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한 소득세법은 개정될까? 10일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기부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앞서 여야 의원들은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때마침 이날부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조세소위. 위원장 강석훈)가 세법 심사에 돌입했다. 하지만 정부는 공제율 인상 논의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 관련법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나눔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의원들이 기부 확산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하고 있다.(사진=최서윤 기자)
여야 의원들, 국회에서 기부 문화 확산 위한 토크콘서트 개최
이날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기부천사와 함께 하는 나눔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국회의원들부터 직접 기부를 실천하고, 우리 사회 기부문화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이 행사는 정갑윤 국회 부의장과 원혜영·나경원·김관영 의원이 공동주최했다(후원 국회사무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두 평소 기부를 실천하고 있거나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다.
김병찬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에서 참석 의원들은 하나같이 기부 문화를 정착시키려면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억 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인 정갑윤 부의장은 인사말에서 “지금 국회에는 기부금 공제율을 상향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며 “이 법이 조속히 통과돼 우리 사회의 나눔 문화가 확산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원혜영 의원은 “정부가 지난해부터 기부금에 대한 세제혜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꾸면서 세액공제율을 15%로 너무 낮게 잡아 기부자들의 기부의욕을 떨어뜨렸다”며 “정부는 ‘세금이 최고의 기부’라고 하고 있지만 복지의 모든 부분을 다 해결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최근 더불어 사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도움의 손길이 세제 개편으로 인해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도 “요즘 나눔을 실천하는 기부 문화가 꾸준히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최근 기부금에 대한 세제혜택이 줄어들면서 기부문화가 위축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축사를 통해 “선진국은 기부가 일상화 돼 있어 물질적인 기부에서 최근 재능기부까지 갔다”며 “우리나라도 서로 십시일반하고 나누고 상부상조하는 전통이 있어 선진국 이상의 기부문화가 충분히 번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석현 국회 부의장은 “국민들이 기부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고 기부로 인한 파급효과가 더욱 넓어지기 위해 맞춤형 정책과 제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무성 대표는 “기부가 생활 속 일상 문화로 자리 잡으려면 기부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개선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국회의원들이 매번 욕만 먹다가 오늘은 칭찬받을 일을 하는 것 같다”며 문재인 대표를 향해 “소득세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해치우자”라고 제안했다.
이에 문 대표는 “소득세법 개정으로 인해 혜택이 대폭 축소되면서 기부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김 대표께서 의지를 밝히셨기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꼭 통과될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화답했다.
이날 참석 의원들은 모두 기부서약서를 작성하고, 기부 확산에 앞장서겠다는 선서를 했다. 이어 해밀학교 이사장인 가수 인순이 씨,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인 박점식 천지세무법인 회장, 자신을 재능기부 가수라고 소개한 이동해 씨가 기부에 대한 경험 등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10일 열린 나눔토크콘서트에서 정갑윤 부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관영 의원, 박점식 회장, 정 부의장, 가수 인순이, 원혜영 의원, 이동해 씨.(사진=최서윤 기자)
정치권 "세액공제로 기부 줄어" vs 정부 "기부 오히려 늘었다"
지난 2013년 세법이 개정되면서 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가 폐지되고 세액공제로 바뀌었다. 여야 의원들은 이 때문에 기부금이 대폭 줄었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법안 수정에 나섰다.
CNB가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확인 결과, 가장 먼저 법안을 낸 인사는 정갑윤 국회 부의장이다. 정 부의장은 개인기부자에 대한 기부 활성화를 위해 세액공제율을 현행 15%에서 24%로 상향조정하고, 고액기부의 기준을 3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낮추고 38%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는 CNB와 대화에서 “지난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기부금은 약 12조 원에 이르고 있다. 이 중 개인 기부가 63.5%”라며 “하지만 기부천국이라 불리는 미국의 75%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많다”고 말했다.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5월 19일에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기부금의 세액공제율을 현행 15%에서 25%로 상향조정하고, 3000만원 초과 기부금액에 대한 25%의 세액공제율을 500만원 초과 기부금액에 대해 40%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 위원장은 “지난해 시행된 소득세법은 기부금에 대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변경하고 세액공제율을 기부금액에 따라 15% 또는 25%로 적용하도록 규정함에 따라 전체 개인 기부의 90%를 차지하는 중산층 이상의 기부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김관영 의원은 지난 9월 14일 현행 과세구간별 소득세율을 감안해 기부금 세액공제율을 현행 100분의 15에서 100분의 24로 높이고, 600만원 초과분부터 1200만 원 이하 분까지는 100분의 38, 1200만 원 초과분은 100분의 50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한국재정학회가 세법 개정에 따른 기부금 변화를 추정한 결과 한 해 세입은 3000억 원이 늘어나지만 기부총액은 2조 원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중산층의 적극적인 기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적정한 세제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철 의원은 지난달 28일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기부금의 세액공제율을 500만 원 이하는 30%, 500만원 초과 1200만원 이하인 경우 40%, 1200만원 초과한 경우 50%로 각각 상향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 의원은 “용역에 대한 기부가 인정되지 않고 있어 자원봉사활동 등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사회공헌 효과가 매우 큰 전문직 종사자들의 재능기부가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며 “현행 세액공제율은 소득구간 4600만 원 초과 8800만 원 이하의 중산층 기부자들의 기부가 축소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국재정학회는 현행 세법으로 인해 기부금 변화를 추정한 결과 2014년 시행 이전에 비해 세입은 3057억 원 늘어난 반면 기부총액은 2조376억 원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정부는 세법 개정으로 기부액이 오히려 증가했고, 의료비(공제율 15%) 등 여타 세액공제와의 형평성을 들어 관련 법안 통과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10일 기획재정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기부금 수익 상위 10개 단체가 접수한 개인 기부금은 총 5256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집계된 4790억 원보다 약 9.7%(466억원) 증가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27%, 유니세프는 13.6%,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0.6%, 월드비전은 9.2% 등으로 증가, 모두 9개 단체의 개인 기부금의 액수가 늘어났다. 한국적십자사만 유일하게 0.4% 감소했다.
기재부가 분석한 국세청 자료상에도 지난해 개인 근로자의 기부금 규모는 약 6조8000억 원(잠정치)으로, 전년(6조7000억 원)에 비해 약 1000억 원 늘어났다. 정치권의 주장과 배치되는 수치다.
(CNB=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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