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추석은 즐겁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 남녀나 수험생, 취업준비생 등에게 무심코 던지는 친척들의 추석 인사말은 덕담이 아니라 되레 명절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다. 또 복잡한 고속도로 교통상황을 감안해 역귀성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서울에서 추석 연휴를 즐기는 경우도 많다.
서울 여의도에는 이 같은 추석 연휴를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국회의사당이다. 국회 곳곳에는 수년 간 출입한 기자나 보좌관들도 잘 모르는 명소가 존재한다. CNB는 추석 연휴를 맞아 국회사무처(사무총장 박형준)가 추천한 국회경내 관람코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 명절 스트레스를 확 날리고 싶다면, '힐링(치유) 코스'
현재의 국회의사당 건물은 1975년 9월 1일 여의도에 자리 잡았다. 원숙한 중년의 나이다. 누군가를 위로 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국회에서 지쳐 있는 몸과 마음을 달래고 싶다면 메타세콰이어 길을 가장 먼저 돌아볼 것을 제안한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메타세콰이어 나무 옆을 지나면서 호연지기의 기상을 가슴에 품고 힐링코스를 시작해 보자.
국회의원들의 사무실이 있는 국회의원회관 앞은 ‘발전과 희망의 길’로 불린다. 이 길에는 스트로브 잣나무, 목련 나무 등이 심어져 있다. 나무들 사이에는 벤치(의자)도 있다. 이곳에 앉아 분수대와 드넓은 잔디마당을 바라보고 있으면 잡념을 잊게 된다.
국회의사당 앞에는 2005년 강원도 고성군에서 기증한 금강송(금강 소나무)이 있다. 금강송은 선비의 굳은 절개를 상징한다. 이에 따라 이곳은 ‘절개의 숲’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20여 종의 들꽃들이 함께 어우러져 보는 이들의 눈과 마음을 쾌적하게 해 준다.
국회를 바라보면서 우측에는 ‘사랑과 치유’의 의미가 담긴 의원동산이 있다. 올라가는 길목에는 2009년 4월 3일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한 129명의 의원들이 기증한 81종, 1만5000본의 각 지역 자생화와 수목으로 조성된 화단인 ‘화합의 꽃밭’이 자리잡았다. 여야의 화합과 국민통합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솔향기를 맡으며 느티나무 사이에 있는 전통한옥인 사랑재를 보고 있으면 고즈넉함이 느껴진다.
의원동산 옆 쪽의 ‘사색의 길’ 벤치에서는 책을 읽으면 좋다. 독서를 마치고 새소리를 들으며 나무계단을 내려오면 어느 새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국회도서관 앞에는 ‘숲 속 도서관’이 있다. 누구나 책을 꺼내 보는 것이 가능하다. 근처 야외음악당에서는 은은한 선율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곳곳에 전시돼 있는 조각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 하고 싶다면, '연인코스'
연인 코스는 숲속 도서관부터 시작한다. 가을 문턱을 넘어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벤치에 앉아 책을 읽기 좋은 날씨가 됐다.
국회도서관을 바라보면서 우측에는 연인의 대표 약속장소인 시계탑이 있다. 연꽃 사이사이로 잉어들이 헤엄치는 연못 옆에 세워진 ‘무한시공’이다. 무한하고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연인들이 즐겨 찾는 데이트 명소다.
사랑재는 한옥마을 데이트를 즐기고 싶은 연인들에게 눈요깃거리다. 국회 직원 중에서는 의원동산에서 야외 결혼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사랑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면 추억이 된다.
옥상정원에서는 한강이 내려다보인다. 상수리나무 아래를 지나가면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식물들이 심어진 정원이 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정겨움을 더한다.
국회의사당의 상징 중 하나는 분수대다. 국제 규격 축구경기장 4개를 합친 것보다 크다는 잔디광장(3만135㎡)의 한복판에 있다. 동물의 형상이 물을 내뿜는 분수대 중앙에 ‘평화와 번영의 상’이라는 동상이 눈에 띈다.
국회 해태상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해태는 시비와 선악을 알고 판단한다는 상상 속 동물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삶의 지침을 알려준다고 한다. 국회의 해태상은 암수 한 쌍이다. 1975년 의사당 준공 당시 해태상 기단 아래 포도주(와인)를 묻었다는 얘기가 있다. 준공 100년 후인 2075년에 열 계획이다. 해태상을 기증한 인사는 당시 해태제과 공업주식회사의 대표인 박병규 사장이다. 해태상 뒤에는 박병규 사장이 1975년 8월 15일에 기증했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양쪽 해태상 사이의 반송은 올해 60년이 됐다. 우산처럼 잘 정돈된 반송은 좀처럼 보기 힘든 귀한 나무다.
◇ 이 밖에 숨겨져 있는 국회의 명소들은
국회의 역사를 기록해 놓은 헌정기념관 앞도 볼만하다. 헌정기념관 우측에는 ‘국민과 함께 하는 민의의 전당’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간판석이 있다. 2008년 4월 국회사무처가 2억 원을 들여세웠다. 애초 국회의사당 후문 앞에 있었다가 간판석 모양이 남근석을 닮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1년 만에 철거, 이곳으로 옮겨졌다. 시각에 따라 선사시대 석기를 들고 있는 인류의 형상과도 닮아 보인다.
국회도서관 앞에는 타임캡슐이 묻혀 있다. 2012년 개관 60주년을 맞아 당시 유재중 국회 사무총장 등이 100주년인 2052년 개봉을 목표로 땅 속에 묻어 뒀다. 도서관 입구의 인공폭포 소리는 시원하다.
‘사색의 길’로 올라가는 길목(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과 국회의사당 뒤쪽에서도 볼 수 있는 해태상, 국회 운동장, 옥상공원 다리를 건너는 재미도 쏠쏠하다. 의사당 외부에는 높이가 32.5m에 이르는 24개의 기둥이 있다. 24시간 내내 국정에 집중하라는 의미가 담겼다고 한다.
국회 곳곳의 포인트도 눈길을 끈다. ‘화합의 꽃밭’(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대한민국 국화인 무궁화 꽃밭도 기념사진을 찍기에 최적의 장소다. 간혹 잔디광장 반송 근처에서 토끼를 볼 수도 있다. 본관 계단 양 옆 동상의 이름은 ‘애국애족의 군상’이다.
아직 제대로 물들진 않았지만 11월 초순부터 노란 옷을 입는 국회 내 은행나무 거리는 최고의 경관이다. 의원동산 쪽에는 가을을 대표하는 감나무와 밤나무 등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단풍잎이 붉게 변한 뒤 옥상공원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감탄사를 불러일으킨다.
국회의 야경은 경내 관람의 화룡점정을 찍는다. 다소 낡아 보이는 의사당의 돔형 지붕은 밤이면 조명을 받아 푸른색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올해 추석연휴는 날씨가 화창해 전국 어디에서든지 초대형 보름달(슈퍼문)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추석 당일인 27일 서울에서는 오후 5시50분에 달이 뜬다. 이날 자정께 국회 해태상을 뒤로 하고 추석 슈퍼문을 보며 남들에게 말 못할 소원을 빌어보면 어떨까. (글·사진 CNB=최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