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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가 만난 사람] 신림동 녹두거리 지킴이 오신환 의원
"사시 존치로 헌법 가치 지키겠다"

'돈(錢)스쿨' 된 로스쿨… "다시 개천에서 용 나오게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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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서윤기자 |  2015.08.11 18:04:52

▲서울 신림동 녹두거리. 이름과는 달리 녹두전을 파는 가게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사진=CNB)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는 일명 ‘녹두거리’가 있다. 녹두전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 형성된 골목의 이름이다. 녹두는 영양소가 많으면서 값이 싸다. 외롭고 돈 없는 고시생들에게 녹두전과 막걸리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하지만 이제 녹두거리에는 녹두가 없다. 녹두전을 팔던 가게들은 거의 없어졌다. 없어진 건 가게뿐이 아니다. 고시생들도 많이 줄어들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여러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오는 2017년 폐지되는 사법시험 때문.

2005년 10월, 참여정부는 로스쿨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2007년 7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안(일명 로스쿨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신림동 고시촌은 직격탄을 맞았다. 로스쿨 시행 후 우려됐던 여러 폐해들이 현실로 나타났다. 그러자 곳곳에서 사시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에서도 관련법이 발의된 상태. 최근 ‘사법시험법’과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낸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서울 관악을)을 만나 사시 제도를 지키고자 하는 이유를 들었다. (CNB=최서윤 기자)

"대학·로스쿨 나와야 법조인? 헌법정신 위배
권력 되물림 막으려면 사시·로스쿨 병행 필요
사법시험 응시횟수 5회로 제한해 고시낭인 방지
빈부·학력 차별 없애고 균등한 기회 줘야"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 사진제공=의원실

- 6월 8일 사법시험법과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발의 배경은.
“사법시험 존치는 주민들과의 약속이었다. 당선 되자마자 1호 법안으로 냈다. 그리고 며칠 있다가 관련법을 발의한 의원들(김학용, 노철래, 함진규, 김용남 의원 등)과 합동 대토론회를 했다. 언론에서 특히 관심을 많이 가져 줬다. 
다행스러운 것은 새정치민주연합 일부 의원들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거다. 이석현 부의장은 일면식도 없었는데 내가 법안을 발의하자마자 트위터에 글을 올려 격려해줬다. 언론은 이를 기사화했고. 기사를 보고 이 부의장을 찾아갔다. 감사 인사를 한 뒤 야당 내에서 공론화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했다. 부의장께서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씀하시더라. 많이 감사했다. 
박영선 의원도 지난해 1월 예비시험 제도를 대표 발의한 적이 있다. 김관영 의원도 사법시험 관련 토론회를 한다. 새누리당 뿐 아니라 새정치연합도 함께 의견을 나눌 수 있어서 다행이다. 다만, 법사위 내 논의가 중요하다. 2007년 참여정부 때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이를 직접 도입했던 당사자가 있다. 그 분들은 ‘사법시험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로스쿨을 도입했는데 우리가 7~8년 운영해 보고 또다시 돌아가자는 거냐’는 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 로스쿨은 법률 시장의 문턱을 낮추고 ‘고시 낭인’을 막자는 취지로 도입됐는데? 
“물론 어느 제도나 불완전하니까 폐해가 발생한다고 본다. ‘고시 낭인’, ‘고시 폐인’ 등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젊은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을 많이 준비한다. 그럼 이 사람들도 ‘공무원 낭인’이라고 해야 하나. 문제가 있으면 개선해야지, 제도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안 된다고 본다. 고시생들이 10년 이상 사시 공부만 하고 실패해서 사라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는 일부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몇 번 해보고 안 되면 스스로 판단해서 잘 자리 잡고 사회인으로 활동한다. 
언론 쪽에도 사시 공부하다가 간 사람들이 있다. 법을 전공해서 정치부 기자를 하면 입법 정책 기사를 쓸 때 많은 도움이 된다. 법을 공부한 것이 사회활동 하는 데 근본이 되고 아주 튼튼한 기초가 되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투자한 몇 년이 잘못된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인생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스스로 판단하고 어느 시점이 돼서 ‘이 길이 아니구나’ 하고 돌아간다고 해서 몇 년 동안 공부한 시간이 허송세월이라고 보지 않는다. 나만해도 연극을 10년 했다. 연극했던 10년의 세월이 지금 정치한다고 해서 허송세월인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학 전공을 살려 사회에 진출하는 사람이 몇 년이나 될까. 그 많은 우수한 인력들이 대학교를 들어가자마자 모두 사시에 매몰돼서 그 쪽의 바늘 구멍을 찾기 위해 가는 것은 사회 구조상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해도 본인의 선택이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차단하는 것은 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 또 헌법에는 공무담임권이 있다. 누구나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로스쿨을 졸업한 사람만이 판검사가 되는 것은 잘못된 거다.” 

