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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박근혜표 창조경제센터, ‘빛좋은 개살구’였나

“급해도 너무 급해”… 중소기업들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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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15.10.12 10:09:34

▲지난 7월 22일 박근혜 대통령과 유정복 인천시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참석자들이 인천대학교 미추홀타워에서 열린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년 간 전국의 18개 도시에 설치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과를 놓고 찬반 양론이 대립하고 있다. “이미 엄청난 성과를 거뒀고, 향후 전망도 확실하다”고 정부는 장담한다. 그러나 “투입된 비용에 비해 성과가 미미하다”며 ‘박근혜 대통령 의전용’으로 전락했다는 반론도 거세다. 과연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박근혜 정부의 치적으로 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4대강’ ‘자원비리’에 이은 또 하나의 ‘혈세낭비사업’으로 기록될까? (CNB=정의식 기자)

부처별 성과 돌려막기, 좀비기업 양산
혁신사업엔 고작 예산대비 5% 투자
대구 찍고 광주…메뚜기식 입주기업 등장
미래부·새누리당 “장기적 시각으로 봐달라”                      ”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제7차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9월 15일 대구 센터가 출범하고, 지난 7월 22일 인천 센터를 마지막으로 18개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전국 주요 도시에서 문을 열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경제과제인 ‘창조경제’의 전진기지로 설립 1주년을 맞은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

미래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창업보육기업 수는 391개에 달하며, 창업보육기업들의 매출도 193억 5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달 15일로 설립 1주년을 맞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 1년간 35개 벤처, 스타트업 기업을 발굴해 육성했으며, ‘C-Lab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화를 지원한 1기 업체 중 하나인 ‘월넛’, ‘이대공’, ‘람다’ 등은 벌써 매출이 발생했다. 

특히 월넛은 지난해 3000만원이었던 매출이 올해 무려 40배에 달하는 12억 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1기 16개 팀은 총 25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6일 출범 1주년을 맞은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역시 ‘1기 드림벤처스타’ 10개 기업을 지원한 결과 지난 1년간 19억 6000만 원의 매출이 발생했으며, 이 중 테그웨이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2015 세상을 바꿀 10대 정보기술’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8월 선발된 2기 드림벤처스타 기업들도 스탠다드에너지가 5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크레모텍이 신제품 3만대를 미국에 수출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외에 JB드론코리아는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멘토링과 자금연계 지원 등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2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으며, KPT는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와 공동기술 개발로 구슬모양의 새로운 화장품 ‘콜라겐 진주환’을 출시했다. 

대학생 기업 ‘텀퓨어’는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을 받아 ‘텀블러 세척기’ 시제품 제작에 성공, 롯데계열 커피전문체인에 납품을 논의 중이다. 드릴 전문 중소기업 ‘한국NSD’는 충남센터 무역존을 통해 터키에 올해 8월 4만 3500달러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상의 사례들만 놓고 보면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순풍에 돛을 단 형국이다. 하지만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도 적지 않다.

▲지난달 15일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송호창 의원이 조홍근 센터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복투자’ 좀비기업 양산 우려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점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업무와 역할이 기존 창업지원 관련 기관과 중복된다는 점이다.

이미 대한민국에는 벤처기업 창업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관련 기관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각 지역 테크노파크이고, 중소기업청 산하에는 창업지원단이 있다. 각 지역 대학들마다 창업보육센터가 있고, 그 외에도 지자체,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창업지원센터, 벤처센터가 허다하다.

그런 단체들을 두고 굳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느냐는 물음이다. 실제로 이같은 ‘중복투자’는 엉뚱한 ‘무임승차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송호창 의원은 지난달 14일 국정감사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지난해 이후 혁신센터 지원과 함께 다른 국가사업의 지원을 받은 기업이 24곳”이며 “이중 1억원 이상 지원 받은 기업은 13곳, 5억 이상 받은 기업도 4곳이나 된다.”고 밝혔다.

이들 24개 기업은 혁신센터 지원을 받으며 동시에 중소기업청, 산업부 등 다른 국가사업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혁신센터가 성과에 급급하다보니 기존 성과를 흡수해 재포장하는 꼴이 된 셈.

대표적으로, 미래부에서 주요성과 사례로 제시한 대전 혁신센터의 태그웨이는 유네스코의 ‘2015 세상을 바꿀 10대 정보통신기술 그랑프리를 수상했지만, 이 기업은 이미 첨단융합기술개발사업 명목으로 미래부에서 1억 5000만 원의 지원을 받은 바 있다.

비슷한 방식으로 미래부와 중소기업청의 4개 사업에서 총 8억 2800만 원을 지원 받았거나, 중기청과 산업부의 3개 사업에서 15억 2000만 원을 지원받은 업체들도 있다.

물론 개별 기업이 여러 지원 사업을 신청해 수혜자가 되는 것은 가능하더라도, 혁신센터 측이 여러 기관들의 지원 상황을 점검하며 중복지원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했어야 했다. 

