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부터) 우리측 대표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 대표인 김양건 당 비서와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25일 오전 판문점에서 협상을 마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통일부)
나흘간 긴장을 거듭하며 이어진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남북 대표들은 25일 새벽 극적인 합의안을 도출했다. 우리 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고, 북측은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 같은 남북 협상 타결의 배경에는 김관진(66) 청와대 안보실장의 ‘뚝심’과 홍용표(51) 통일부 장관의 ‘논리정연함’이 통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2일 김 실장과 홍 장관은 북측 대표로 나선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와 남북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북한의 지뢰 폭발 사고를 계기로 우리 측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서부전선에서 포격도발을 감행했다. 협상에서 북측은 지뢰도발을 줄곧 부인했다. 양측은 타협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북측은 한쪽으로는 ‘준전시상태’ 협박을, 다른 한쪽으로는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며 화전양면(和戰兩面) 전술을 폈다. 새누리당은 이를 남남갈등을 유도하려는 의도라며 강경 대응을 요구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확성기 중단을 요구하며 대화를 고집했다.
일촉즉발의 전쟁 위험과 야당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남북 협상 테이블에서 북측의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낸 데는 김관진 실장의 활약이 컸다. 김 실장은 특유의 뚝심을 발휘해 협상 내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지 않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에 임명됐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도 유임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6월에는 국가 안보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되면서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거듭 확인했다.
이번 남북 협상 타결에서 북측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나선 것도 김 실장에게는 도움이 됐다. 동갑내기인 이들은 지난해 10월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처음 만나 오찬 회동을 한 바 있다. 이 같은 인연으로 두 사람은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 때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협상을 시작했다. 남북 협상 동안 큰 소리는 났지만 북측은 예전처럼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지 않았다.
김관진 실장의 뚝심과 더불어 큰 역할을 한 것은 홍용표 장관의 논리정연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일·외교 전문가인 홍 장관은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출신이다.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산하 통일비서관으로 근무하다 장관 자리에 올랐다.
홍 장관은 박 대통령의 통일 정책을 맡았다. 지난해 박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대박론’과 3월 독일 방문에서 ‘드레스덴 구상’을 발표할 때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홍 장관은 이번 남북 협상에서 북한의 지뢰도발과 포격도발의 부당성을 논리정연하게 지적하고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남북 고위당국자접촉 공동보도문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이 2015년 8울 22일부터 24일까지 판문점에서 진행되었다.
접촉에는 남측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장관, 북측의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참가하였다.
쌍방은 접촉에서 최근 남북 사이에 고조된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협의하고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1. 남과 북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내에 개최하며 앞으로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 나가기로 하였다.
2.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
3.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 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하였다.
4. 북측은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기로 하였다.
5. 남과 북은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앞으로 계속 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한 적십자실무접촉을 9월초에 가지기로 하였다.
6. 남과 북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