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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북한 유감 표명… 아쉽지만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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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서윤기자 |  2015.08.25 20:30:50

“매설 안 했다고 치자, 목함지뢰가 북한 것은 맞잖아. 그 지뢰 때문에 사람이 크게 다쳤는데 최소한의 유감 표명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25일 새벽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해 협상이 타결되기 전날 한 취재원과 나눈 대화다.
 
지난 4일 경기도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의 목함지뢰가 터져 부사관 2명이 큰 부상을 당했다. 

우리 군은 이번 사고를 북한군의 ‘DMZ 지뢰도발 사건’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북측은 자신들이 매설한 것이 아니라며 강력 부인했다. 

남북 고위급 대표단은 나흘 동안 마라톤 협상을 했다. 팽팽한 줄다리기 협상 끝에 북한의 유감 표명이 담긴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보도문 2항은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했다’고 적시했다. 

정부는 북측의 유감 표명에 대해 사실상 사과라고 해석했다. 또한 북한이 문서로 유감 표명을 한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이날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북측이 우리 대한민국 정부에 북한을 주어로 해서 사과, 유감 표명을 확실하게 한 첫 번째 사례”라고 밝혔다. 

실제 북한은 1950년 이후 지금까지 2천여건 가까이 도발을 감행하면서 제대로 사과를 한 적이 없다. 몇 차례 유감 표명도 문서로는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이 사과했다고 알려진 2002년 제2차 연평해전에 대한 유감 표명은 북측 대표가 남측 대표에게 말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2010년 연평도 포격도발 때도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연평도 포격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 사실이라면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남의 말 하듯 했다.
 
때문에 이번에도 북한이 사과할 것이라는 기대는 거의 없었다. 다만 최소한의 유감 표명은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매설 여부를 떠나 지뢰가 북한군의 것이니 말이다. 

일상 생활에 연결시켜 봐도 북한의 사과는 당연지사다. 나로 인해, 혹은 내가 갖고 있는 물건으로 인해 누군가가 다쳤다면 그게 고의든, 아니든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 

고의가 아니라서, 상대방이 가해자가 누군지 모른다고 생각해서 사과를 하지 않고 버티면 서로 감정만 상한다.
   
이번 협상으로 인해 일촉즉발 위기에 놓였던 남북은 다시 휴전모드로 돌아왔다. 우리 측은 북측의 유감 표명을 받아 냈다. 북측은 자신들의 도발이라는 내용을 넣지 않았으니 서로 적당한 선에서 명분을 얻고 끝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남북 고위급 접촉의 북측 대표였던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은 조선중앙TV에서 “우리는 이번에 공동의 노력으로 북남관계 개선의 새로운 분위기를 마련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남측이 근거 없는 사건을 만들어 북측을 자극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어떤 주장을 하든 분명한 것은 북(北)측은 이날 준전시상태를 해제했고, 남(南)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는 점이다. 북한의 유감 표명이 아쉽지만 다행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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