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뉴스텔링] 사법시험 폐지냐 유지냐…제 눈 찌른 여야 어쩌나

여야, 과거 합의통과 원죄…지금은 재개정론 봇물

  •  

cnbnews 최서윤기자 |  2015.09.08 15:19:25

오는 2017년 사법시험(사시) 폐지를 앞두고 존치론자와 폐지론자들 간의 대립이 첨예하다.
사회적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왔다. 사법시험 존치 여부의 최종 종착지는 국회다. 여야는 앞 다퉈 사법시험 유지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관련 세미나도 한창 진행 중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최대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참여정부 시절 친노계가 발의했다는 점에서 야권에선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CNB=최서윤 기자)

17대 국회서 여야 빅딜 산물로 기형적 탄생
로스쿨 병폐 만발…‘개천서 용 나온다’ 옛말
과거 법안 주도했던 새정치연합 ‘자중지란’
2017년 사시 폐지…이번 국감 핫이슈 부상

사시 존립 문제는 오는 10일 법무부를 시작으로 진행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의원들은 김현웅 법무부 장관에게 사법시험 존치 의견을 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선발 인원을 줄이더라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시 폐지 법안은 태생부터 뿌리가 약했다. 2007년 7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로스쿨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시는 2017년까지만 유지키로 했다. 수십 년 동안 사시를 시행하면서 ‘고시 낭인’ 등이 양산된 데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당시 여야 합의로 통과된 이 법안은 사학법 개정과 맞교환하기 위해 졸속으로 이뤄진 여야 간 ‘빅딜’의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법안 통과 직후부터 법대생들이 헌법소원을 내는 등 반발이 컸다. 이미 ‘합의 통과’의 원죄가 있는 17대 국회(2004~2008년)는 이를 도외시했고, 18대 국회(2008~2012년)도 눈치를 봤다. 비교적 ‘원죄’에서 자유로운 19대 국회에 이르러서야 재개정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달 서울 신림동 고시촌 입구의 모습. 대형서점이 없어진 자리에 편의점이 들어서 있고, 예전과 달리 한산해졌다.(사진=최서윤 기자)

CNB가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확인한 바에 따르면,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고도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는 내용의 법안을 가장 먼저 발의한 인사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이다. 

법사위원장을 지낸 박 의원은 지난해 1월 변호사예비시험을 합격한 사람이 대체법학교육기관을 통해 대체법학교육과정을 이수한 경우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법시험 유지 법안을 낸 인사는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이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함 의원은 지난해 3월 사법시험제도를 유지하고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사학위과정에 재학 또는 휴학 중인 사람과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사람 역시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 달 뒤에는 중앙대 법대를 나온 새누리당 노철래 의원 역시 ‘사법시험법’에 따른 사법시험을 계속 실시하는 내용의 법안을, 김학용 의원은 12월에 같은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검사 출신인 김용남 의원은 같은 해 9월 현행 사법시험 선발과 사법연수원교육에 의한 법조인 양성제도를 계속 실시하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 6월에는 서울 신림동 고시촌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이 사법시험 존치를 내용으로 하는 변호사시험법과 사법시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로스쿨, 돈스쿨·음서제로 전락" 비판 제기돼

이들이 앞 다퉈 개정안을 낸 데는 사시의 대안으로 제안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병폐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로스쿨은 2007년 참여정부가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모아 전문성 있는 법조인을 길러낸다는 목적으로 2009년부터 도입한 제도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는 달리 연간 로스쿨에 내는 평균 학비가 15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돈스쿨’, ‘현대판 음서제’ 등의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입학전형과정의 불투명성, 법조인 선발기준의 불명확성 등도 문제다. 애초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늘렸으면 됐다는 볼멘소리도 들렸다.  

사시를 폐지키로 한 2017년이 가까워질수록 정치권에서는 기존 법조계 인사들이나 법대를 졸업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사시 존치 움직임이 거세졌다. 

법안 통과 당시 야당이었던 새누리당은 물론,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관련법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더해 일부 국회의원들 자녀가 로스쿨 출신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법시험 존치 문제를 둘러싼 대립은 점점 격화되는 분위기다. 