- 사법시험법 개정안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사법시험을 존치시키면서 부작용을 방지하는 내용이다. 현행 사법시험제도는 빈부차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일정한 자격을 갖추기만 하면 개인 노력에 따라 법조인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장기간의 시험 준비에 따르는 개인적·사회적 비용의 문제, 인재들의 사법시험 쏠림현상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 등은 부작용으로 지적받고 있다. 독일의 경우 사법시험 응시횟수를 2~3회로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법시험도 응시횟수를 제한해 장기간 시험 준비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줄이고자 했다. 사법시험의 응시횟수를 현행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응시횟수와 동일하게 5회로 제한하도록 했다.” 

- 변호사시험법 개정안 내용은 무엇인가. 
“2017년에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로스쿨을 졸업한 사람만이 변호사가 될 수 있다. 로스쿨을 졸업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경제적 약자들은 실질적으로 변호사가 되기 어렵다. 이들도 변호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변호사예비시험을 합격한 후 대체법학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변호사시험을 칠 수 있도록 했다. 횟수는 5회로 제한했다. 로스쿨 간다고 변호사시험에 전부 합격하는 것이 아니다. 비싼 학비 내고 변호사도 못 돼 봐라. 이것도 로스쿨 낭인이 생기게 되는 거다.
또 사법시험과 달리 변호사시험은 합격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 때문에 변호사시험제도의 불투명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변호사시험법’과 ‘사법시험법’에 합격자 명단을 공개하도록 했다.” 

- 로스쿨은 대학교를 졸업해야만 갈 수 있다. 이제 돈이 없으면 갈 수 없고 ‘더 이상 개천에서는 용이 나올 수가 없다’는 얘기도 많았다. 이 때문에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도 높았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로스쿨까지 졸업해야만 법조인이 된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어느 나라도 없는 넌센스다. 이렇게 막힌 구조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가. 과거 사법시험 합격자를 보면 35% 정도는 대학교 졸업자가 아니다. 학사 학위자들이 아니라는 얘기다. 전문대나 검정고시 출신, 또는 고등학교 졸업자다. 그 사람들이 법조인이 되는 길을 막는 것은 공무담임권에도 위배되고 헌법적 가치에도 맞지 않는다. 
로스쿨이 갖고 있는 제도적 한계나 문제점을 보완한다고 쳐도 로스쿨만으로 법조인이 양성되는 것이 과연 맞나. 로스쿨의 원조인 미국도 로스쿨이 아니어도 법조인이 양성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주마다 다르지만 예를 들어 변호사 사무실 경력 3년 이상 등이면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거다. 그래야 이 사회가 기회균등의 공정사회가 되는 거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 입구. 고시촌임을 알려주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사진=CNB)

- 로스쿨의 또 다른 문제는 ‘돈(錢)스쿨’이라고 불릴 정도의 비싼 등록금이다(로스쿨의 한 해 평균 등록금은 1500만원, 고려대 로스쿨은 2074만원이라는 조사결과가 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로스쿨에 장학제도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학금을 주는 특별전형은 6.1%며 주로 기초생활수급권자나 차상위계층에 제한된다는 반론도 나오는데? 
“장학제도가 있다고 하지만 사배자(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이다. 장학금제도도 상위 20%를 위한 것이다. 기본적인 전제는 대학교를 졸업해야 한다. 그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제도 아니냐. 로스쿨의 기본 취지가 선(先)교육 후(後)선발이다. 사법시험은 그 반대다. 앞과 뒤는 조금 다르지만 어떤 제도를 통해 법조인을 많이 만들겠다는 것이다. 어떤 제도든 막힌 구조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나라여야 한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하는 거다. 로스쿨이 여러 보완을 하고 있다고 해도 현재까지 경제적으로 부담 없이 로스쿨에 진학할 수 있는 사람은 상위 20%뿐이다.” 

