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냉각기를 갖는 사이 미국과 일본은 ‘신밀월’ 관계로 가까워졌다.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 부활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대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4선, 여주양평가평)은 19일 CNB뉴스와 인터뷰에서 “외교라는 것은 큰 틀 속에서 봐야지, 지엽적인 문제에 몰입하다보면 큰 것을 놓칠 수가 있다”며 외교당국이 큰 틀에서 접근할 것을 촉구했다.
정 의원은 또 국회 인성교육실천포럼 상임대표를 맡고 있으면서 실종된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와 관련해서는 “공천권은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19일 CNB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정병국 의원. 사진=왕진오 기자
다음은 정병국 의원과의 일문일답.
- 우리나라가 주변국과의 관계를 원만히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지.
한국을 중심으로 동북아 정세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여러 가지로 어렵다. 이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권력의 힘이 재편되는 시점이다. 또다시 미국과 중국, 중국과 미국이라는 양극체제로 재편되는 상황이다. 자기 영역을 놓치지 않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면서 서로 이합집산을 하는 거다. 우리가 정말 지혜를 모아야 한다. 크게 보면 이런 거다. 외교라는 것을 큰 틀 속에서 봐야지, 지엽적인 문제에 몰입하다보면 큰 것을 놓칠 수가 있다. 외교당국이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는 북한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어떻게 보면 세계의 양대축인 미국과 중국이 세력 재편을 하는 최전선에 한반도, 남북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동북아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을 그냥 주변 열강에만 맡겨놓게 되면 결과적으로 우리 의지와 상관없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사자인 남북간 대화가 어떤 식으로든 이뤄져야 한다. 5.24조치는 (천안함 사건이라는) 원인이 있었고, 북한에게 경고를 주기 위한 거다. 그렇지만 북한에서 전혀 반응하지 않고 있다. 또 북한이 핵을 개발해서 UN(유엔)이 제재 하고 있지만 핵개발의 가속도는 계속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전략을 수정할 필요성이 있다. 우리가 어떤 경고를 주거나 제재를 가할 때는 효과가 있어야 의미가 있다. 그런데 제재의 효과도 없고 오히려 우리가 다른 부분을 잃는다면 그 제재는 바로 빨리 거둬야 한다.
- 그러면 5.24조치는 해제해야 한다고 보는지.
5.24조치는 이명박정부가 천안함 폭침 사건을 계기로 시작했다. 정부가 바뀌었다고 해서 원칙이 바뀔 수는 없지만 전략 수정은 할 수 있다.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는 시점에서 이런 부분들은 전략적 판단을 했어야 한다는 거다. 그런 부분들이 아쉽다. 사과 받는 것은 우리 바람이다. 상대가 사과 하지 않는데 우리가 계속 그것만 요구하며 원점에서 맴돌면 다른 부분들을 다 놓칠 수가 있다.
- 국회 인성교육실천포럼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요즘 사람들 중에는 이른바 ‘분노조절장애’라는 얘기를 듣는 경우가 있다. 인성교육이 부족한 탓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성교육실천포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지난번 학교폭력대책특위를 맡았을 때다. 당시 학교폭력, 왕따, 청소년 자살문제 등을 다뤘다. 현장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만났다. 이들을 보니 교육이 잘못돼서 청소년들이 아파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됐다. 교육이 왜 왜곡되고 있나 생각해 보니 결국은 입시위주, 스펙위주, 줄세우기 교육이 결과적으로 그렇게 만든 거다. 교육의 목표가 사람다운 사람을 만드는 것 아니겠나. 그것이 인성교육이다. 교육이 잘못돼서 인성이 결핍된 것이다.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나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에 많아졌다. 그런 것들이 결국 세월호 참사 등을 불렀다. 나 하나만 잘 되면 된다고 생각한 거다. 사주는 사주대로 돈만 벌면 된다고 생각해서 자신의 역할을 안 한 거다. 전혀 남을 배려하지 않았다. 이런 부분이 엄청난 참사를 갖고 왔는데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인성교육을 제대로 시킬 것이냐 논의하는 과정에서 법으로 강제하자는 얘기가 나오게 됐다. 나는 처음에 법으로 인성을 강제하는 것이 맞느냐고 반대했다. 하지만 다수의 위원들이 그렇게라도 안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해서 인성교육진흥법을 만들게 됐다. 7월부터 발효 되는데 조금 우려스럽다. 교육현장에서 인성교육을 평가의 대상으로 삼을까봐 걱정스러운 측면이 있다.
- 김무성 대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오픈프라이머리를 시행한다고 한다. 이에 대한 생각은.
근본적으로 정치개혁의 요체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론에서 오픈프라이머리는 가장 훌륭하다. 하지만 그거 하나만 생각하면 안 된다. 우리가 정치개혁을 하려는 이유는 국회의원들이 선거 때는 국민을 위한다고 해 놓고 당선 되면 국민은 안중에 없다는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됐는지 살펴봐야 한다. 당선은 국민들이 시켜주지만 당선이 될 수 있도록 얹어 주는 것은 당 지도부다. 대표가 하거나 대통령이 관여하거나 그러다 보니 당선 되면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그 다음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공천을 받는 거다. 그래서 일단 당선되고 나면 공천권자만 보면서 정치를 한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정치개혁을 하려면 그걸 깨야 한다. 국민의 대표기관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당대표나 대통령을 바라보는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야당을 보면 개혁한다고 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갈등과 알력이 생기는 이유가 뭐겠나. 다음 총선에서 공천권을 누가 갖느냐 하는 거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가 두 번의 피해를 봤기 때문에 본인이 공천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상향식 공천을 하기 위해 오픈프라이머리를 당론으로 채택해서 법안을 이미 제출했다. 이것은 우리 혼자 할 수 없다. 야당이 동조해야 한다. 그런데 동조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해서 갈등이 없는 거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갈등이 없고 야당은 계파간 갈등을 겪고 있는 거다. 이것에 대해 정확하게 보고 접근해야 한다. 오픈프라이머리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걸 왜 하는지 봐야 한다. 나는 정치개혁의 마지막은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것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다만 이것만 해서는 안 된다.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면 기득권을 갖고 있는 현역들만 유지할 것이 아니냐. 그것을 바꿔주고 공평하게 하기 위해서 지구당을 다 폐쇄해야 한다. 현역 의원들은 지구당을 맡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당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으려면 당대표를 없애야 한다. 원내중심 정당, 정책중심 정당이 되고 그렇게 하면서 중앙당이라는 조직도 없애고… 사실 이런 것들이 실질적으로 필요가 없다. 괜히 거기에 혈세를 낭비할 필요가 없는 거다. 정부에서 정당보조금으로 나오는 예산을 의원들이 국민들을 위한 정책개발에 쓸 수 있게끔 배분을 해주거나 만들어주면 보다 효율적인 의정활동을 할 수 있다. 나는 초선 때 소위 말하는 오세훈법의 초안을 만든 사람이다. 그것을 기반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섰던 사람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초지일관 확고한 뜻을 갖고 있다.
* 정병국 의원과 또다른 인터뷰 내용은 CNB저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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