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다른 참석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잠잠하던 새누리당내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재부상하는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의 ‘시행령 수정요구권’과 관련해 작심 비판하면서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간 신경전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친박계 의원들은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집중포화를 쏟아내며 책임질 것을 촉구했다.
당내 친박 의원들이 주축이 된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2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국회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제정부 법제처장은 국회법 개정안에 포함된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국회 수정·변경권한에 대한 강제성이 들어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제 처장은 강제성이 있다고 판단한 정부의 입장을 공개하면서 “국회법 개정으로 국회가 행정입법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면, 행정입법권을 침해하는 위헌 소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의원들은 제 처장의 발표를 계기로 국회법 개정안을 비판하면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까지 거론했다.
김진태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이 어떻게 강제성이 없겠느냐”면서 “국회로부터 수정 요구를 받은 사항을 행정부가 처리해야 한다고 돼 있기 때문에 문안상으로도 강제성이 벌써 예정돼 있다. 이것은 99% 강제성을 띠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남 의원도 “세월호 시행령의 개정을 전제로 국회법 개정안 작업이 들어갔다”며 “이 과정을 놓고 보면 강제력을 부여하기 위한 조항이 들어간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태흠 의원은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5월 1일 위헌 시비가 있었음에도 이런 내용을 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졸속으로 합의해준 부분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면서 사견임을 전제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포함한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이장우 의원 또한 “식물국회에 이어 식물정부를 야기한 유 원내대표는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유 원내대표는 그동안 협상력과 정무적 판단을 잘하지 못해 당·정·청 갈등의 실질적인 중심에 서 있었다. 정부와 국회가 혼란에 빠진 것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청와대, 정부와 다른 행보를 보인 유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이 터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포럼에는 27명의 의원들이 참석할 정도의 세를 과시했으나 대통령 정무특보를 겸하고 있는 김재원 의원과 윤상현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중국에 나가 있어 참석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들이 정무특보로서 불필요한 정치적 해석을 막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는 ‘계파 갈등이 아니다’라는데 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한쪽은 질타하고 한쪽은 해명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친박계인 노철래 정책위부의장은 “국민에게 혼란과 혼선을 준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대책을 세워 수습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책임 있는 여당 지도부의 모습”이라며 “(언론이) ‘전면전’이라는 용어까지 쓰는 이 시점에서 확실한 선을 그어주는 것도 국민들을 안심시켜 주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박민식 의원은 “지도부가 독단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의원총회를 보면 강제당론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그때 공무원연금개혁을 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압박 속에서 새벽까지 의원총회를 하면서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군현 사무총장은 “국회법 개정과 관련해 야당에서 강제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위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전문가들이나 학자들 간에 일치된 의견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발언에 신중을 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 또한 “이번에 처리한 국회법 개정안은 시행령개정을 요구했을 때 정부 측에서 처리하고 보고할 의무를 부과한 것”이라며 “정부가 그것을 안했을 때 강제할 수 있는 것은 명제돼 있지 않다. 강제력은 없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