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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뷰] 국감 13일째…증인 놓고 고성·호통 '점입가경'

해마다 되풀이되는 구태 "올해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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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서윤기자 |  2015.09.22 17:54:52

지난 10일부터 시작한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이번 국감에서도 정치권은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국감 역사상 최초로 재벌 총수가 증인으로 등장했지만 여야 의원들이 막상 면전에서 온순한 모습을 보인 점, 증인 문제로 상임위가 파행된 점 등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1일 국회 4~6층 사이 국정감사장 앞에서 대기 중인 관계자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몇 시간씩 기다리고 있거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한쪽 구석에서 엎드려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사진=최서윤 기자)


고성 오간 정무위, 막상 신동빈 앞에선 ‘온순’

17일 열린 정무위원회 국감은 국민적인 관심을 끌어 모았다. ‘형제의 난’ 이후 주목 받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기 때문이다. 10대 기업 회장의 증인 출석은 국감 역사상 처음이었다. 

앞서 7일 정무위에서는 신 회장의 증인 출석 문제를 놓고 고성까지 오갔다. 신 회장의 증인 채택에 합의한 여야는 출석일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야당은 신 회장을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일(9월 17일)에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고, 여당은 종합감사일(10월 6일)에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정우택 정무위원장이 신 회장을 종합감사일에 부르려는 이유를 설명했고,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새누리당 정무위 간사인 김용태 의원과 몸싸움 직전까지 갔다. 정무위는 파행 됐고 우여곡절 끝에 신 회장은 17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었더니 별다른 것이 없었다는 것이 정무위를 지켜본 이들의 총평이다. 재벌의 잘못된 지배구조를 바꾸겠다며 앞 다퉈 큰 소리로 질책할 것 같았던 여야는 신 회장을 한국어 못하는 외국인 다루듯 배려했다. 고압적인 자세로 “증인”을 외치며 ‘문어발식 경영’, ‘일감 몰아주기’ 등을 확실하게 꼬집는 모습은 연출되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은 하나같이 “롯데는 국민기업”이라며 “앞으로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의원들이 신동빈 회장 앞에서도 저자세를 보이는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앞에서 과연 어떻게 할까”라는 비아냥거림도 나왔다. 

정우택 위원장은 이날 국감 시작과 함께 “(롯데그룹은) 식품부터 유통, 관광, 문화까지 우리 국민들과 함께 성장한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치켜세웠다. 

신동우 의원은 롯데의 ‘왕자의 난’을 지적하기 위해 삼성을 호평했다. “최근 삼성그룹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문제가 생겼을 당시 외국계 펀드회사가 삼성의 경영권을 위협하자 국민들이 삼성을 지지하며 보호에 나섰다. 그 결과 삼성의 합병이 성공할 수 있었다”며 “만일 삼성이 경영권 분쟁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면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석 의원은 아예 대놓고 “일본그룹이냐 한국그룹이냐는 별로 의미가 없다”며 “그 나라법에 따라서 그 나라에 투자하고 고용 많이 하고 세금 많이 내고 사회공헌을 더 많이 하면 그건 그 나라 기업이다. 자본의 자유화시대에, 글로벌 세계화시대에 그거를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영환 의원은 “롯데는 국민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생활과 가까이 있었고 국민의 자부심”이라고 말했고, 김태환 의원은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은 일본에 맨몸으로 가서 돈 한푼 없이 우유 배달 등으로 신용을 쌓고 일본인의 돈을 투자 받아 기업을 시작했다고 들었다”며 감성을 자극했다.  

박대동 의원과 신학용 의원은 자신들의 질문에 사과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박 의원은 “한국인으로서 한국 기업을 운영한다고 했는데 한국과 일본이 축구를 하면 누구를 응원할 것이냐”며 한일전 축구 응원 여부를 질문했다. 신 의원은 “계양산에 펜스를 쳐서 시민들이 못 들어가게 하고 있다. 시민들 쉼터에 계속 골프장 하겠다고 고집할 것이냐”라며 지역구 민원을 언급해 논란이 됐다. 

