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하고 칩거에 들어간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 관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강창희 김문수 김영란 김황식 박찬종 심대평 오세훈 윤증현 이강국 이정현 이한구 조무제 최경환 한덕수 황교안 황찬현……. 사의를 표명한 이완구 국무총리 후임으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인사들의 이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함에 따라 이 총리의 후임 인선에 대한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후임 총리 인선은 ‘성완종 파문’으로 인한 국정운영 차질을 수습하고 정국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함이 요구된다.
하마평은 무성하다. 정치권에서는 지역 화합을 위한 ‘호남총리론’에 이어 충청권 출신인 이 총리가 2개월여밖에 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충청총리론’을 내놓고 있다. 또 박근혜정부 3년차에 각종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개혁총리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최근 호남총리론에 불을 지핀 인사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다. 김 대표는 지난 23일 광주 유세 중에 “전라도 사람을 한번 총리로 시켜주시기를 (박 대통령에게)부탁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호남총리론은 국민통합, 인사청문회 통과, 야당과의 관계 문제 등을 감안했을 때 실현가능성이 높다.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과 한덕수 전 총리, 이정현 최고위원와 더불어 이명박정부에서 성공한 총리로 꼽히는 김황식 전 총리까지 거론된다.
다소 논란이 되기는 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 총리가 총리 후보자였을 때인 지난 2월 “호남 사람이 총리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전 총리가 총리직을 짧게 수행했다는 점에서 충청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충청총리론’이 대두되고 있다.
상처가 난 충청민심을 다독여야 한다는 뜻에서 차기 총선불출마를 선언한 강창희 전 국회의장과 지난 정권에서 총리 후보로 거론된 심대평 전 충남지사 등이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또다른 일각에서는 “총리를 능력 위주로 기용해야지, 지역 나눠먹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선별적 복지인 무상급식 중단 논란으로 새삼 주목 받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서민 이미지를 갖고 있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에 후보군에 들어 있다. 박찬종 전 의원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총선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 의원 등의 이름도 들린다.
관료형 총리도 거론된다. 황교안 법무장관, 황찬현 감사원장과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른바 ‘김영란법’을 성안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딸깍발이 판사’로 불린 조무제 전 대법관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출범 2년3개월만에 총리가 사퇴하거나 후보가 낙마한 사례가 벌써 5번째라는 점에서 ‘총리잔혹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사청문회 통과가 최우선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존에 이미지가 좋았던 인사들이 총리 후보로 지명이 되면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면서 이 정부에서 총리하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떠돌기도 했다.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은 청렴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지만 아들 병역 면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지명 닷새 만에 물러났다.
정홍원 총리는 세월호 참사 대응 미숙에 책임을 지고 1년여 만에 사의를 표명했으나 후임 총리를 찾지 못해 유임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후보로 지명된 안대희 전 대법관은 전관예우 문제 등으로, 베일에 감춰져 있던 문창극 후보자는 친일 발언 논란 등이 터지며 낙마해야 했다.
여야를 아우를 수 있는 인사로 꼽힌 이완구 총리는 가까스로 청문회 문턱을 넘어 취임에 성공했지만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오르면서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는 등 63일 만에 불명예스럽게 사퇴하게 됐다.
순방을 마친 박(朴) 대통령은 현재 고열, 복통 등의 증상을 보여 위경련과 인두염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이 총리의 후임 인선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