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회 K뱅크 컨소시엄 단장(KT 전무)이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KT사옥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로 선정된 소감과 향후 계획을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9일 KT가 이끄는 K뱅크(케이뱅크, KT컨소시엄)는 카카오가 이끄는 카카오뱅크와 함께 금융위원회의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를 통과, 23년만의 새로운 은행 사업자로 선정됐다. K뱅크의 강점은 빅데이터에 기반한 신용평가시스템과 편의점·ATM·통신망 등 전국에 분포한 수많은 온·오프라인 고객접점들. 과연 K뱅크는 이를 무기로 기존 은행들은 물론 카카오뱅크와의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CNB=정의식 기자)
K뱅크, ‘우리동네 네오뱅크’ 표방
비대면인증·빅데이터…ICT ‘경쟁력’
‘은산분리법’ 통과 안되면 ‘도루묵’
K뱅크는 KT가 주도하는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이다. KT와 우리은행, 현대증권 등이 주요 주주로, 얍컴퍼니와 GS리테일, 이지웰페어, 포스코ICT, 한화생명 등이 온·오프라인 플랫폼 사업자로, 한국정보통신(KICC),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다날 등이 지급결제 사업자로 참여했으며, 크라우드 펀딩 분야의 8퍼센트와 솔루션 분야의 뱅크웨어글로벌, 브리지텍, 보안 분야의 인포바인, 모바일리더, 민앤지 외에도 알리페이, 한국관광공사, 스마일게이트 등이 글로벌 사업역량을 보유한 주주사로 참여했다.
캐치프레이즈는 ‘우리동네 네오뱅크’. 빅데이터와 온오프라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개인별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신개념 은행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K뱅크의 핵심적인 사업 인프라는 ‘비대면인증’ 기술과 ‘빅데이터 기반 신용평가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K뱅크는 간편계좌개설, 디지털이자예금, 빅데이터 기반 중금리 대출, 로보 어드바이저, 익스프레스 페이, 원스톱 소호 플랫폼, 오픈API 뱅킹 등의 혁신적 사업 모델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주주사들, 제각각 장점 살려
먼저, 비대면인증 기술은 인터넷은행의 필수요소로,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계좌개설 및 금융거래를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K뱅크는 계좌 개설을 위해 정부가 요구한 필수 인증 방안인 ‘신분증 사본 제출 + 영상통화’와 ‘신분증 사본 제출 + 기존계좌 확인’ 외에도 IMEI(휴대폰 단말기 고유 일련번호), ICCID(USIM일련번호) 등을 통해 통신사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스마트폰 간편인증’을 추가로 진행, 인증의 정확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체 등 실제 금융거래 과정에서는 공인인증서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안면·음성인증, 홍채인증, 신용카드·NFC 인증, USIM OTP 인증 등 다양한 대체인증 수단을 사용하게 된다. 이를 위해 K뱅크는 비씨카드, 브리지텍, 모바일리더, 인포바인, KG이니시스 등이 보유한 다양한 인증 기술들을 활용할 예정이다.
K뱅크 측은 “모바일 인증의 한계는 GS리테일의 전국 1만여 편의점과 제휴 ATM 1만 1000여 개, 우리은행의 ATM 7000여 개, KT의 공중전화 1000여 개 등을 활용해 극복하겠다”며 ‘우리동네 ATM’이라는 명칭의 무인점포를 운영하겠다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카카오톡을 통한 저변확대에 집중하는 카카오뱅크와 가장 큰 차별점이다.
빅데이터로 신용평가…‘중금리 대출’ 집중
K뱅크는 무인점포와 비대면인증 기술을 활용해 ‘빅데이터기반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 ‘중금리 대출’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회원사들이 보유한 방대한 규모의 빅데이터에서 개개인에 대한 최적의 신용평가 결과를 도출해내는데, 특히 기존의 신용평가시스템에서 평가하기 어려웠던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평가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 개인대출, 개인사업자대출, 소액대출 등 신용대출 상품에 연 10%대의 중금리를 적용하겠다는 것.
