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식기자 |
2015.07.15 11:30:45
▲구본무 LG 회장이 16일 충북 청주 세일하이텍을 방문, 박광민 대표에게 LG화학으로부터 특허를 무상으로 양도받아 2차전지 핵심소재 개발에 성공한 협력성과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 제공: LG그룹)
‘상생 최우수’ 19곳 중 5곳이 LG계열
구본무 회장 “협력사는 성장의 동반자”
충북혁신센터 ‘특허공개’ 업계 큰 반향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더팔래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4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동반성장지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의 동반성장 수준을 계량화한 지표로, 지난 2011년 도입된 이래 매년 ▲최우수 ▲우수 ▲양호 ▲보통 등 4개 등급으로 기업들의 동반성장 노력을 평가해왔다.
112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번 평가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최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은 19곳이었으며, ‘우수’와 ‘양호’ 등급이 각각 37곳과 42곳, 가장 낮은 ‘보통’ 등급 기업은 14곳이었다.
최우수 등급 기업 19곳은 기아자동차, 삼성전기, 삼성전자, 코웨이, 포스코, 현대다이모스,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자동차, KT,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전자, LG CNS, SK건설, SK종합화학, SK텔레콤, SK C&C(이상 가나다순)였다.
최하위인 보통 등급은 농협유통, 덕양산업, 동부제철, 동원F&B, 롯데홈쇼핑, 에스앤티모티브, 오뚜기, 이랜드리테일, 이랜드월드, 태광산업, 한국미니스톱, 한국쓰리엠, 한솔테크닉스, CJ오쇼핑 등 14곳이었다. 특히 농협유통과 오뚜기, 이랜드리테일, 이랜드월드, 한국쓰리엠 등 5곳은 2년 연속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
LG그룹은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전자, LG CNS 등 무려 5곳의 LG그룹 계열사가 최우수 등급 기업으로 선정됐다. 자타가 공인하는 ‘상생모범그룹’임을 세상에 알린 것이다. 이처럼 LG그룹이 ‘상생의 모범’으로 인정받게 된 근저에는 ‘동반성장’을 남달리 중시해온 구본무 LG 회장의 경영철학이 있다.
구 회장은 평소부터 “협력사는 성장의 동반자”라며 상생협력을 강조해왔다. 때문에 “LG가 협력회사들이 가장 신뢰하고 거래하고 싶은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라”며 협력사와의 상생 협력을 단순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수준이 아니라 미래 성장을 위한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한다고 강조해왔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구 회장은 “우수 기업들을 발굴하고 협력해 함께 성장해야 한다”며 중소기업·협력업체들을 배려했다. 지난 4월 구 회장은 “혁신은 혼자 힘으로 하는 것보다 ‘더불어 협력’ 할 때 더 많이 이뤄질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이 보다 실질적 도움을 받아 성장하고 성과도 낼 수 있어야 한다”며 직접 현장에서 상생협력의 중요성을 전파했다.
강유식 LG경영개발원 부회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등 그룹 및 계열사 최고경영진 30여 명과 함께 청주시에 소재한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와 충북 지역 LG 협력회사, LG하우시스 공장 등을 잇따라 방문한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LG그룹은 혁신센터 내 온라인 전용창구인 ‘IP(특허 등 지식재산) 서포트존’을 통해 LG가 보유한 특허 2만5000건을 추가 공개했다. 앞서 혁신센터 출범 시 개방한 특허 2만7000건을 더하면 모두 5만2000건에 달하는 특허가 공개됐으며, 이중 5200건은 무료다.
충북을 ‘뷰티·바이오·에너지 메카’로 키우기 위해 향후 3년간 1조6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하에 충청북도·금융위원회·중소기업청 등과 총 1500억원 규모의 중소·벤처기업 창업지원 펀드도 조성했다.
▲13일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열린 ‘스타트업 Jump-up Day’에서 박종찬 충북지방중소기업청장(왼쪽 3번째)과 윤준원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장(왼쪽 5번째)이 육성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벤처기업 대표들에게 구체적 지원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제공: LG그룹)
대부분 그룹 총수들이 개소식 때만 얼굴을 비친 것과 달리 구 회장은 혁신센터 개소 이후 수차례 이곳을 방문해 높은 관심과 열정을 보였다. 그 결과 충북 센터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우수 사례를 낳은 벤처의 산실이 됐다.
가장 큰 성과는 충북혁신센터를 통해 LG의 특허를 활용한 중소·벤처기업들이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화장품과 의약품 원료 등을 생산하는 충북 청주 소재 벤처기업 알파크립텍의 경우, LG생활건강으로부터 피부주름 개선원료 2건, 줄기세포 배양원료 1건 등 5건의 화장품 원료 발효공정에 관한 특허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원료 개발에 성공했다.
