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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전략 밀월' 택한 朴대통령, 美중심 외교지도 바뀔까

[뉴스텔링] 대통령 中전승절 참석…北·美·日 균형추 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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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서윤기자 |  2015.09.01 08:50:09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11월11일 오전(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


오는 2일~4일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기간 중국의 항일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에 이어 군사 퍼레이드(열병식)까지 참관한다. 이를 계기로 동북아시아의 외교 지형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의 관계는 물론, 미국과 일본, 나아가 북한과의 관계 설정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CNB=최서윤 기자)

열병식 참관, 대 중국 관계 확장 
美-日 ‘신(新)밀월’ 지형변화 예고 
중국발 쇼크에 ‘두마리 토끼’ 잡기 

박근혜 대통령은 2일 한중 정상회담에 이어 3일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다. 가장 큰 관건은 한반도의 외교 지형 변화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미국을 우방 국가로 여겨 왔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 북한은 중국·러시아와 우방 국가라는 것은 정형화된 공식과도 같았다.

하지만 아베 정부의 계속된 역사 왜곡으로 인해 한일 관계가 불편해지고, 미국과 일본이 ‘신밀월 관계’로 가까워지자 박근혜 정부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하지만 중국은 우리나라와 가장 큰 교류를 하고 있는 나라다. 경제적 입장에서 따져 본다면 미국보다 긴밀한 관계인 셈이다. 

한국무역협회가 공개한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 통관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0대 무역국에서 수출국 1위는 중국이다. 비중만 봐도 25.4%다. 뒤를 이어 미국(12.3%), 일본(5.6%)이 차지했다. 중국은 수입국에서도 1위(17.1%)다. 일본은 10.2%, 미국은 8.6%를 기록했다. 

올해도 수출국과 수입국 1위는 여전히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양국 간 경제적 교류가 끊어지면 한국은 물론 중국도 타격을 받는다. 한중 교역량이 전년 동기보다 2.8% 늘어난 2354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양국 간의 상호의존지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 증시의 폭락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중국 성장률이 1% 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성장률이 최대 0.17%포인트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급격하게 정책을 전환할 경우 한국의 금융·산업 또한 요동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례로 올 여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는 중국 관광객을 대폭 감소 시켰고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박 대통령의 이번 전승절 참석 결정은 정치와 경제를 모두 고려한 행보로 평가 받고 있다. 
미국의 동맹 및 우방국 정상 가운데 우리가 유일하게 중국의 열병식을 참관한다는 점은 긴밀해진 한중 관계를 보여준다. 

열병식에는 시진핑 주석 등 중국의 전·현직 지도자와 박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외국 지도자와 정부대표 50여 명이 참석한다. 

특히 중국 외교부가 열병식에 참가하는 30개 나라의 수장을 소개하면서 박 대통령을 가장 먼저 언급해 이번 열병식 이후 달라질 외교 지형 변화에 촉각이 곤두선다. 

미국 국무부는 한국의 열병식 참석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편한 기색은 여전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심 추를 잘 잡는 것도 박근혜 대통령의 몫이다. 앞서 우리 정부가 중국 전승절 참석 발표에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정을 공개한 것도 미국의 정서를 감안한 조치인 것으로 풀이됐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13년 5월, 미국을 방문한 뒤 같은 해 6월 중국을 찾아 정상외교를 전개했다. 집권 하반기에는 반대 행보를 보였다. 9월에는 중국을, 10월에는 미국을 방문해 정상외교를 펼치는 것으로 균형 외교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때문에 이번 열병식 참석이 한미 동맹관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전문가인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은 CNB와의 대화에서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열병식을 참석 안 하기는 어렵다. 또 열병식 진행시 중간에 빠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방중에도 불구하고 한미 동맹관계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튼튼한 한미 동맹의 바탕 위에서 한중 간 전략적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계기로 한미 관계에 건전한 긴장을 조성하고 미국을 향해 한국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국의 전승절 기념행사 이후 한일 관계의 변화도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전승절 행사가 끝나면 상하이(상해)로 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재개관식’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이는 일본 아베 정부의 역사 왜곡에 대해 중국과 공조한 경고의 의미로도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도 뒷받침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29일 김을동 최고위원과 장정은 의원, 추궈홍(邱國洪) 주한 중국대사와 함께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광복 70년 기념 한·중 일제침략만행 사진 광화문 특별전’을 찾았다.

김 대표는 축사를 통해 “일본 정부는 용기 있는 결단을 통해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고 전쟁 피해자들에게 참된 용서를 빌어야 한다”며 “동아시아의 공동 번영과 평화를 위해 한·중·일 삼국이 함께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본 정부, 특히 아베 총리가 반성하고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중국이 내달 3일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위한 공식 리허설을 23일 오전 개최하면서 본격적인 열병식 모드에 진입했다. 사진은 리허설 마무리 직후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북중 혈맹도 흔들…대북 관계 바뀌나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대북 관계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오전 중국 전승절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후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 사건이 터졌다. 전 세계 이목이 북한에게 쏠렸다. 

다행히 남북 간 8·25 합의로 군사적 긴장이 풀렸고 한반도에서 대화 국면이 조성됐다. 박 대통령은 다음날인 26일 열병식 참관을 결정했다. 

열병식 참관과 관련해 청와대 정무특보인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CNB와의 대화에서 “최근 남북 대치상황에서 보더라도 동북아시아에서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충분히 숙고해 내린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중국 전승절 행사에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불참한다. 열병식에는 노동당 중앙정치국 위원인 최룡해 비서를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혈맹’으로 불리던 북중 관계가 예전과 달라졌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행사 전날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를 해결 지을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추궈홍 대사는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진행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의 비공개 면담에서 “중국은 조속한 6자회담 재개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추 대사는 박 대통령의 전승절 방중 때 양국 지도자 사이에서 북한 비핵화가 반드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배석한 김성수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이 내세우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통일대박론을 이루려면 중국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중국과 가까워질수록 북한의 태도가 달라진다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열병식 참관을 결정하고 3일 뒤인 지난달 29일, 북한은 오는 7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을 개최하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수용하는 등 전에 없던 모습을 보였다. 

중국은 여러 경로를 통해 박 대통령에 대한 극진한 대우를 예고했다. 그 동안 미국이 일본을 발판 삼아 중국을 견제했다면, 중국은 한국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을 견제하며 한중 간 외교·안보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이번 열병식이 얼어붙은 북중 혈맹관계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CNB=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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