두 의원은 다음날 “긴장되고 딱딱한 분위기에서 따질 것은 따지되 편안한 가운데서 토론하는 자리를 바라는 의미였다”, “골프장 건설을 중단하라는 게 아니라 계획된 것을 다르게 하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고 각각 해명했다. 

증인 채택 과정에서 언성을 높였던 강기정 의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강 의원은 “막상 증인으로 나와서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들에게 질의를 받고 답변하고 하니까 롯데로서는 기회라고 생각하시죠. 오늘 출석해서 얻은 것이 많을 것 같다”며 “언어 구사에 불편함이 없다는 걸 알렸고, 형제의 난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바뀌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날 국감에서 “숫자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신 회장의 답변에 누구도 기존 국감장에서처럼 “숫자 하나도 못 외우냐”고 면박을 주는 의원은 없었다. 오히려 “범위 내에서 다 했다”는 말을 존중하며 “오케이”를 말하거나, “신 회장님 모친 되시는 하츠코 여사가 가진 10%를 비롯해 자료는 다 있지만 여기선 (지분 구조를) 밝히진 않겠다”며 선심 쓰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21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여야가 증인 채택에 합의하지 못해 파행됐다. 사진 오른쪽은 증인으로 출석했다가 파행된 국감장에 앉아 있는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장.(사진=최서윤 기자)


상임위 운영의 정석, 복지위마저도… 

그동안 별다른 잡음이 없어 ‘상임위 운영의 정석’으로 꼽히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1일 증인 채택 문제로 파행됐다. 

복지위는 이날 지난 여름 온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국정감사’를 열 계획이었다. 여야가 메르스 사태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을 대상으로 집중질의하겠다며 별도로 개최한 국감이었다. 하지만 신경전만 벌이다 등을 돌렸다. 

문제가 된 증인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김진수 청와대 비서관. 최 전 수석과 김 비서관은 여당이 반대했다. 문 전 장관의 경우 여야가 지난 17일 증인채택에 합의했지만 문 전 장관은 ‘7일전 증인 통보 요건’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실제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상 제5조제4항에 따르면, 각종 신청은 늦어도 보고 또는 서류 등의 제출 요구일이나 증인 등의 출석요구일 7일전에 송달 돼야 한다. 

야당 의원들은 회의 시작부터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증인 채택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여당 의원들은 이에 맞서면서 양측은 오전부터 공방만 주고받다가 시간을 낭비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은 “(핵심 증인이 불출석한)이런 상황에서 국감은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목희 의원은 “국감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청와대 전·현직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나오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반면 새누리당 이종진 의원은 “오늘 회의는 감염체계 개편 등을 다뤄야하는 자리”라며 “정부 증인을 비롯한 많은 증인들이 참석했다. (일부) 증인문제로 공전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같은 당 김기선 의원도 “이 문제로 파행하는 것은 국민들이 바라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춘진 위원장은 문 전 장관의 불출석 문제와 증인채택 합의를 위해 감사를 중지, 정회를 선포했다. 하지만 여야 간 양보 없는 설전 끝에 회의를 진행을 하지 못하고 결국 오후 5시15분께 산회했다. 

여당 간사인 이명수 의원은 “메르스 사태가 남긴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되는데도 결국은 아쉬운 얘기를 속기록에 남기게 됐다”고 밝혔다. 

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도 “복지위가 그동안 원만하게 상임위를 운영해 왔는데 전통을 어기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복지위 국감 파행으로 정진엽 복지부 장관, 장옥주 차관과 증인으로 출석한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장,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 등은 몇 시간을 앉아 있다가 한 마디도 못한 채 돌아가야 했다.  

국회 복지위 관계자는 이날 CNB와 대화에서 “며칠 동안 준비했다. 오늘 못하면 끝인데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춘천에서 메르스 의심환자도 생겼는데 관계자들 다 불러놓고 여야 간사들은 나몰라라 하면서 뭐하는 것인지 한숨만 나온다”고 쓴소리를 남겼다. 

(CNB=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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