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의원 선거 정당별 득표율.(사진=선관위 홈페이지 갈무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이병석)가 23일 우여곡절 끝에 열렸지만 여야는 또 다시 빈손으로 헤어졌다.
정개특위의 최대 쟁점은 비례대표 의석수다. 최근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의 ‘지역구수 244∼249개 범위 내 결정’ 발표를 계기로 비례대표 의석수는 선거구 획정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특히 인구 비례에 따라 권역을 나눈 뒤 그 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분배하는 방식인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놓고 여야의 대립이 팽팽하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반대 입장인 반면,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은 적극 찬성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전체회의에 이어 선거법심사소위에서도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놓고 신경전만 벌이다 결론을 내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현재 300명인 의원정수 증가를 반대하면서 비례대표 축소 가능성을 거론, 농어촌 지역구를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 축소는 안 된다고 맞섰다.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은 “의원정수는 300명을 유지하되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농어촌 지역구는 가급적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민식 의원은 “야당에서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해야 된다고 하는 본심은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달라는 것”이라며 “그러나 국민 여론은 오케이(찬성)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박범계 의원은 “국가균형발전이 국회의원 지역의석수로만 지켜질 수 있는 가치인지 자문해봐야 한다”며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를 지지했다.
같은 당 신정훈 의원은 “솔직하게 의원정수를 논의하자”며 의원수 증가를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여야가 이같이 다른 의견을 보이는 것은 정치적 손익계산과 무관치 않다. 2012년 19대 총선 결과를 보면 전체 246명의 지역구 당선인에서 새누리당은 127명,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106명이 국회에 입성했다.
정당별 득표율로는 새누리당 42.8%, 민주통합당 36.5%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은 지역구 127석과 비례대표 25석을 더한 152석(50.7%)을, 민주통합당은 지역구 106석에 비례대표 21석을 합친 127석(42.3%)을 가져갔다.
일각에서는 정당득표율 50%를 얻지 못한 새누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반대로 국회의원은 정당 지지도도 있지만 개인별 지지도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지난 4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 정개특위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여당에게 불리하고 야당에게 다소 유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19대 총선에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면 새누리당은 호남에서 4석을 얻는 반면, 영남에서 10석 이상이 줄어든다. 새정연은 호남지역에서 5석을 잃지만 영남에서 15석 이상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면적으로 여당은 농어촌을 강조하고 야당은 지역주의 타파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나, 실상은 ‘의석수 지키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병석 정개특위 위원장은 최근 CNB와 서면인터뷰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우리나라 정치발전과 혁신을 위해 필요하고 합리적으로 보인다”며 “수용 여부는 여야 위원들의 논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여야가 한 치 양보 없는 싸움을 벌이면서 선거구획정위가 국회에 선거구 획정안을 제출해야 하는 다음달 13일 이전까지 정개특위가 획정 기준 합의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CNB=최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