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숙기자 | 2015.05.07 16:34:22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서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여야는 6일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하려 했으나 국민연금과의 연계 문제(소득대체율 50% 상승)로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국회가 파행되면서 적잖은 후폭풍을 겪고 있다.
여야는 ‘신뢰의 정치’를 실종했고, 당청 갈등도 불거지는 분위기다. 이 와중에 정치권은 ‘네 탓 공방’만 벌이며 상대에게 ‘폭탄 돌리기’를 시도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 與 "국민연금과 연계 안 돼", 野 "청와대 말 한 마디에 뒤집혀"
여야 모두 공무원연금개혁을 이루지 못한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7일 오전부터 기자간담회를 여는 등 책임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위(주호영 위원장) 소속 여당 의원들(조원진 김현숙 강은희 이종훈 문정림 의원)은 실무기구 공동의장으로 참여한 김용하 교수와 함께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경과 보고를 실시했다.
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해 정말 힘든 과정을 겪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룬 산물이었다”며 “그런데 이것이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야당의 입장 때문에 더디게 가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향해 “이 문제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 도대체 야당이 소득대체율 50%에 매달리는 이유가 뭔지, 연금개혁을 깨겠다는 건지, 깨고는 싶은데 공식적으로 국민들한테 반기 들기 곤란하다는 건지 지금도 이해를 못하겠다”고 꼬집었다.
또 “실질적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단체가 4월17일 공개한 합의문에는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률인상과 이와 관련된 보험률의 조정이 담겨 있다”며 “우리 새누리당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여기에 50%를 들고 나온 새정치연합은 의도는 뭔가. 합의문 초안을 문 대표와 당 지도부가 모르고 있는 건 아닌가. 명백한 답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몽니 부리기로 끝내 처리되지 못해 매우 유감”이라며 “국민께 부담을 주는 국민연금 제도변경은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문 대표는 이날 공무원연금개혁특위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여당의 합의 파기를 강력 비판했다.
그는 “청와대 말 한마디에 여야가 함께 했던 약속이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졌다. 참으로 통탄스러운 일”이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근거 없는 수치와 연금 괴담을 유포하고 국민을 호도하더니 여야 합의마저 뒤집었다”며 “청와대에 동조한 새누리당의 야당 무시, 국회 무시, 의회 민주주의 무시로 정치도 실종됐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연금특위 야당 간사인 강기정 의원은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허위자료로 국민을 속이고 청와대를 오판하게 만든 장본인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을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압박했다.
◇ 靑, '先공무원연금개혁 後국민연금논의' 연계 반대
청와대는 이날 공무원연금개혁이 국회에서 처리 되지 못한 데 대한 유감을 표시했다. 또 ‘선(先) 공무원연금개혁 처리, 후(後) 국민연금 논의’ 방침을 밝히며 국민연금과의 연계 반대를 확고히 했다.
김성우 홍보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여야가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해 난항을 거듭하다 결국 국민 약속을 지키지 못해 유감”이라며 “정치권이 진정 국민을 위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공무원연금개혁을 먼저 이루고 그 다음에 국민연금은 국민과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해서 재정건정성을 확보하면서 노후소득 보장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맞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수석은 “여야가 합의했던 공무원연금개혁안은 개혁의 폭과 속도에 있어 최초에 개혁을 하고자 했던 근본취지에 많이 미흡했지만 여야가 합의해서 추진하는 개혁의 출발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두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갑자기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시켜 국민에게 큰 부담을 주도록 하고자 하는 것은 반드시 국민적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었다”며 “국가재정과 맞물려 있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 시간과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에 공무원연금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과 젊은이들의 미래에 정치권이 빚을 안겨주는 것이 될 것”이라며 “이번엔 불발됐지만 인내심을 갖고 국민과의 약속인 공무원연금개혁을 반드시 이루고 법률안을 통과시켜달라고”고 당부했다.
야당의 사퇴 압박을 받은 문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연금학자 중에서는 (국민연금을) 부과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세대 간 도적질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며 “후세대에 빚을 넘기는 것이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의 공무원연금 합의안에 대해서도 “소득대체율을 올리려면 급여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미리 (소득대체율 50% 상승) 정해놓고 논의를 하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