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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8·15=건국일’ 주장 원조는 ‘김대중 정부’

1998년 '건국 50주년' 선포… 이때부터 '정부수립→건국'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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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서윤기자 |  2015.11.09 10:26:18

YS外 과거 대통령들 '건국·정부수립' 혼용 단독확인
김대중정부 '8·15 건국기념일' 정해 대규모 사면
朴대통령, 광복절 때마다 '건국=정부수립' 강조
'교과서 국정화' 불거지며 새삼 논란 '자가당착'


"우리는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의 탄생을 전 세계에 알렸다. 유엔도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승인했다. 이러한 명백한 사실에 대해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으로, 북한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수립'으로 기술된 역사교과서가 있다. 대한민국은 마치 국가가 아니라 정부단체가 조직된 것처럼 의미를 축소하는 반면, 북한은 '정권수립'도 아닌 '국가수립'으로, 건국의 의미를 크게 부여해 오히려 북한에 국가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의미를 왜곡 전달하고 있다."
2015년 11월3일 황교안 국무총리 '역사교육 정상화 국민께 드리는 말씀' 중


"황 총리는 담화문에서 현 검정교과서가 1948년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으로, 북한은 '국가 수립'으로 기술한 점을 문제 삼았다. 3·1 독립선언을 통해 건립된 임시정부야말로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의 합법적인 독립국가임을 보증해주는 유일한 증거이다. 건국을 1948년으로 못 박은 황 총리의 발언은 헌법 정신을 부정한 어찌 보면 '내란선동'을 한 것이다."
2015년 11월4일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국회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 중

"지난번 박근혜 대통령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처음으로 '광복 70주년이면서 건국 67주년'이라는 표현을 썼다. 1948년 8월15일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는 주장은 헌법에 반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무너뜨리는 반국가적인 주장이다. 북한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건국절의 주장을 들으면 정말로 지하에서 화를 내실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당시 임시정부의 가장 중요한 주역 가운데 한분이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굉장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1948년이 대한민국 건국이라면 그 친일 부역배들이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이 되는 것이다."
2015년 11월 5일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위한 연석회의 모두발언 중

▲1948년 7월24일 이승만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취임식 및 제3광복절 기념식 장면.(사진출처=대통령기록관)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이후 정치권의 갈등이 더욱 불거지고 있다. 특히 1948년에 '건국'이냐, '정부 수립'이냐를 두고 양측이 대립하는 상황이다. 여권 일부에서는 '건국절(건국일)' 주장이 제기됐고, 야권에서는 1919년 백범 김구 선생 등이 상해 임시정부(초대대통령 이승만) 주역이라며 1948년 '건국'을 아예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CNB가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사 등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김영삼 전 대통령을 제외한 전현직 대통령들이 직간접적으로 이를 혼용해서 썼던 사실을 단독 확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광복절 경축사마다 '건국'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함께 사용했다. 과거 김대중정부는 '건국일'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건국기념일'로 불렀다.


'건국' 단어 최초 사용은 이승만 대통령

대통령기록관 등에 따르면 건국이라는 단어는 이승만 초대대통령이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우리의 각오'라는 제목의 연설문에서 처음 사용했다. 전체적으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 건국 기초에 요소가 될 만한 몇 조건을 간략히 말하면 민주주의를 전적으로 믿어야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1952년 8월15일 대통령 성명에서는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즉 1948년 8월15일 자유민주 대한민국이 수립됐을 때 그 뜻 깊은 '건국'을 대한민국 국민은 물론, 전 세계 민주국민들이 실시했던 것"이라며 "독립 대한민국 정부수립은 '유엔'이 성취한 최초의 업적이었다. 대한민국의 수립은 한국을 양분하고 그 북반부에 공산제국주의를 유도케 한 2차대전 중 강대국 간에 체결된 불행한 협정을 시정하는 최초의 거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건국을 함께 거론했다. 기록대로라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나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이 '건국대통령'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는 셈이다(임시정부의 초대대통령 역시 이승만으로, 야권 주장대로해도 이승만이 건국대통령이 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공화국'을 강조했다. 1963년 12월17일, 취임사를 보면 공화국이라는 단어가 7번 등장한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단군 성조가 천혜의 이 강토 위에 국기를 닦으신 지 반만년, 연면히 이어 온 역사와 전통 위에 새 공화국을 바로 세우면서 국헌을 준수하고, 나의 신명을 조국과 민족 앞에 바칠 것을 맹세한다"고 밝혔다.


