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 출신인 금태섭 변호사는 12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마약 사위 논란과 관련, “신분이나 가족관계가 어떻든 처음 적발된 마약 투약 사범이 구속됐다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석방된 것이 비정상적인 일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금 변호사는 전날에 이어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 검사 시절 마약사범을 단속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초임검사이던 90년대 중반에 서울동부지검에서 마약사범 단속을 해서 수십 명을 구속기소한 경험이 있다”며 “(마약사범으로 붙잡힌)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를 조사 한 적이 있었는데 매형이 판사였다”고 소개했다.
금태섭 변호사에 따르면 검사 시절 매형이 판사인 마약사범을 조사했고 가족인 판사와 통화도 했지만, 가족 또한 마약사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재판에도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는 “(김무성 대표의 사위 논란이)어느 경우인지 저로서는 확실히 알지 못한다”면서 “ 다만 재판 결과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통상적인 예를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집행유예 선고나 검찰이 항소 하지 않은 것만을 놓고 첫 번째 경우라고 단정해서 비난하는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느 편에 대해서나 같은 잣대로 이야기를 할 때 그 지겨운 진영논리를 벗어나고, 야권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여권 지지자들을 포함한 국민들로부터도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무성 대표의 사위 논란과 관련한 금태섭 변호사의 페이스북 전문.
‘조금 긴 설명’
어제 쓴 글의 내용이나, 글을 쓴 의도에 대해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서 조금 길게 설명을 드립니다.
마약을 투약한 김무성 대표의 사위를 구속해서 기소한 곳은 서울동부지방검찰청입니다.
저는 초임검사이던 90년대 중반에 바로 그곳 서울동부지검에서 마약사범 단속을 해서 수십명을 구속기소한 경험이 있습니다.
(원래 초임검사가 마약 사건을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우연히 정기인사가 나서 선배 검사 대부분이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는 날 황당무계한 첩보가 들어오면서 제가 수사를 맡게 된 것인데... 매우 재미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너무 길어지니 이 부분은 일단 패쓰)
대단히 중요한 사건을 수사했던 것도 아니고, 그 이후 마약 사건을 전담한 일도 없지만, 이때 상당히 많은 수의 마약 사범을 구속해서 당시 9시 뉴스에 사건이 보도되기까지 했으니 마약 사건의 수사, 재판 관행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전문지식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어떤지 몰라도 당시까지만 해도 마약 사건 수사 중에 최고로 치는 것은 제조업자를 잡는 거였습니다. 흔히 "공장을 깬다."라고 하는데, 오랜 기간의 첩보 수집과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물론 언론에 더 크게 보도되는 것은 연예인 마약 사건입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공장을 깨면 겨우 박스기사로 실리는데, 연예인 투약 사범 1명만 잡으면 스포츠신문 1면에 대문짝만하게 난다.'는 것이 수사 현장에서의 농담 섞인 푸념이었습니다. 이 당시 제가 구속한 사람들은 대부분 소규모 판매상이나 투약사범이었습니다. 전설의 마약 검사인 하일부 검사 시절부터 시작해서 마약 수사 얘기를 하면 또 매우 재미있는데... 역시 길어지니까 이 부분도 패쓰)
난생 처음 히로뽕이라는 것을 직접 보고, 밤을 새워서 마약 사범들을 추적하면서 아슬아슬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았는데 역시 다 패쓰하고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약을 혼자서 제조해서 투약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물론 대마 같은 것을 집에서 재배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마약 사범 1명을 잡으면 보통 줄줄이 사탕식으로 판매자 또는 함께 마약을 투약한 사람을 계속 검거하게 됩니다. 이때 수십 명을 단속한 것도 그런 경우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에 마약 투약 사범 1명을 체포해서 조사를 했습니다. 젊은 사람이었는데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였습니다.
함께 투약한 사람의 진술이 있었고 소변 검사도 양성이고 본인 스스로도 히로뽕을 투약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달리 조사할 내용이 많지 않았습니다. 조서를 정리하면서 피의자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갑자기, "검사님, 000판사님 아세요?"하고 물어봤습니다.
"모르는 분인데, 왜 그러세요?"하고 답을 했더니 자기 매형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오, 판사 처남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무심결에 '아니, 왜 그런 얘기를 미리 안 했어요?'라고 말을 하려다 생각해보니, 그 얘기를 미리 들었다고 해서 달라질 일도 없겠고 혹시라도 피의자가 오해를 할까봐 그냥 "그러세요?"하고 말았습니다. 찾아보니 법조 경력이 저보다 10년 이상 선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조사를 마친 피의자를 구치감(검찰청 안에 있는 유치장)에 보내고 서류를 정리하고 있는데, 사무실로 전화가 왔습니다. 그 판사였습니다. 그때 시간이 새벽 서너시였습니다. 피의자가 잡혀간 사실을 알게 된 그의 아내가 놀라서 오빠인 판사에게 전화를 했을 것이고, 그 판사는 검사실 전화번호를 수소문해서 전화를 했을 겁니다.