- 로스쿨은 ‘현대판 음서제’라고 불린다. 입시의 불공정성 문제도 제기된다. 6월 25일 헌법재판소는 로스쿨 졸업생들이 치르는 변호사시험 성적 공개를 금지한 변호사시험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로스쿨은 기득권 자제들이 들어가서 부와 직업을 대물림 한다. 현대판 음서제도처럼 여겨지다 보니 많은 국민들은 로스쿨이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로스쿨을 통해 배출된 판검사들이 앞으로 10~20년 뒤에 법원에서 판결을 내리고 검찰 기소를 하면 누가 그것을 신뢰하고 따르겠나. 우리 사회가 지금 엄청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는 위험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거다.
사실 성적을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로스쿨의 취지와 맞지 않다. 그렇다고 성적을 공개하지 않으면 신뢰도가 떨어진다. 아이러니 한 거다.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합격을 시키는 시스템이 아니다. 외국처럼 인사도 보고, 다양한 사회적 기여도 같은 것을 전반적으로 평가해서 로스쿨에 진학시키고 법조인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어떻게 뽑혔는지 공개도 안 한다. 로스쿨 졸업생이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을 때 성적을 공개하지 않으면 누가 신뢰하겠나. 로스쿨도 마찬가지다. 합격한 사람의 명단도, 성적도 공개를 하지 않는다. 공정하게 제대로 된 평가를 통해 이 사람들이 변호사시험 합격했는지도 국민들이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 대법원은 7월 1일 로스쿨 졸업생을 처음으로 경력 법관에 임용했다. 하지만 임용기준과 성적을 공개하지 않아 대한변호사협회, 대한변호사회 등이 반발 성명을 냈다. 경력법관에 임용된 사람 중에는 경력 3년이 되지 않지만 사후 경력을 인정해 논란이 된 경우도 있다.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삼성전자에는 합격을 먼저 약속하고 인턴으로 채용한 로스쿨 학생이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월에 변시 합격자가 발표됐다. 보면 60%가 좀 넘는다. 그 사람들이 판검사가 되거나 로펌 취직, 아니면 대기업 법조팀으로 간다고 해도 어떤 기준으로 그 사람들을 임용했는지 아무도 공개 안 한다. 법무부도 검찰청도 안 한다. 나중에 그 사람들이 누군지 확인해 보면 권력자의 자녀다. 현직 국립대 총장, 야당 국회의원의 딸이 취업을 먼저 하고 변시를 못 붙었다. 그런 것이 국민들 정서에 맞겠나? 안 맞는다. 변시도 못 붙은 사람을 아버지의 직업을 보고 채용한 거다. 로펌이나 대기업에서 혜택을 받으려고 채용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3년 경력직을 뽑아야 하는데 2년 6개월 경력직을 채용하질 않나. 이 경우 6개월 동안 로펌에서 돈 받아먹고 로펌 식구로 있는 거다. 임용이 결정 나자마자 이 사람들은 갑이 되는 거다. 판사가 되니까. 한참 까마득한 후배지만 이 로펌 출신들이 판사가 되는 순간 로펌 입장에서는 이 사람들이 접대해야 하는 사람이 된다. 잘 보여야 하는 거다. 출근을 잘 하지 않아도 월급 주면서 관계를 유지하다가 소송 수임 받으면 그 사람들한테 잘 해야 하지 않겠나. 이런 악순환 구조 속에서 우리나라 법조계 부조리가 팽배해지는 거다. 국민들이 이런 것들을 결과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때 대한민국은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공정하지 않은 사회를 누가 인정하겠나.”

- 로스쿨을 유치하지 못한 법과 대학은 사법시험 폐지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질 텐데?
“국립 로스쿨에는 수많은 세금이 들어간다. 로스쿨 자체가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운영비 구조가 안 돼 있다. 사립대학의 경우 다른 단과대 학생들이 낸 돈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원이 100명 이상 되는 로스쿨은 그나마 낫다. 40~50명 되는 지방대 로스쿨은 운영을 할 수가 없다. 큰 문제다. 외국처럼 로스쿨을 풀어줘서 학부처럼 운영하든가, 대학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가 해야 한다. 로스쿨을 인가해서 거기서만 정원 선발하면 나머지 법과 대학들은 다 사라지라는 얘기다. 학문으로서의 법학은 존재하지 못하는 거다. 법을 공부한다는 것이 꼭 법조인만을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뭐든지 학문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 철학자가 되기 위해 철학을 공부하나? 철학이 갖는 인문 사회적 의미와 가치가 있는 거다. 법학도 학문적 가치가 높다.”

- 사법시험과 로스쿨,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제도는 고정화 된 것이 아니다. 제도와 국민 정서가 맞지 않으면 수정해야 한다. 로스쿨도 마찬가지고 사법시험도 100%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병행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추자는 거다. 국민들에게 질 좋은 법조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서로 경쟁하면 된다. 로스쿨만으로는 경쟁할 수가 없다. 일본은 2004년에 로스쿨을 도입했다. 지금 보면 로스쿨이 전체 정원의 90%를 못 채운다. 평균 60%다. 나머지는 예비시험제도로 몰린다. 예비시험제도로 변호사를 하면 되는데 왜 많은 돈을 주고 로스쿨을 가겠나. 
내가 법을 공부한 사람은 아니다. 보편타당한 상식으로 이 모든 걸 판단하고 바라보는 거다. 사법고시 존치 문제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이냐 하는 국가적 아젠다다. 로스쿨만으로 법조인을 양성해서는 안 된다. 예비시험 같은 길을 열어둬야 한다. 로스쿨을 졸업한 법조인들이 또 다른 기득권 세력이 되기 전에 열린 구조로 가야 한다. 이런 불공정한 구조 속에서는 대한민국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사시 폐지를 중요한 갈림길에 놓여 있는 국가적 과제라고 생각하고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

▲6월 18일 국회에서는 '사법시험 폐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사진=CNB)

오신환 의원은 지난 6월 18일 ‘사법시험 폐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 이어 오는 17일에도 국회에서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좌장으로 한 ‘대학생, 고시생들이 희망하는 법조인 양성제도’ 세미나를 개최한다. 
(CNB=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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