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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삼성·신세계, ‘삼성페이’ 놓고 묘한 신경전 “왜”

신세계만 삼성페이 NO!…이유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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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  2016.02.24 09:01:57

▲삼성페이는 기존 일반 신용카드 단말기에서 결제할 수 있는 범용성을 무기로 출시 6개월만에 가입자 수 500만명, 누적 결제금액 5억달러(한화 약 6169억원)를 돌파했다. 사진은 삼성페이 결제 순서. (사진출처=방송화면캡처)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 시장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8월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삼성전자의 ‘삼성페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 등 유통업계 빅3 역시 자체 결제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했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 간에 묘한 신경전도 포착된다. (CNB=김유림 기자)

신세계, 업계 최초 ‘SSG페이’ 출시
삼성페이 500만 돌파하자 ‘머쓱’
신세계 매장만 삼성페이 ‘불통’

핀테크(FinTech·정보화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금융시스템) 시대가 열리면서 모바일 간편 결제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물건을 구입할 때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꺼내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각종 ‘전자 페이’의 결제 방식은 세 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근거리 무선통신)’ 방식은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모든 스마트폰에서 사용 가능하며, 결제를 위한 카드 정보는 휴대폰 내부 및 유심칩에 저장하거나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NFC 단말기를 보유한 가맹점은 5%에 불과하다. 애플의 아이폰,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이 NFC를 사용하고 있다.

두 번째는 일회용 바코드나 QR코드를 모바일에서 생성해 결제하는 ‘앱(애플리케이션)카드 방식’이다. 바코드 리더기를 구비하고 있는 곳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세 번째는 삼성전자가 특허를 보유, 삼성페이가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 마그네틱 보안 전송)다. MST는 스마트폰에서 신용카드 마그네틱 정보를 발생시켜 결제하는 방식. 신용카드를 긁을 수 있는 단말기 근처에 모바일 기기를 가져다 대면 자동으로 결제된다. 단, 삼성페이 사용을 위해서는 MST칩이 내장되어 있는 삼성전자 최신 휴대폰이 필요하다.

삼성페이 독주 속 유통 빅3 ‘격전’

삼성페이는 220만개의 오프라인 가맹점(전체 90%)에서 결제할 수 있어 가장 빠른 속도로 상용화되고 있다.

삼성페이는 지난해 8월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한 달 뒤인 9월 미국에서도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최근 6개월 동안 누적 결제금액 5억달러(한화 약 6169억원), 가입자 수 500만명을 돌파했다.

삼성페이는 기존 일반 신용카드 단말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무기로 MST뿐만 아니라 NFC와 앱카드 방식 등 모든 결제방식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페이 사용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남에 따라 삼성카드·신한카드·KB국민카드·현대카드·롯데카드·NH농협카드·BC카드·우리카드·씨티카드 등 대다수 카드사들은 앞다투어 제휴를 맺었다.

은행권 역시 경쟁적으로 삼성페이와 제휴 맺기에 나섰다. 지난해 8월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삼성페이와 독점 계약을 맺었으며, IBK기업·신한·KB국민·KEB하나·NH농협은행 등이 삼성페이와 제휴를 맺기 위해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페이로 인해 국내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이 급속도로 확장되자,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 등 유통 빅3 역시 자체 페이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삼성페이와 달리 유통 3사의 페이 서비스는 자사 채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삼성페이의 독주 속에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유통 공룡 3사도 자사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H월렛, 엘페이, SSG 로고)

롯데그룹은 지난해 9월 ‘엘페이(L.pay)’를 출시하며 모바일 결제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엘페이는 앱카드와 NFC방식으로 거의 모든 휴대폰 기종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룹 내 유통 계열사 가맹점 1만3000여 곳에서 결제할 수 있으며, 올 하반기 외부 가맹점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까지 집계된 가입자 현황은 아직 시범운영 중 단계이기 때문에 밝히기 어렵다고 롯데 측은 전했다.

