내에서 ‘물 전쟁’이 본격 점화된 것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생수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온 삼다수는 제주도 산하 공기업인 제주도개발공사(이하 개발공사)가 생산하고, 외부 기업에 유통을 맡겨 판매되는 구조다. 삼다수는 1998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14년간 농심이 독점으로 위탁 판매해왔다.
하지만 개발공사는 “농심과의 삼다수 유통계약이 매년 판매 목표 물량만 채우면 1년씩 자동 연장되는 조건은 불평등하다”며 문제를 제기한 뒤 2012년 초에 농심 측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반발한 농심은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개발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개발공사는 바로 공개 입찰을 진행했고, 이후 광동제약이 삼다수를 차지하게 됐다.
광동제약과 개발공사의 계약 기한은 올해 말까지이며, 판매 목표치 달성 여부에 따라 옵션으로 1년 연장을 할 수 있다. 최대 연장을 하게 되더라도 내년 말에는 무조건 삼다수가 공개 입찰 매물로 나오게 된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개발공사가 ‘갑 중의 갑’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삼다수 거머쥐면 단숨에 업계 1위
누구든 삼다수를 거머쥔다면 단숨에 생수 시장 1위로 올라설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판매 계약 종료를 앞두고 위탁 판매권을 따내기 위한 식음료 업계의 치열한 ‘물 전쟁’이 예상된다.
국내 생수시장은 지난해 6220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7000억원을 무난히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닐슨코리아 집계(매출액 기준)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은 광동제약 ‘제주삼다수’가 45.7%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뒤이어 농심 ‘백산수’ 6.9%,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8.0’ 5.1%, 해태음료 ‘강원평창수’ 4.4%,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 2.7% 등이 있다.
이처럼 생수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삼다수는 기업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이미 생수를 팔고 있는 기업은 시장 내에서 독보적인 입지에 오를 수 있으며,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곳은 연구개발비나 브랜드광고료 등 큰돈을 들이지 않고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누가 됐든 삼다수를 차지한다면 무조건 국내 생수 시장 1위로 등극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음료브랜드들 ‘눈치작전’ 돌입
현재 업계에서는 삼다수를 가져갈 유력 후보 중 하나로 농심을 꼽고 있다.
농심 측은 CNB에 ‘백산수’를 출시해 집중하고 있는 중이며, 삼다수 인수전 참여여부는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백산수는 현재 해외 시장을 중점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이미 국내 시장은 삼다수가 독식한 상황이기 때문에 농심이 삼다수를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다수로부터 시작해 한때 먹는 물 시장 1위 자리까지 오른 농심으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또 최근 제주도개발공사와 탄산수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CJ제일제당 역시 주목된다.
CJ제일제당은 삼다수가 생수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탄산수를 이르면 올해 내에 출시하게 된다.
양측은 다음 달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하반기까지 서귀포시 감귤가공공장 부지에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CJ제일제당이 내친김에 생수시장까지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CJ계열사인 CJ오쇼핑과 개발공사 간의 ‘악연’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양측은 지난 2013년 손을 잡고 삼다수의 중국지역 수출을 진행했지만, CJ오쇼핑이 수출 물량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중도에 계약이 파기됐었다.
이 때문에 개발공사 내부에서는 한번 실패를 한 인연이 있는 CJ그룹과 추가적인 사업 확장을 논의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공개 입찰에서 고배를 마셨던 롯데칠성음료 역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8.0은 지난해 생수 시장 2위 자리를 차지했지만, 올 1분기에 백산수에 자리를 내주며 3위로 밀려났다. 롯데칠성음료 측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안이 없다고 전했지만, 경쟁이 가속화되는 생수 업계 판도를 단번에 장악하기 위해서는 인수전에 두 번째 출사표를 던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밖에 2012년 삼다수 위탁 판매권 입찰에서 고배를 마셨던 코카콜라음료, LG생활건강, 웅진식품, 아워홈, 남양유업 등 대부분이 다시 한 번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제주도개발공사 관계자는 CNB에 “광동제약과 옵션계약 연장여부는 오는 10월 이후 목표 물량 집계를 통해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만약 재계약이 안 된다면 바로 입찰이 공개적으로 진행되며, 누가 판권을 가져갈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피말리는 입찰전…‘슈퍼 갑’은 제주공사
국내 내로라하는 식음료 대기업들 대부분이 삼다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광동제약은 판매권을 사수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광동제약의 전체 매출은 5722억원인데, 이 중 30%(1976억원)가 삼다수에서 나왔다. 광동제약 제품 중 가장 잘 알려진 비타500(1097억원)과 옥수수수염차(479억원의)의 매출을 합쳐도 ‘물’ 하나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광동제약은 올 하반기까지 삼다수 판매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목표치를 달성해야 계약을 1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장에 성공하더라도 결국 삼다수의 매출은 시한부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광동제약은 10대 제약사 중 R&D 투자가 최하위권일 정도로 삼다수 지키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30%의 매출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것도 큰 타격이지만, 삼다수 유통망 구축에 투자한 돈까지 날아가게 돼 미래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CNB=김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