1964년 신년메시지에서는 "군정을 종식시키고 새 공화국과 새로운 민주적 정부를 성공리에 수립한 뜻 깊은 해"라고 했고, 1967년 7월1일 취임사에서는 "우리 대한민국은 탄생한 지 얼마 안 되는 신흥국가"라고 말했다. 1973년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우리가 유구한 민족사의 정통성을 계승해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지 4반세기가 되는 날"이라고 했고, 1978년 신년사에서는 "새해는 정부수립 제30주년"이라고 하는 등 주로 정부 수립을 강조했다.

‘건국’이라는 단어는 1968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등장한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일제 침략 하의 36년간이 우리에게는 고난과 압제가 강요된 민족 수난의 암흑기였다면, (1945년) 광복 23년간의 우리 대한민국 '건국사'는 거듭된 좌절과 시련을 거쳐 조국 근대화의 성년기를 맞이하는 국가 재건의 시대였다"고 말했다.

YS, "상해임정 대한민국 뿌리" 강조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2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국민이 국정의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 정부를 출범시킨 지 서른 네돌", 1988년 신년사에서는 "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한지 꼭 40년이 되는 금년"이라고 밝혔다.

다만, 1984년 국회에서의 국정연설에서는 "건국 초기부터 집권자가 당초에 약속된 임기를 마치고 평화적으로 정부를 이양했더라면, 우리는 지금쯤 어떤 강풍에도 흔들리지 않을 튼튼한 민주정치를 뿌리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의 제1공화국 정부는 개인적인 장기집권을 기도하다가 타율의 힘에 의해 전복됐다"고 비판했다. 1948년부터 시작된 제1공화국을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본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8년 2월25일 취임사에서 "민주정부를 세운 지 40년"이라고 말했다. 같은 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일제 식민통치의 압제로부터 벗어난 해방의 날을 맞은 지 43년, 이 땅에 민주공화국을 세운 지 40년을 맞았다"라면서 "민족자존을 바로 세우려는 온 겨레의 열화 같은 의지가 응집돼 세워진 이 웅장한 독립기념관에서 '광복'과 '건국'의 참뜻을 오늘에 완수할 것을 온 국민과 함께 다짐하게 된 것을 뜻 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1945년 광복과 1948년 건국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일하게 1948년 8월15일을 ‘건국일’로 보지 않은 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 때마다 1948년보다 1919년을 강조했다.


취임하던 해인 1993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 3·1 운동을 계기로 수립된 세 곳(서울, 노령, 상해)의 임정이 통합된 단일 민주정부다. 민주공화정을 표방하고 3권 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리를 도입해 대한민국의 법통을 세웠다. 애국선열들은 이국땅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세워 근대국가의 주춧돌을 놓았다”며 “자유, 평등, 인권이 보장되는 민주공화국 건설에 나섰던 것이며, 새 문민정부는 이 같은 임시정부의 빛나는 정통성을 이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1994년 광복절 때는 ‘제2의 광복’을 얘기했고, 이후에도 경축사에서 “광복 ~주년”만 언급했을 뿐 1948년 건국과 관련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취임 첫 해부터 '역사 바로 세우기'를 강조한 김 전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담화문 등 각종 연설문에서 '제2의 건국'을 자주 얘기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93년 6월3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문에서 "우리가 건설하려는 '신한국'은 7천만이 하나가 되는 평화적으로 통일된 조국"이라며 "홍익인간의 건국이념과 인본주의의 민족문화가 활짝 펼쳐지는 사회로, 신한국을 향해 우리 모두 '제2의 건국'을 한다는 각오로 함께 전진하자"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말한 첫 번째 건국은 서기전 2333년 고조선 건국이었다.

