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가정 양립을 위한 대체인력 활성화 정책토론회’에서 새누리당 황인자 의원과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대화하고 있다.(사진=인사혁신처)
정부가 공무원연금개혁 이후 공무원들의 처우에 부쩍 신경 쓰며 공무원 달래기에 나선 모양새다. 공무원연금개혁은 새누리당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유승민 의원의 '작품'이다.
국회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맞바꾼 국회법 개정안으로 인해 여당 원내대표 사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반면 다른 한쪽에선 공무원연금개혁 통과 이후 공무원들의 처우 개선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현 정부는 최대 과제인 공무원연금개혁이라는 성과를 이뤘지만 국회법 개정안 위헌 논란으로 인해 개혁의 의미가 다소 퇴색된 상황이었다. 때문에 다시 부각시키고 공무원 사회의 추가 반발을 줄이고자 연이어 처우 개선안을 내놓는 것으로 판단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과 함께 하는 일·가정 양립행사’에 참석해 “정부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개선과 정책발굴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일·가정 양립은 국민행복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이면서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궁극적으로 나라 경제를 도약시키는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인사혁신처는 새누리당 황인자 의원과 공동으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대체인력 활성화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황인자 의원은 환영사에서 “여성공무원의 양적확대에도 불구하고, 정부 기관들에서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시 적용할 수 있는 대체인력제도는 활용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모범적인 고용주로서 양성평등을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를 우선 공직 사회에서 실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육아휴직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공무원에 한해 나라일터 대체인력뱅크와 고용부의 민간부문 대체인력뱅크, 공무원연금공단의 퇴직공무원 취업지원시스템을 연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민간 인재와 퇴직공무원을 한시임기제 공무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인력 활성화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성 있는 공직 분위기를 만드는 활력소가 될 것”이라며 “출산·육아휴직을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공직분위기 정착과 더불어 업무공백을 최소화 할 대체인력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인사혁신처는 또 공무원의 저조한 연가사용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권장휴가제와 연가저축제가 제도화하고 열심히 일한 공무원에 대한 ‘포상휴가제’도 시행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기관장이 매년 소속 공무원이 사용해야 하는 권장연가일수를 정해 연가를 쓰게 하는 ‘권장휴가제’를 제도화했다.
권장연가일수 이외의 미사용 연가를 연가저축계좌에 이월해 일시에 쓸 수 있는 ‘연가저축제’도 도입한다. 이 뿐 아니라 10일 이상의 장기 휴가가 필요한 공무원이 그동안 저축한 연가와 당해 연도 연가를 합해 매년 1월 휴가계획을 신청하면 사용을 보장하는 ‘계획휴가 보장제’도 함께 도입된다.
인사처는 연가저축제와 계획휴가 보장제를 결합하면 ‘안식월’도 가능한 것으로 내다봤다.
이근면 처장은 10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근본적으로 휴가제도가 오래 일하고 적게 휴가를 가는 업무관행이 있다. 그래서 근로시간 대비 낮은 생산성을 갖고 있다”며 “휴가제도를 개편하면 일과 삶의 균형은 물론이고 오히려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공직문화 정책을 앞당길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가보상비’ 지급 문제 등이 연가제도가 현실적으로 정착하는데 장애가 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처장은 “저축하지 않은 연가에 대해선 전과 동일하게 연가 보상비를 지급하는 형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은 ‘권장휴가제’를 제도화하면서 기관장이 직원의 연가사용 촉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권장연가일수에서 실제 사용일수를 뺀 미사용연가에 대해 연가보상비를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으로 돼 있다.
이 때문에 결국 공무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파격안이 실제로는 ‘연가보상비’ 문제와 맞물려 정착 여부가 갈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