전혀 안면이 없던 그 판사는 매우 정중하게, 수사 중에 이런 전화를 걸어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하면서 그 피의자와 자신의 관계를 밝히고 어떤 일로 체포되었는지 물었습니다.
원래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체포하거나 구속하면 가족에게 그 사유를 통지해줘야 합니다. 밤중에 잡혀온 이 피의자의 경우도 다음날 통지를 해줄 예정이었습니다. 따라서 판사든 아니든 체포된 사람의 가족이 수사기관에 전화해서 왜 잡혀갔느냐고 묻는 것은 당연히 정당한 일이고, 문의를 받은 사람은 사유를 알려줘야 합니다.
그 판사는 후배인 저에게 깍듯이 예의를 갖추었지만, 목소리 한 구석에는 '뭐 대단한 죄를 저질렀기에 사람을 한밤중에 잡아갔느냐'는 어조도 묻어났습니다. 사실 시장에서 장사를 하면서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갑자기 체포될만한 일을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저는 담담하게 "향정신성의약품단속법위반입니다."라고 답을 했습니다. 수화기 저쪽에서 '헉'하는 느낌이 났습니다. 그 판사는 말을 더듬으면서, "아니, 그럴 사람이 아닌데요."라고 말을 했습니다. 저는 다시 히로뽕 양성반응이 나왔고 본인도 자백했다고 알려줬습니다.
1-2초 침묵이 흐른 뒤 그 판사는 다시 냉정을 되찾았습니다. 역시 대단히 정중한 어조로, 사유를 알려줘서 고맙고 가족으로서 전화를 한 건데 수사 중에 방해를 받았다면 미안하다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 이후로 그 판사와 연락을 주고받은 일은 없습니다.
판사의 처남인 그 피의자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영장이 발부되어서 구속됐고, 재판을 받았습니다.
그 피의자보다 먼저 재판을 받았던 사람들 중에 투약 사범들은 거의 대부분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고, 판매상들은 사안에 따라서 실형도 받고, 때로는 집행유예로 석방되기도 했었는데, 그 친구도 전혀 차이가 나지 않는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얘기를 길게 드린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첫째는 마약 사범에 대한 인식은 일반 범죄와 다르다는 겁니다. 만일 그 피의자의 혐의가 다른 것이었다면, 그 판사가(물론 가족의 입장에서겠지만) 굳이 한밤중에 체포해야 했느냐고 물었을 수도 있고, 피의자의 형편을 들어 선처(?)를 부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히로뽕을 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마약 사범에 대해서는 시쳇말로 '봐달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두번째로는 이러나저러나 초범인 마약 투약 사범에 대한 양형은 대체로 집행유예라는 겁니다. 저도 당시에 마약 수사를 처음 해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양형을 유심히 봤는데, 판사 처남인 이 친구를 포함해서 전과가 없는 사람들은 거의 전원이 집행유예로 석방되었습니다. 담당 검사였던 저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항소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제 쓴 글은 이런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린 겁니다.
수사나 재판의 공정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김무성 대표 사위의 마약 사건은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로는 집권당 대표가 어떤 방식으로든지 수사나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경우입니다. 이때는 당연히 진상을 밝혀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그런 일이 없었을 때입니다. 이 경우에도 정치인으로서 김무성 대표는 현실적으로 큰 타격을 받겠지만, 나서서 그를 비난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딸이 마약 전과자와 결혼했다고 해서 아버지를 비판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어느 경우인지는 저로서는 확실히 알지 못합니다. 다만 재판 결과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통상적인 예를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집행유예 선고나 검찰이 항소 하지 않은 것만을 놓고 첫 번째 경우라고 단정해서 비난하는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인 맥락에서 볼 때도 이 사건은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첫째는 우연히 이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경우이고, 두 번째는 여권 내부의 어떤 암투나 권력투쟁 과정에서 이 사건이 일부러 흘려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저는 어느 쪽인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어떤 경우이든 정확한 대응을 위해서는 객관적인 상황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것을 모두 떠나서, 어떤 일에 대해서 가치 판단을 하고 칭찬이나 비판을 하려면 무엇보다 그 잣대가 우리 편에 대해서나 상대편에 대해서나 공정해야 합니다.
김무성 대표의 사위가 마약을 투약했는데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것이 부당하게 가볍다고 비난하려면, 같은 일이 야당 정치인 가족에게 일어났을 때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신분이나 가족관계가 어떻든 처음 적발된 마약 투약 사범이 구속되었다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석방된 것이 비정상적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편에 대해서나 같은 잣대로 이야기를 할 때 그 지겨운 진영논리를 벗어나고, 야권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여권 지지자들을 포함한 국민들로부터도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런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일회적인 사건을 놓고 상대방을 비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패쓰한 마약 수사에 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은 나중에 시간이 있을 때 한번 써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