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인사 중 한 명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그는 지난 2011년 선택적 복지를 강조했다. 100% 무상급식 찬반 여부를 주민투표에 부쳤다가 투표율이 미달하자 시장직을 자진 사퇴했다. 이후 영국과 중국 연수를 떠났다가 페루와 르완다에서 해외지역 전문가로 활동하는 등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둬왔다.
그러다 올해 초 귀국하면서 4월 재보선 차출설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직접 나서지 않았다. 대신 ‘야당 텃밭’인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오신환 후보를 도와 당선에 기여했다. 오 전 시장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시의회 의원이던 오 의원과 각별한 인연이 있어 선거에 적극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오 의원이 당선되면서 정치 기지개를 켠 오 전 시장은 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보수의 아이콘’이자, 여권 내 대권잠룡으로 재부상했다.
최근에는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홍준표 경남지사로 인해 일명 ‘오세훈법’이 회자되는 상황이다. ‘선거비용 지출의 투명화’를 골자로 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한 오 전 시장이 주도한 법안이다.
그는 내년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이같이 연일 주목 받는 상황에서 오 전 시장의 출마 지역이 어디가 될 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최근 여러 매체 인터뷰에서 그는 새누리당이 승리하기 어려운 곳, 수도권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징적인 곳의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이 제안했다며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출마를 거론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이를 부인했다.
아울러 정치1번지인 종로구, 서울의 한복판인 중구와 현재 거주 중인 광진 지역 등도 후보군에 올라 있다.
이런 가운데 오세훈 전 시장이 12일 은평발전포럼(전용헌 이사장)이 주최한 행사에 강연자로 나서 향후 이 지역 출마 여부도 주목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3일 은평예술문화회관에서 '국가브랜드 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CNB)
오 전 시장은 이날 ‘국가브랜드 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직후 내년 총선에 대해 “정치를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출마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그는 “국회의원 4년, 서울시장 5년을 수행해서 공직경험을 9년 했다. 그 정도 되면 제 경력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공재로 분류해야 한다”며 “그래서 책(길을 떠나 다시 배우다 등)도 쓰고 강연도 하고 인터뷰도 하면서 국민들께 제 생각을 전달하는 것도 의무”라고 강조했다.
또 “가장 직접적인 형태의 사회기여가 정치”라며 “직접 그 자리에 가서 일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필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선거구 개편을 앞둔 것과 관련, “지역구가 변동되는 선거구 획정이 있게 되는데 서울 지역도 약간의 변화가 있다”며 “빠르면 올해 8월, 늦으면 연말쯤 결정이 나는데 이를 봐 가면서 어느 지역 발전에 기여해야 하는지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디로 간다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서울시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어느 지역을 택해서 정치를 하겠다는 마음은 이제 거의 정리가 돼 가고 있다고 말씀 드린다”고 공개했다.
오세훈 전 시장의 말대로 현행 ‘3대 1’인 선거구별 최대·최소 인구편차 기준을 ‘2대 1 이하’로 조정하라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병석 위원장, 이하 정개특위)는 선거구 획정 문제를 한창 논의 중이다.
서울시의 경우 상한인구를 초과하는 곳은 3곳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 전 시장이 강연을 간 은평을과 강남갑·강서갑 등이다. 강남갑은 ‘여당 텃밭’으로 인식되는 곳이라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공천 개혁의 일환으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 등을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오 전 시장은 당내 지나친 경쟁은 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무주공산인 지역구에 출마할 가능성이 나온다. 분구 또는 조정이 예고된 은평을을 선택할 경우의 수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12일 강연에서 오세훈 전 시장은 재임 시절 은평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과 자신의 정책을 뒤집은 현 서울시를 비판했다.
그는 “서울시 25개 자치구가 고루 발전해야 좋은 거다. 그것이 강남북균형발전”이라며 “제 임기 때 ‘재산세공동과세 제도’를 도입했다.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 가능한 강남 자치구의 재산세를 다시 걷어서 경제적으로 열악한 비강남 자치구에 나눠줬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의 말대로 2008년부터 자치구세인 재산세의 50%를 특별시세로 징수, 25개 자치구에 균등배분하면서 강남북 지역간 최대 17배에 이르는 재산세 세입격차는 5배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강남구·서초구·송파구·중구·영등포구·용산구·종로구 등은 재산세가 감소한 반면, 은평구를 포함해 강북구·도봉구·금천구·중랑구·서대문구 등 18개 구는 재산세가 증가한 바 있다.
그는 “서울시가 균형발전을 이뤄야 빈부격차도 없어지고 계층간 갈등도 없어지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관점에서 은평뉴타운도 만들었고, 은평구의 유일한 유휴공간인 옛 국립보건원 부지를 은평구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거점지구로서의 기능을 넣기 위한 도시발전계획을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재임 시절인 2010년 발표한 ‘웰빙경제문화타운’은 민간자본을 유치해 40층 규모의 랜드마크 빌딩을 짓고 대공연장, 어르신행복타운 등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상업 및 문화시설을 만드는 안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혁신파크 조성 계획’을 발표, 이를 백지화했다. 서울혁신파크에는 직장맘 지원센터와 청소년 직업체험센터 등과 박 시장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도시농업체험장 등이 지어진다.
이곳에는 이미 2012년 말부터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등이 입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때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정몽준 전 의원은 박 시장과 토론 자리에서 “은평구에 있는 3만평 국립보건원 부지는 오 전 시장이 2000억원 주고 구입한 것”이라며 “박 시장은 이곳에 민주노총을 비롯한 수십개 진보단체를 수의계약으로 입주시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은평 지역은 이같이 오 전 시장과 박 시장이 다른 정책을 추구한 대표적인 곳으로 상징성 부여도 가능하다.
오 전 시장은 이날 강연이 끝나고 향후 은평 출마 가능성을 묻는 CNB의 질문에 “어휴, 여기 옆에 위원장도 계시다”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그가 지목한 인사는 은평갑 지역위원장인 김상환 박사다. 그러나 은평을 지역 국회의원은 친이계(친이명박)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70)이다. 이날 행사에 이 의원은 바쁜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이날 오후 이 의원은 법안 처리를 위해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상황이었다.
은평을이 분구될 경우 여당 지지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은평뉴타운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선거구조정 여부에 따라 오 전 시장이 고려하는 출마 지역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은평을 또한 유력한 출마 후보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CNB=최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