광학, 산업용 내외장 보호필름을 개발·생산하는 세일하이텍은 LG의 점착소재 물질제조기술 특허 11건 무상 제공에 힘입어 성능이 더욱 향상된 2차전지 핵심소재 ‘스웰링 테이프’를 생산하게 됐다. ESS·전기차 부품개발 업체 나라엠텍도 LG의 배터리팩 케이스 기술 특허 7건을 무상으로 제공 받아 제품 개발에 적용했다. 이 외에도 특허 공개로 인한 수많은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 한상범 사장이 대구시 성서공단에 위치한 2차 협력회사인 거림테크를 방문해 생산현장을 돌아보며 현장 개선사례와 상생 활동을 논의하고 있다(사진 제공: LG디스플레이)
LG전자, LG유플러스,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LG CNS 등 앞서 동반성장지수 ‘최우수’ 평가를 받은 5개 계열사와 LG화학, LG이노텍 등 주요 계열사들은 LG그룹의 상생 행보를 현장에서 구체화시키는 주인공들이다.
LG전자는 협력사와 ‘그린 파트너십’을 체결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LED(발광다이오드), 태양광 등 중장기 신사업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LG화학과 함께 친환경 사회적기업을 지속적으로 후원하는 ‘LG소셜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LG소셜펀드는 LG전자와 LG화학이 국내 사회적경제 주체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난 2011년부터 친환경 분야에서 성장 가능성과 공익성, 혁신성이 높은 사회적경제 기업을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4월 13일 중소 협력사 임직원의 역량 개발을 위한 협력사 전용 이러닝센터를 구축했다. 이러닝센터에서는 마케팅과 영업전략, 문제해결·변화관리, 비즈니스 매너, 재무·회계, 의사소통 기술 등 70여 개의 강의가 제공된다.
해외 수입에 의존하던 통신장비 ‘10G급 스위치’ 국산화를 위해 다산네트웍스와 유비쿼스에 공동개발을 제안하고 두 업체에 6억5000만원의 연구개발(R&D)비와 기술자를 지원함으로써 마침내 국산화에 성공한 사례는 지난 14일 공정위에 의해 ‘공정거래·동반성장’ 모범사례로 선정됐다.
LG디스플레이는 2012년부터 협력사와 ‘성과공유제 협약’을 맺고 물량확대와 장기계약, 공동특허 등으로 성과를 나누고 있다.
지난 2일에는 400억원의 자금을 조성, 협력사에 직접 대출해주는 ‘유 드림(You Dream)’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유 드림’은 협력사의 신청을 받아 자금 지원 심의를 거쳐 업체당 최대 10억원까지 무이자로 빌려주는 프로그램으로, 기존 동반성장펀드에 유 드림이 추가되면서 LG디스플레이의 동반성장 자금지원 규모는 총 2150억원으로 늘어났다.
LG생활건강은 다양한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2010년 75억원 조성으로 시작한 LG생활건강 동반성장펀드는 지난 5년 사이 410억원까지 늘어났다. 2013년부터 매년 협력사들의 해외 뷰티 박람회 참가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2014년부터는 LG생활건강 임직원 대상의 복리후생 제도를 협력회사 임직원에게까지 확대 운영하고 있다.
LG CNS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이어온 ‘U-CAMP과정’이 대표적인 상생협력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U-CAMP과정’은 협력사의 채용 예정자를 대상으로 LG CNS IT전문가들이 IT기술역량, 일하는 방식의 노하우 등을 교육해 우수인재 채용을 지원해 주는 동반성장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10개 협력회사에서 추천한 총 25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운영됐다.
교육비가 전액 무상으로 지원되는 LG CNS의 U-CAMP과정은 교육 수료자 뿐만 아니라, 협력회사 대표이사들의 교육 만족도가 매우 높아 IT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U-CAMP과정을 통해 65개 협력회사, 총 1100명의 우수 인재가 배출됐다.
이외에 LG화학은 자금 확보가 어려운 중소 협력회사에 대해 LG상생펀드 및 LG패밀리론 등을 통해 매년 평균 500억원 이상의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고 있으며, LG이노텍도 매년 ‘동반성장 아카데미’를 개최, R&D, 경영, 경제, 혁신, 환경안전, 정도경영 등 다양한 경영 노하우를 협력사들과 공유하고 있다.
한편, 상생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갑질’ 논란이 아직도 일부 계열사에서 일어나고 있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 5월 LG화학이 ‘불공정 하도급 거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어 검찰에 고발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상생 DNA가 완전히 뿌리내리기에는 아직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구태를 근절하고 환골탈태하는 노력으로 구 회장의 상생 경영철학을 현실에서 구체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