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8회 한·일 국회의원 축구대회에서 양국 의원들이 경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베 정권의 계속된 과거사 왜곡 문제로 경색된 한일 관계가 한일의원축구를 계기로 해소될지 주목된다.
한국 국회의원축구연맹(회장 정병국 의원)과 일본 축구외교추진의원연맹(회장 에토 세이시로(衛藤征士郞) 의원) 소속 의원들은 13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제8회 한·일 국회의원 친선 축구대회’를 개최했다.
한일의원축구대회는 지난 1998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2006년까지 총 7차례 진행됐다. 이후 양국 관계 악화로 중단됐다가 올해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9년 만에 다시 열렸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김학용 비서실장,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해 축구연맹회장인 정병국 의원 등이 출전했고,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강기정 최재성 김관영 의원 등이 선수로 나서 일본 의원 21명과 명승부를 펼쳤다.
정의화 국회의장 등의 시축으로 시작된 이날 경기는 한국 의원들이 일본 의원들을 8대 4로 꺾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올해 경기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사태에도 불구하고 일정 연기 없이 열렸다는 데 눈길이 쏠린다.
메르스 사태를 이유로 중국 관광객들은 대거 한국행을 취소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의원들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일본이 한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손을 내밀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국 의원들은 축구경기를 끝내고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갈비 만찬’을 겸한 뒤풀이 자리를 가지면서 우정을 쌓는 모습도 보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은 만찬장에서 메르스 사태에도 한국을 방문해준 데 감사하다는 취지의 건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건배사에 일본의 에토 의원은 “오늘 축구대회를 기점으로 한·일 관계가 새롭게 킥오프(kickoff)를 한 것”이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일본과의 외교문제와 관련해서는 더 이상 경색관계를 두고 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을 향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사과를 요구함과 동시에 경제 문제는 따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또 미국과 일본이 ‘신밀월’ 관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더 이상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메르스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이 연기되면서 자칫 미국과 일본이 더욱 가까워져 외교적으로 한국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이번 축구경기를 계기로 한일 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메르스 사태에 대한 우려가 큰 분위기 속에서도 일본 의원들이 경기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며 “양국관계에 대한 국민의 감정이 조금은 누그러질 수 있는 계기가 됐고, 한국을 찾아준 일본 의원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원축구연맹 회장인 정병국 의원은 14일 “한일간 해결해야 할 과거의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미래를 위한 대화를 이어가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한일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올해, 9년 만에 재개된 한일의원 축구대회가 꽉 막힌 한일관계를 시원하게 돌파 할 킥오프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상일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양국 의원들의 우정 어린 교류가 양국 관계 개선에 기여하길 소망한다”고 밝혔고, 이재영 의원도 “이번 축구대회를 통해 경색돼 있는 한일관계가 개선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축구경기가 한일관계 개선 뿐 아니라 정치권 갈등 해소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현재 여야는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본회의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와 국회법 개정안 등을 놓고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홍철호 의원은 “오늘 경기는 다른 나라에 우리나라의 메르스 사태가 그렇게 위험한 상태는 아니라는 것을 알리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또 여야 국회의원들이 한 팀을 이뤄 경기를 벌임으로써 큰 틀에서 여야가 하나라는 암묵도 인식도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에는 당초 오기로 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불참해 양당 대표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아쉬움은 남지만 이를 계기로 정치권의 갈등이 풀릴지 기대된다.
한편, 한일의원축구경기에서 한국측에서는 강기정 김관영 김명연 김무성 김승남 김영우 김용남 김태환 김학용 김현 나경원 노철래 박민식 박성호 서청원 손인춘 심학봉 염동열 윤상현 이상일 이상직 이우현 이재영 정갑윤 정병국 정의화 조해진 최재성 황영철 홍일표 홍철호 의원 등(가나다순)이 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