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윤기자 | 2015.07.05 22:38:00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한 사퇴론 불씨가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6일 국회법 개정안의 본회의 재의결 또는 폐기 시점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 원내대표의 선택이 주목된다.
현재 새누리당은 유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비박(비박근혜)과 반대하는 친박(친박근혜), 친박이 되려는 자 등으로 사분오열된 상태다.
김무성 대표는 청와대와 당 사이에서 분열을 막고자 했다. 하지만 김태호 최고위원의 돌출 행동으로 물거품이 된 모양새다. 버티기에 돌입한 유 원내대표의 향후 행보는 가늠이 어렵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새누리당내 갈등은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최고위원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제대로 폭발했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았던 김 대표는 공개석상에서 나가버렸다.
사실 김 최고위원은 비박계로 분류돼 왔다. 지난해 전당대회 때도 김 대표와 러닝메이트로 인식되면서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김 대표의 그늘에 가려 정체성을 잃었고 한 차례 최고위원 사퇴 운운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친박 내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김 최고위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시각도 있어 지금은 ‘친박이 되려는 자’로 분류된다. 때문에 김 최고위원의 돌출 행동은 친박과 보조를 맞춘 계산된 행동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일 이후 공개적 갈등은 표출되지 않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비박과 친박 간 격돌이 예고된다. 이번 주말 친박·비박계 양측 모두 별도 모임을 갖고 향후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전운마저 감돈다.
이런 가운데 원조 친박으로 불린 한선교 의원이 3일 친박계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위한 집단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해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친박 핵심을 자처하는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말한다. 지금의 상황은 유 원내대표를 밀어낼 수 없다. 오히려 사퇴해 줄 것을 설득해야 한다”며 “이번 국회법 사태는 의원총회에서도 봤듯이 초선 몇 명(김태흠 이장우 의원 등) 앞장세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5일 ‘배신의 정치’를 거론하며 유 원내대표를 작심 비판한 박근혜 대통령은 이후 추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통령께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신 것은 통상적으로 늘 국민 삶을 생각하고 국민 중심의 정치가 돼야 한다는 대통령 나름의 절절한 마음을 표현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전반적 내용은 ‘나는 정치적 정도를 이렇게 생각한다’고 대통령 개인의 의사를 표현하신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이후 대통령의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유승민 원내대표의 선택에 따라 당의 내분이 극에 달하느냐, 소강상태를 보이느냐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 원내대표는 3일 운영위 회의에서 야당의 청와대 공세를 적극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재의결을 요청한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재상정돼도 표결에 불참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다만 추가경정예산 처리 때까지 원내대표직을 유지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일부 의원들이 자신의 재신임 여부를 묻기 위한 의총 소집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는 “소집요구서가 정당하게 오면 여는 것도 생각해 보겠다”고 말해 당내 긴장감은 여전히 최고조에 달하는 상황이다.
(CNB=최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