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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뷰] 朴대통령의 고민… 미국순방 갈까, 연기할까

메르스 정국 '순방 징크스'… 정치권 일각 "방미 연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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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정숙기자 |  2015.06.08 16:23:47

집안 식구들이 병세를 보일 때, 가장은 예정돼 있던 해외출장을 가야할까, 말아야할까. 최근 이 같은 원초적 질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정부의 초기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4일부터 19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순방을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과 메르스 정국이 진화될 때까지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범정부 메르스 대책지원본부 상황실을 방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 대통령의 이번 미국 순방은 ‘한미 동맹 재확인’ 차원에서 잡혀 있던 일정이다. 북한의 핵개발 등 위협이 가시화되고 있고, 내부 공포정치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가 시급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격화되고, 미국과 일본의 ‘신밀월’ 관계 등이 미칠 동북아 정세를 고려한다면 이번 방미를 미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본 아베 정권의 연일 계속되는 역사 왜곡 문제 등에 대한 해결점을 찾기 위해서라도 이번 방미를 통해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는 지난 4일 헌정회(회장 신경식) 초청 강연에서 박 대통령이 방미 기간 중 가질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지금 양국 관계가 너무나 굳건하고 좋기 때문에 6월 정상회담도 아주 성공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상회담 목적에 대해서도 양국 지도자의 긴밀한 친분 확인, 안보·경제 부문 조율 강화·개선, 양국 동맹의 새로운 전략·지침 제시 등을 들어 이번 순방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날 밤 박원순 서울시장의 긴급 브리핑을 계기로 메르스 확산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더욱 커지면서 박 대통령이 미국 순방을 연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또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87명, 사망자가 6명으로 늘어나면서 박 대통령이 순방을 연기하고 메르스 진화에 앞장서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순방 연기를 거론하진 않았지만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모습으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며 메르스 진화가 우선임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를 요구했던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게 대통령의 제1 임무로, 이 국면에서 최고 지도자가 외국 순방길에 나서는 건 무책임하다”며 “질병퇴치 의지가 없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국제적으로 줄 수 있다. 국민 생명을 소홀히 하는 정치지도자를 미국국민도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내에서도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 요청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초재선 소장파 모임인 ‘아침소리’ 회의에서 “대통령이 국내에서 메르스를 퇴치하는데 적극 앞장서려는 의지를 보여줘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게 해주셔야 할 것 같다”며 “방미 연기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 국정 예의에 어긋나지 않도록 4일 전쯤에는 연락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미국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때문에 아세안권 방문을 다 취소한 적이 있다. 미국도 국내 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순방 때마다 의도치 않은 대형사고가 발생한다는, 이른바 ‘순방 징크스’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 순방 시기에 맞춰 발생한 대형사고가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큰 흠집을 냈다는 점에서 이번 순방도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TBC 라디오에서 “지금까지 박 대통령 순방 때 세월호라든지 이런 국민 불안, 고통을 주는 일들이 많이 발생했다는 점 등은 박 대통령 앞에 놓여있는 난관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과 고통을 함께 하는 마음과 진정성이 국민들에게 소통되고 받아들여져야만 미국 방문도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큰 기대를 모으고 출발한 박근혜 정부 1년차 첫 미국 순방 때는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온 국민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2년차인 지난해에는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이뤄냈지만 세월호 사고가 터진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올해도 방미를 앞두고 메르스가 확산돼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라있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순방길에 오른다면 국내외적으로 비난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방미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나 탄저균 국내 반입에 대한 사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문제의식 공유 등 가시적 성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하락세를 보이는 지지도가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 확산 고비를 맞은 이번 주에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사태 수습을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국립중앙의료원에 이어 8일 정부서울청사에 설치된 ‘범정부 중동호흡기증후군 대책 지원 본부’를 방문한 박 대통령은 메르스 확산방지 및 사태 종식을 위한 정부의 방역 대응 및 관계부처 지원대책 등을 점검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관건은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나 적극적인 진두지휘로 메르스 사태를 진정 국면에 들어서게 하느냐다. 메르스 확진 환자와 사망자가 계속 늘어난다면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 연기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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