▲CNB가 입수한 1998년 광복절 사면 발표문. '대한민국 건국 50주년을 맞이하여 건국기념일인 8.15자로 사면을 단행하였다'고 기록돼 있다.(자료출처=법무부)

DJ, '8.15=건국기념일' 공식화

1948년 '건국'을 가장 많이 강조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정권은 실은 김대중 정부였다. 김 전 대통령은 1998년 2월25일 취임사에서 "정부수립 50년 만에 처음 이루어진 여야 간 정권교체를 여러분과 함께 기뻐하면서 온갖 시련과 장벽을 넘어 진정한 '국민의 정부'를 탄생시킨 국민 여러분께 찬양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같은 해 6월 '대한민국 정부수립 50주년 인터넷 홈페이지 인사말씀(건국 50주년을 역사의 전환점으로)'을 통해서는 "올해로써 건국 50주년을 맞았다"고 했고, 8월14일 '대한민국 50년-우리들의 이야기전 개막식 말씀'에서는 "대한민국 건국은 공산주의자들의 극단적인 반대 속에 이뤄졌다"며 1948년 건국을 확인시켰다.


그해 광복절 경축사에는 '정부수립 50년, 제2의 건국' 등 단어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 김 전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를 '대한민국 50년 경축사(제2의 건국에 동참합시다)'로 정한 뒤 "광복 53주년 기념일이자, 대한민국 정부수립 50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정부수립 50주년을 맞이해 한강의 기적을 이룬 국민의 저력을 다시 모아 '제2의 건국'을 시작하라는 국민 여러분의 소리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건국 50주년'에 이어 8월15일을 '건국기념일'로 명명하며 대규모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또 자문기구로 제2의 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1998년 10월~2003년 4월)를 설립하는 등 누구보다 '건국'을 강조했다.


2003년 2월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올해는 한미동맹 50주년"이라며 "한미동맹은 우리의 안전보장과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우리 국민은 이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있다. 우리는 한미동맹을 소중히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58년 전 오늘,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에서 해방됐다. 그로부터 3년 후에는 민주공화국을 세웠다.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건설한 것"이라며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이러한 '해방'과 '건국'의 역사 위에서, 자유를 누리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수립된 지 55년"이라고 말했다.


2007년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62년 전 오늘, 우리 민족은 일본제국주의의 압제에서 해방됐다. 그리고 3년 뒤 이날, 나라를 건설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역시 '정부 수립'과 '건국'을 함께 사용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취임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10년 만에 '건국 60주년'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올해로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이라고 밝혔고, 같은 해 삼일절 등 각종 기념사를 통해 "건국 60주년"을 얘기했다.


광복절 기념식 때는 '제63주년 광복절 및 대한민국 건국 60년 경축사'라면서 "60년 전 오늘 바로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선포됐다. 5천년 한민족의 역사가 임시정부와 광복을 거쳐 대한민국으로 계승되는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15일 제70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출처=청와대)


'건국→교과서 논란' 자가당착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강조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광복절 경축사 때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건국'을 함께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13년 삼일절 기념사에서 "3·1운동은 식민지라는 척박한 토양에 우리 스스로 자주 독립의 기초를 만든 자랑스러운 역사"라면서 "그것이 임시정부 수립과 독립운동으로 전개됐고 마침내 조국의 광복과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귀중한 열매를 맺게 됐다"고 밝혔다.

그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오늘은 제68주년 광복절이자 대한민국 정부 수립 65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조국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순국선열과 건국을 위해 헌신하신 애국지사들께 경의를 표한다. 광복과 건국 이후, 역사의 굴곡 속에서도 우리 역사는 지속돼 왔고 오늘날 세계와 견줄만한 자랑스러운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제69주년 광복절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66주년"이라며 "제 꿈은 모든 국민이 행복한 희망의 새 시대를 여는 것이다. 그것이 조국의 광복과 건국을 위해 헌신한 선조들의 꿈이었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위해 애쓴 앞선 세대들의 꿈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한민국 제2 광복의 길을 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접적으로 '건국 ~주년'이라고 언급한 것은 지난 8월이다. 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늘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67년 전 오늘은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날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현재 정치권은 1948년 8월 15일 두고 '정부 수립'이냐, '건국'이냐로 '역사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처럼 전·현직 대통령들 대부분은 이를 혼용해서 사용했다.


하필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맞물리며 여야가 격론을 벌이는 과정에서 불거졌기 때문이다.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야권이 “1948년 8월15일이 건국일이라면 상해임시정부 법통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실은 이들이 집권했던 과거정부 때부터 ‘건국’이 강조돼 왔던 것이다.


반대로 1948년 8월15일을 ‘건국일’이라고 주장하는 여권 측 또한 과거에는 사실상 ‘정부수립일’에 더 무게를 뒀었다. 이런 점에서 현재 정치권의 모습이 결국 '자가당착에 빠진 이전투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CNB=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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