K뱅크에 따르면, 현재 금융소비자 중 약 1046만 명이 최근 3년 이내에 신용거래가 없거나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부적합한 신용평가등급을 받고 있다.
K뱅크는 BC카드, KT 등 주주사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세분화된 새로운 평가모형을 구축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4.0%의 저금리가 적용되는 1금융권과 21.2% 고금리의 2금융권 사이에 방치된 2000만여 명의 고객들에게 10%대의 ‘중금리 대출’을 제공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같은 구상이 현실화되려면 고객의 ‘개인정보 활용 동의’가 필수적이라는 점. 주주사의 데이터라 해서 신용평가에 허락없이 활용했다가는 자칫 법적 문제에 부딪힐 수도 있다.
오픈 API, 보안 강화…기술력 총동원
고객이 이용하는 다양한 온라인·모바일 서비스와 K뱅크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오픈API뱅킹’도 K뱅크가 자신하는 핵심 기술이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부동산 중개 앱을 이용하다가도 앱 내의 ‘대출신청’ 버튼만 누르면 곧바로 K뱅크 대출 상품으로 연계된다.
반대로 K뱅크 서비스를 이용하다가도 현대증권 앱 같은 주주사의 다른 서비스로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심지어는 K뱅크 앱 내에서 증권을 매입, 매도할 수도 있다.
이상거래를 감지해 사고를 막아주는 ‘FDS(Fraud Detection System)’ 등 보안 시스템도 강력하게 구축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알리페이 FDS가 도입, 운영되며, KT의 위치기반 FDS와 BC카드의 수많은 카드승인정보 등을 활용해 부정사용을 방지하게 된다.
이외에 ICT 전문기업들이 대거 참여한 컨소시엄답게 24시간 365일 무중단 플랫폼이 운영되며, 보안·전기·안전·소방 등 모든 면에서 강력한 보안성을 확보한 최첨단 금융데이터센터가 서울 상암동과 천안 2개로 분리되어 운영된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도 추가되어 스타트업·벤처기업을 후원하고, 자영업자들에게 최적의 컨설팅을 제공하는 ‘원스톱 소호(SOHO) 금융 플랫폼’도 제공된다. 가맹점 등록절차를 간소화하는 간편지급결제(익스프레스 페이) 플랫폼도 구축한다.
은산분리법 국회 계류…여전히 ‘첩첩산중’
K뱅크는 이같은 신기술들을 총동원하여 3년 안으로 흑자를 내고, 6년 이내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후 10년 후에는 총자산 20조원을 달성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었다.
하지만 이 목표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국회에 계류중인 은행법 개정안의 통과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은행법 15조의 ‘은산분리 규제’가 비금융자본(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10%(의결권 4%)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인터넷은행은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명확한 주도세력이 존재하지 않으면 컨소시엄 참여 세력 간의 갈등을 조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이 조항은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막기 위한 장치다. 과거 동양그룹이 동양증권을 통해 모집한 고객들의 투자금을 자사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악용했던 사례도 있다.
어쨌든 이 조항 때문에 한국카카오은행의 경우 대주주는 50%의 지분을 보유한 한국투자금융지주다. 카카오의 지분은 10%(의결권 갖는 지분은 4%)에 불과해 주도한다는 표현이 무색할 지경이다.
K뱅크의 지분도 우리은행·한화생명·다날이 각 10%를 보유하고 있으며, KT는 8%(의결권 갖는 지분은 4%)에 불과하다.
지난 7월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된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은 야당의 반대로 4개월째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인터넷은행의 산업자본 지분 보유한도는 50%까지 늘어나게 된다.
KT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인터넷은행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점찍어 오래 전부터 준비해 왔다. 편의점, 복지포인트, 결제대행 등 다양한 산업과 금융서비스 간의 융합을 이루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며 “은산분리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되어 인터넷은행의 새바람을 일으킬 기회를 열어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