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맹희 명예회장이 1972년 삼성물산 부사장 시절 신입사원들과의 간담회 모습.(사진제공=CJ그룹)
이맹희(84) CJ그룹 명예회장이 14일 중국에서 지병인 암으로 별세하면서 그의 굴곡진 삶이 재조명 받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이자 이건희(73) 삼성그룹 회장의 형이다.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현(55) CJ그룹 회장과는 부자지간이다.
그는 1931년 경남 의령에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3남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962년 삼성화재의 전신인 안국화재에 입사한 뒤 1970년대 중반까지 삼성물산 부사장·중앙일보 부사장·삼성전자 부사장 등 초기 삼성그룹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하지만 이병철 창업주와 회사 경영 방식을 놓고 대립하다 1976년 3남 이건희 회장이 후계자로 지목되면서 사실상 삼성그룹 경영에서 밀려났다.
이후 개인적으로 제일비료를 설립했다 실패한 뒤 1980년대부터 외국에서 조용히 지냈다. 1994년 부인 손복남 안국화재 상무(현 CJ제일제당 경영고문.82)가 안국화재 지분을 이건희 회장의 제일제당 주식과 맞교환하면서 제일제당은 삼성에서 분리됐다. 이 때도 이 명예회장은 경영 일선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맹희 명예회장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12년이다. 이 명예회장은 아버지가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동생 이건희 회장이 몰래 단독 명의로 변경했다며 7천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소송은 삼성그룹과 CJ그룹의 갈등으로 번졌고, 이맹희 명예회장과 이건희 회장은 감정싸움도 서슴지 않았다.
소송 진행 결과 이 명예회장은 1·2심에서 모두 패했다. 결국 2014년 2월 상고를 포기했다. 그해 8월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선처를 부탁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내면서 양측의 앙금은 다소 풀어졌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맹희 명예회장은 2012년 12월 폐암 2기 진단을 받았다. 이듬해 일본과 중국 등을 오가며 방사선 치료를 받았고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힘든 투병생활 끝에 ‘비운의 황태자’의 삶을 마감했다.
한편, 이맹희 명예회장의 유족으로는 아내인 손복남 CJ그룹 고문과 슬하에 CJ 이재현 회장, 이미경 부회장, 재산커뮤니케이션즈 이재환 대표가 있다.
이 명예회장의 시신을 화장하지 않고 이재환 대표가 가족 대표로 운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운구 절차가 일주일 이상 걸림에 따라 이 명예회장의 장례식은 일주일 가량 후에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장례식은 CJ그룹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