롯데 측은 삼성페이와 제휴해 이용자 폭을 넓히고 있다. 엘페이를 운영 중인 ‘마이비’와 삼성페이 운영사 ‘삼성전자’는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지난해 11월 체결했다. 현재 삼성페이 안에 엘페이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0월 ‘H월렛’을 출시했다. H월렛은 앱카드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국내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중 최초로 ‘온터치’ 기능을 도입했다.

기존 앱카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페이 서비스는 어플을 수동으로 실행해야 한다. 반면 ‘온터치’ 기능은 어플을 따로 실행하지 않아도 결제 단말기에 올려놓으면 자동 실행돼 결제가 된다.

H월렛은 ‘온터치’ 기능 덕분에 지난 연말 2015 스마트앱어워드에서 대상을 받았다. 스마트앱어워드는 사단법인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가 주최하고 미래창조과학부가 후원하는 모바일 앱 시상 행사다.

현재까지 집계된 가입자 현황은 4만여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현대백화점 계열사 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삼성페이도 현대백화점 계열의 모든 매장에서 사용 가능하다.

왜 신세계에서만 삼성페이 사용 안되나

하지만 유통 빅3 중 ‘신세계’는 아직 삼성페이를 도입하지 않았다. 신세계는 다른 유통사와 달리 자사의 간편 결제 서비스인 ‘SSG페이’ 외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 가능한 결제 서비스가 없다.

롯데·현대백화점은 삼성페이 결제를 허용하고 있지만, 신세계백화점·이마트·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스타벅스·위드미 편의점·조선호텔 등 신세계 계열 오프라인 전 매장에서 삼성페이가 무용지물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SSG페이 출시하기 이틀 전 본인 페이스북에 SSG페이와 관련된 글과 사진을 게시하며 핀테크 사업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유통 빅3 중 ‘범삼성가’인 ‘신세계’만 삼성페이 사용을 차단하고 있어 그 배경을 두고 여러 얘기가 나온다.

우선, 삼성페이와 SSG페이 간의 자존심 싸움이 배경이 되고 있다는 설이 있다.

유통 빅3 중 가장 먼저 페이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곳은 신세계였다. 신세계는 지난해 7월23일 국내 유통사 최초로 SSG페이를 출시했다.

SSG페이는 ‘정용진의 야심작’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상당한 애정을 갖고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출시되기 이틀 전 저녁 본인의 페이스북에 SSG페이 출시 관련 글과 사진을 게시했다. 그는 “SSG페이는 결제의 전 과정을 심플하게 만들었다. 신세계 그룹 대부분의 가맹점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그랜드 오픈이 기대된다”며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SSG페이는 앱카드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올해 2월 중순 기준 다운로드 수 130만명을 기록했다. 신세계 계열사 2700여 곳에서 사용 가능하며, 올 연말까지 외부 제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이런 승승장구 분위기에서 삼성페이의 약진이 반가울리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삼성가(家)와 신세계가(家)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골’이 있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 2012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그의 형인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유산소송을 벌일 당시, 신세계 이명희 회장(이건희·이맹희의 여동생)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미묘한 중립을 지켰다. 하지만 중립 자체가 이맹희 회장 손을 들어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시각은 지난해 9월 삼성이 9년 동안 신세계에게 위탁했던 삼성전자 임직원 쇼핑몰의 운영권을 회수하면서 사실감을 키웠다. 호사가들은 신세계 계열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삼성 계열 건물 중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 단 1곳만 입주해 있는 것도 양가의 소원해진 관계를 뒷받침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삼성과 신세계의 겹치는 사업 분야로 인해 형성된 경쟁 구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사촌 관계인 것은 맞지만 비즈니스는 영역은 별개라는 의미다.

양가의 비즈니스 경쟁은 1990년대 후반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 삼성물산이 삼성플라자, 홈플러스 등 유통업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최근에는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두고 신라면세점(삼성그룹)과 신세계면세점(신세계그룹)이 맞붙기도 했다.

삼성페이와 관련해 신세계 관계자는 CNB에 “무조건 삼성페이를 사용 못하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막은 적이 없으며, 현재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내 주요 그룹은 창업주로부터 사업 분야별로 각각 계열사를 물려받아 뻗어간 곳이 많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형제가 서로의 영역(사업 부문)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존 분야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서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며,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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