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박기춘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을 본회의에서 가결 처리했다.(사진=CNB)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큰소리 친 여야의 ‘제 식구 감싸기’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와 올해 초 앞 다퉈 체포동의안 관련 법안을 내놓은 여야가 막상 동료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처리해야 할 상황이 오자 머뭇대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국회는 1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박기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본회의에서 가결 처리했다.
이날 무기명 투표로 실시된 체포동의안은 총투표 수 236명 가운데 찬성 137표, 반대 89표, 기권 5표, 무효 5표로 집계됐다.
통과는 됐지만 반대와 기권, 무효표가 99표나 나왔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방탄 국회’ 오명을 가까스로 씻어 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새누리당은 소속 의원 159명 가운데 123명이 본회의에 참석했다. 박 의원이 몸담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소속 의원 129명 가운데 106명이 본회의 표결에 참여했다.
새누리당 의원 123명과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해도 7표 이상의 찬성표가 새정치연합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여야는 지난해 10월, ‘철도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당시 송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찬성 73명, 반대 118명, 기권 8명, 무효 24명으로 부결되면서 정치권은 여론의 싸늘한 눈총을 받은 바 있다.
이날 여야는 또 다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뭇매를 맞을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표결이 끝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의결정족수에 미달, 표결이 불발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의원들에게 ‘총 동원령’을 내렸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는 혁신안을 작년 말에 통과시킨 바가 있다”며 “그런 입장에서 이번 표결에 임했다. 국회가 국민 여론을 수용한 결과가 아닌가 본다”고 밝혔다.
체포동의 법안 발의해놓고 처리 의지 부족
새정치연합은 막판까지 미적대다가 본회의장에 모였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국민의 엄정한 판단과 눈높이에 국회가 더 긴장해야 한다”며 “국민을 섬기는 활동을 통해 국회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하고, 모든 의원이 같은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날 표결에는 236명의 절반이 조금 넘는 137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지난해 송 의원이 뇌물로 받은 금액(6천500만원)과 비교해 박 의원이 받았다고 검찰이 밝힌 금액(3억5천만원)이 많았고, 박 의원 스스로 일부 혐의를 시인한 상황에서도 나머지 의원들은 여전히 ‘방탄 국회’ 역할을 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와 올해 초 여야가 내놓은 체포동의안 관련 국회법 개정안들은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NB가 14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 확인 결과 새누리당은 올해 1월 보수혁신위에서 국회개혁 소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를 포함한 총 139인이 제출한 국회법 개정안이 지난달 3일에서야 운영위원회에 상정됐다.
이 법안은 ▲국회의원인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를 위한 출석 통지를 받은 경우 출석의무 부여 ▲체포동의안에 대한 표결을 기명투표 방식으로 변경 ▲체포동의안이 72시간 이내 표결되지 않는 경우 다음에 개회하는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하도록 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보다 한 달여 전에 체포동의안 관련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기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해 12월 체포동의요청안을 정해진 기간 내 표결하지 않을 경우 그 기간이 경과한 이후 처음으로 개회하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정연의 법안은 당시 원혜영 혁신위원장을 포함해 13명이 발의했으며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서명 명단에 없다. 이 법안 또한 지난달 3일 운영위원회에 올라갔다.
이에 따라 해당 법안들이 ‘보여주기식’ 발의가 되지 않으려면 올해 정기국회 때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CNB=최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