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면 물세례를 넘어 어떤 험악한 일도 다 당할 각오가 돼 있다.”
21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말이다. 김 대표는 최근 5·18 기념식 전야제 때 일부 광주시민들에게 물세례를 맞고 발걸음을 돌린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어제 5·18 기념행사위원회에서 미안하다고 저를 찾아오셨다”며 “그 날 벌어진 일이 광주시민의 뜻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제가 충분히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통합과 동서화합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은 우리 정치인의 의무이자 숙명”이라며 “우리 새누리당의 구성원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내년 5·18 전야제도 꼭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전날 물세례를 맞은 데 대한 사과를 하기 위해 국회 당 대표실로 찾아온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 대표들에게 “전혀 미안해하실 필요 없다. 더웠는데 시원하고 좋았다”며 웃으며 넘겼다.
정치인에게 분노한 민심을 표출하는 방법 중 하나는 물 또는 계란 던지기다.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입히지 않으면서 수치심을 주기 좋은 방법이다. 물론 얼굴을 향해 계란을 집어던지는 행위는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
예전에는 돌이나 병을 던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시작되고 시민의식이 성숙해지면서 표현의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그만큼 정치인들의 대처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계란을 맞고 의연한 모습을 보인 대표적인 사례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2002년 11월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서 연설을 하던 중 농민이 던진 계란에 맞았다.
계란을 맞은 노 전 대통령은 화를 내지 않았다. 되레 “정치하는 사람이 한 번 잘 맞아줘야 국민들 성이라도 풀리지 않겠느냐”며 위로했다.
이 전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대선 후보 때인 2007년 11월 13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가 계란 봉변을 당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계란 마사지를 했더니 제 못난 얼굴이 예뻐 보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원칙주의자 이미지를 다소 부드럽게 바꿔준 발언이었다.
물세례와 계란 봉변을 당한 정치인들의 의연한 대처를 ‘정치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쇼인지 아닌지 가리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비록 계란을 던진 것이 한 두 사람의 행위라고 해도 이는 분노한 민심으로 대변된다. 앞으로도 분노한 민심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기 위한 정치인들의 의연한 대처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