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동 삼성 서초사옥 입구. (사진=연합뉴스)
삼성그룹이 사장단 인사에 이어 임원 294명을 승진시키는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직급별로는 부사장 29명, 전무 68명, 상무 197명이다. 그룹 전반의 실적 부진 및 비용 절감 분위기가 반영되어서인지 예년에 비해 대폭 축소된 규모였다.
삼성그룹 임원 승진자는 2010년 380명, 2011년 490명에 이어 2012년 501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3년 485명, 2014년 476명에 이어 2015년에는 353명에 그쳤다. 이번 인사는 지난해 연말 인사 때보다 16.7% 줄어든 규모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247명 이후 최소 규모다.
승진연한을 뛰어넘는 발탁 승진자 수는 44명으로, 이 역시 2013년 74명, 2014년 86명, 2015년 56명에 비해 급감했다. 직급별로는 부사장 5명, 전무 15명, 상무 24명이다.
부사장 승진자 역시 올해(42명)와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처음으로 ‘별’을 단 상무 승진자도 올해 253명에서 2016년 197명으로 20% 이상 감소했다. 다만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인 전무 승진자는 58명에서 68명으로 늘었다.
지난 1일 사장단 인사에 이은 이번 임원 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실용주의·성과주의·세대교체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사장단 인사에서도 주력사업부 리더를 바꿔 점진적 세대교체에 시동을 걸었다.
임원 승진자 규모가 대거 축소된 것은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과 방산·화학부문 분리매각 등 빅딜 여파, 그룹 차원의 비용 절감 분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번 임원 승진자 규모 축소에 따라 삼성그룹의 전체 임원 규모도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심상필 전무와 김학래 전무.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임원 승진자 40% 감소
삼성전자의 임원 승진자 수는 135명으로 지난해(165명)보다 18.2% 줄었다. 2014년(227명)과 비교하면 40%나 감소했다.
삼성전자 임원 규모는 1200여 명으로, 승진자 감소 추세와 비슷하게 인원이 줄어들 경우 20% 가량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눈에 띄는 발탁인사로는 삼성전자 심상필 상무가 꼽혔다. 심 상무는 세계 최초로 14나노 핀펫 공정개발을 주도한 반도체 공정 전문가로, 2년 빨리 전무로 발탁됐다. 생산자동화 전문가로 휴대폰 글래스·메탈케이스 공정 개선을 이끈 삼성전자 김학래 상무도 전무로 발탁됐다.
휴대폰 선행기구 개발 전문가로 갤럭시 S6엣지 등의 전략과제 선행기구 개발을 주도한 삼성전자 배광진 부장은 2년 발탁돼 상무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김강태·김후성 부장, 삼성생명 정연재 부장, 삼성물산 김정욱 부장도 상무로 발탁 승진했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삼성SDI 김유미 전무. (사진=연합뉴스)
개발 부문 최초 여성부사장 배출
여성 인력은 신규 임원 8명을 포함해 9명이 승진했다. 2014년 15명, 2015년 14명보다는 줄었다.
삼성SDI 김유미 전무는 전지개발 전문가로 소형·자동차전지 수주 확대에 기여해 부사장으로 승진해 개발분야 첫 여성 부사장 승진자가 됐다.
생활가전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에 앞장 선 삼성전자 김성은 부장 등도 여성 신규 임원(상무)으로 승진했다.
해외법인에서 성과를 낸 인력도 본사 임원 승진에 포함됐다. 규모는 4명으로 2014년(12명), 2015년(9명)보다 줄었다.
반도체 등 삼성전자 DS(부품) 부문에서 현지 VP급 3명이 본사 임원으로 승진했다. 지난해에는 한 명도 없었다.
모토롤라·노키아 출신인 삼성전자 미국법인 상품전략담당 저스틴 데니슨 VP는 북미시장 전략제품 론칭을 주도해 상무로 승진했다.
반도체 전문가인 삼성전자 미국 반도체생산법인 기술담당 마이클 레이포드 VP도 14나노 제품 양산에 기여해 상무로 올라갔다.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은 전략 1·2팀을 통합하는 등 조직을 축소했다. 전략1팀은 삼성전자 담당, 전략2팀은 삼성전자 이외 계열사를 담당했으나 계열사 매각 등의 영향으로 2팀을 없애 1팀에 통합한 것이다.
삼성은 다음주 중으로 계열사별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