오신환 의원은 최근 CNB와 인터뷰에서 “2017년에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로스쿨을 졸업한 사람만이 변호사가 될 수 있다. 로스쿨을 졸업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며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변호사예비시험을 합격한 후 대체법학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변호사시험을 칠 수 있도록 하는 등으로 경제적 약자도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8월 27일 오후 서울 계동 헌법재판소 입구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 대표들이 헌재 민원실에 헌법소원 청구 서류를 접수하기 전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새정치, 비노 vs 친노 “서로 네 탓” 

현재까지는 새누리당에서 법안을 발의한 건수가 더 많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에서도 비노(비노무현)계를 주축으로 로스쿨 도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법시험을 계기로 친노(친노무현)계와 비노계의 갈등이 증폭될 움직임도 나온다. 

앞서 법안을 발의한 박영선 의원도 비노계다. 여기에 조경태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사법시험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고 노무현 대통령도 대통령으로서의 길을 갈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든다”고 밝히면서 사법시험 존치에 힘을 실었다. 

변호사를 지낸 김관영 의원과 검사 출신의 박주선 의원은 잇따라 사법시험 존치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석현 국회 부의장은 사법시험과 로스쿨의 병행 필요성을 언급했고, 박지원 의원은 아예 “사법시험존치법안을 법사위에서 꼭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박혜자 의원은 6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15개 사립 로스쿨 등록금 및 장학금 현황 자료를 근거로 사립 로스쿨들이 최근 3년간 등록금은 올리면서 장학금 지급은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로스쿨 설립 초기 일부 학교를 중심으로 50~70%를 기록했던 장학금 지급률은 대부분 4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4월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고시촌을 찾아 “잘 몰라서 그렇지, 로스쿨에서 그냥 (학비를 전액 내면서) 다니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장학금 제도가 잘 돼 있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을 상기시킨 셈이다.

의원 자녀 취업 특혜에 ‘로스쿨’ 악용 논란도
 
사법시험 존치 논의에 불씨를 제공한 원인 중 하나는 로스쿨 출신 국회의원 자녀들의 취업 논란이다. 

앞서 새정치연합 윤후덕 의원은 지역구에 소재한 LG디스플레이에 딸의 취업 청탁을 한 사실이 드러났고,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 아들은 정부법무공단 근무 이력에 대해 특혜 시비가 일었다.

그러나 지난 1일 새정치민주연합 윤리심판원은 윤 의원에 대해 ‘징계시효(2년)’가 소멸됐다며 징계안을 ‘각하’ 했고, 새누리당 중앙윤리위원회는 3일 김 의원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 ‘사실무근’이라고 밝히면서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대로 끝나는 듯 했지만 변호사 30여 명이 또다시 윤 의원에 대해 제3자 뇌물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길고 긴 싸움을 예고했다. 

법조계는 이미 양분됐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과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사법시험을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대표 권민식)’은 지난달 27일 “사시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이 평등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 헌법상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또 7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창종 재판관과 안창호 재판관의 아들이 로스쿨에 입학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자녀가 로스쿨에 다니는 헌법재판관이 주심이 돼 ‘사시존치 헌법소원’을 심리하지 못하게 해 달라고 청원했다.  

사시 존치 헌법소원이 제기되면서 이번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질문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사법시험 존치 움직임이 커지고 정치권에서도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가세하자 로스쿨 모임도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한국법조인협회 창립총회'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로스쿨 출신 변호사 500여 명은 4일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정욱)를 창립해 대응에 나섰다. 전국 로스쿨 학생협의회 이철희 회장은 “로스쿨 출신 국회의원 자녀들에 대한 특혜 의혹 제기는 사시 출신 변호사들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술수”라며 일부 국회의원들의 ‘사법시험 존치’를 주제로 한 연이은 공청회와 토론회에 유감을 표명했다.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최근 CNB와 대화에서 “7년간 로스쿨 운영 결과 당초의 로스쿨 도입취지는 달성된 것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서민들의 법조계 진입차단, 현대판 음서제라는 당초의 우려만이 현실화 됐다”며 “최근 국회의원들의 연이은 사시존치 토론회는 이러한 국민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기득권을 수호하려는 것은 오히려 로스쿨”이라고 반박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사법시험 출신인 한 변호사는 페이스북 대화에서 “나도 사법시험을 봤지만 존치론은 찬성하지 않는다”며 “로스쿨 제도를 돌이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그 바탕 위에서 해결해야 한다. 로스쿨을 안 나와도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있게 해 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법조계의 이 같은 다툼을 밥그릇 싸움으로 보기도 한다. 문제는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치열한 다툼을 벌이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해부터 발의된 사법시험 존치 법안은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에서 최대 현안이 될 사법시험 존치 문제를 정치권에서 빨리 결론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CNB=최서윤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