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1일 법무부 장관에 김현웅 서울고검장을 내정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은 오늘 황교안 신임 총리의 제청을 받아 법무장관에 김 서울고검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발탁 배경에 대해 “김 내정자는 법무부와 검찰 내 주요보직을 두루 역임해 법무행정과 검찰 업무에 뛰어난 전문성과 식견을 갖추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겸비했다”며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법질서를 확립하는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남 고흥 출신인 김 고검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인사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호남 출신 장관은 4명이다. 방하남 고용노동부(전남 완도), 진영 보건복지부(전북 고창), 김관진 국방부(전북 전주), 이기권 고용노동부(전남 함평) 장관으로, 김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무사통과한다면 5번째다.
박 대통령이 4대 권력기관 중 하나인 검찰을 지휘, 감독하는 법무장관에 호남 출신 인사를 지명한 것은 지역 안배를 고려한 ‘탕평 인사’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현웅 내정자는 호남 출신이지만 박근혜 대통령과는 간접적인 인연이 있다. 김 내정자의 부친은 판사 출신인 김수 전 의원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끌던 민주공화당에서 정치 생활을 했다.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부담 없는 인사인 셈이다.
또 김 내정자가 김진태 검찰총장(14기)보다 기수가 낮은 인사(16기)라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이른바 ‘기수 역전’으로, 검찰총장 지휘를 받던 현역고검장이 검찰총장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것은 파격인사로 꼽힌다.
현역 고검장이 법무장관에 내정된 것은 1997년 당시 김종구 서울고검장의 법무장관 임명 이후 두 번째다. 1972년 사법연수원 설립 이후로는 5번째다.
검찰 조직은 기수와 서열 문화를 중시한다. 검찰 조직의 이 같은 특성을 뒤로 하고 박 대통령이 김 내정자를 장관으로 내정한 데는 인사청문회 통과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앞서 황 신임 총리 등은 인사청문회에서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여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이 때문에 현직 검사로서 대형로펌에서 근무한 경력이 없는 김 내정자를 발탁, 논쟁이 될 소재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의 조직 내 두터운 신망과 합리적인 업무 스타일도 발탁 배경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내는 등 특수수사 경험은 원칙과 개혁을 내세운 현 정부의 사정 드라이브에 부합한다. 뿐만 아니라 법무장관을 지낸 황 총리와 차관 시절 1년2개월간 무난하게 호흡을 맞춘 경험도 이번 발탁 계기에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두 사람은 법무부 시절 이후 내각을 이끄는 총리와 검찰 조직을 책임지는법무장관으로서 현 정부의 사정 작업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이상동 컴온정책&문화연구소장은 이날 CNB뉴스와 통화에서 “김 내정자는 유연한 카리스마와 치밀한 성격의 소유자로 검찰청 내에서도 신망이 높다”며 “기수가 두 기수 아래이긴 하지만 김진태 총장과도 상호보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인사”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의 이번 인사가 메르스 사태 등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을 반등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음은 김현웅 내정자의 프로필.
▲전남 고흥(56·사법시험 26회·사법연수원 16기) ▲서울대 법대 ▲춘천지검 속초지청장 ▲광주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법무부 감찰기획관 ▲인천지검 1차장검사 ▲서울고검 형사부장 ▲부산고검 차장검사 ▲춘천지검장 ▲서울서부지검장 ▲광주지검장 ▲부산고검장 ▲법무차관 ▲서울고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