하지만 혁신센터들이 성과주의에 급급하다보니 이미 정부가 지원했거나 지원할 가능성이 큰 기업들에 혜택을 주는 ‘안전빵’을 택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성과돌려막기’를 피하기 힘든 구조가 된 것.

이렇게 정부지원사업에 중복 선정된 기업들은 여러 부처의 성과로 공유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러다보면 정부의 실적이 과대포장되기 십상이다. 정부의 지원을 특정 기업들이 독식하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정부지원만 기대하는 좀비기업이 양산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같은 당 소속 우상호 의원도 국정감사에서 “광주센터에 서울과 경기, 안산 등 수도권 소재 기업이 입주해 있는 경우가 있다”고 따졌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6개월여 만에 다른 센터에 입주한 기업은 이달 계약을 해지했고, 광주센터 기업들은 지역 특화 분야(자동차)에 따라 입주가 유보되고 있는 사례”라고 해명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창조경제는 경제 전체 패러다임을 업그레이드하는 종합적 시도로, 지금은 마중물을 붓고 있는 단계”라며 “장기적 시각으로 지켜봐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달 14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년간 21.5조원 투입…‘제2의 4대강’ 되나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방불케하는 막대한 예산 집행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전병헌 의원은 지난달 7일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제출받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현재까지 창조경제 예산내역’에 근거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2013~2015년까지 창조경제 예산이 총 21조 5615억 원에 달한다”며 “이는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에 쏟아 부은 22조원에 육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갖가지 예산 낭비 사례도 지적됐다.

전 의원은 “2014년 배정된 예산 6조7000억 원 중 신규사업인 무한상상실 구축에 들어간 돈은 3900억 원에 불과하고, 2015년 총 예산 8조 중 신규사업인 지역아이디어 사업화 생태계 기반 구축에 들어간 돈은 3000억 원 뿐”이라며 “전체 5% 이하의 신규 사업을 가지고 창조경제 사업이라고 말해왔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센터 17곳에 3D프린터, 3D스캐너, 레이저커터 등 첨단시설이 들어섰지만 이들 장비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센터가 10곳에 달했다”며 불필요한 구색맞추기용 시설투자였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는 “6~7월 중 출범한 혁신센터가 본격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최근 장비 활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15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이 조홍근 센터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벌 기업들 “우리도 힘들다”

대기업들을 억지로 독려해 줄세우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송 의원은 “대기업들이 창조경제혁신센터 (업무를) 하느라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며 “사공이 너무 많고 개소식도 미래부가 정해서 하라면 하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이 참여해서 하라고 해놓고 미래부가 사업내용 발표까지 하겠다고 한다”며 “기업들 일인데 대통령이 지대한 관심이 있다며 미래부가 ‘숟가락 얹기’를 하고, 지자체는 정부가 우리 돈으로 생색낸다고 보고 있고, 정작 국민들은 센터가 뭐하는 곳인줄 모른다. 조급하게 혁신센터를 개소식하고 박람회나 행사를 하는 ‘보여주기’에 급급한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대기업 투자’에만 집중하면서 정작 초기 취지였던 ‘스타트업 기업 육성’에 맞지 않게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미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은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를 인용하며 “중소기업 대표들 중 96.4%가 창조경제 정책과 사업에 참여하거나 지원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센터장들이 대기업 출신으로 대거 채워지고, 직원들은 대부분 ‘계약직’으로 채워진 점도 대기업에만 의존하는 혁신센터의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의락 의원은 “전국 17명의 창조경제혁신센터장 중 11명이 해당 지역과 연관 있는 대기업 퇴직자 출신”이라며 “대기업 퇴직자들의 자리챙기기가 됐다. 센터장이 대기업의 시각을 갖고 있다면 스타트업 기업을 제대로 육성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우상호 의원은 “전국 혁신센터에 상주하는 근무자 중 계약직의 비중이 70%에 달한다”면서 “관계자한테 물어보니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데 정규직을 채용할 수 없다’고 했다. 정권 바뀌면 없어지겠다는 생각으로 추진하는데 일이 제대로 되겠냐”고 꼬집었다. 

‘대기업 위주’를 문제삼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앞으로 대기업이 연계돼 있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반론했다. 그는 “대기업도 앞으로 무엇을 먹고 살지 고민하고 있는 만큼, 대기업도 살리고 창업회사도 살리고, 대한민국 경제도 살리는 ‘윈윈’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최고의 경제통이자 박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잘 알려진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5일 국정감사에서 “‘창조경제’가 ‘혁신센터 개소식’처럼 행사로만 알려질 뿐 창조경제와 관련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정부가 제대로 확인조차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관련 분야마다 창조경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고 시범사업을 정부가 가시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그런 것이 없다보니 기업들도 우왕좌왕하고 국민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국민·언론·기업·학계·기술계 등이 구체적 내용을 알도록 커뮤니케이션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창조경제가 속도전을 내는 가운데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는데, 이 잡음은 결국 대통령이 속도를 조율해야 해결될 문제라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창조경제의 한계는 결국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얼마나 기초를 닦는냐에 달렸다. 단기적 목표달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현재의 속도전은 창조경제의 성패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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