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3일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너무 호들갑 떨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것과 관련, “국민 폄훼”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이 원내대표의 이러한 발언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묻자 “말씀은 격이 있어야 울림이 있다”며 “국민의 지지를 받고 선출된 대통령을 폄훼하는 것은 국민을 폄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 원내대표는 전날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의 뜻을 내비친 데 대해 “국회가 갖고 있는 권한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믿어 달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너무 호들갑 떨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의 비판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이날 경기도 양평의 가나안 농군학교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폄훼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호들갑 떨지 말라’는 말은 사실 ‘혼란스럽게 하지 말라’는 말의 순수한 우리 말이고 예쁜 말일 수 있다”며 “너무 말에 집착하지 마시고, 국민이 메르스로 불안과 공포에 떠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더 집착, 집중하셔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주십사 하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의 반응은 그간 이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한 참았던 불쾌감을 드러내며 이 원내대표의 자중을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1일 ‘당무위원ㆍ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여성인 박 대통령을 “군인 출신이 아니다”라는 말로 간접 비판했다.
당시 이 원내대표는 “그 분은 군인출신도 아니고, 국회에 많은 이해와 식견을 갖고 있는 분이다. 국회와 정부가 갖고 있었던 권력분립, 삼권분리의 뜻도 잘 알고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에는 당 소속 광역단체장 정책간담회에서 “국회 입법권을 무시하는 시행령들이 각 분야에 널려 있다”며 “요새 공무원들, 헌법 공부도 안하는 것 같다. 대통령 닮아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지난달 29일에도 제67주년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박 대통령을 향해 “헌법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 헌법공부를 좀 하셔야겠다”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2012년에는 트위터를 통해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그년’이라고 표현한 뒤 ‘서슬이 퍼래서’라고 남겼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