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되면서 정치권이 뒤숭숭하다.
이 리스트는 자원외교비리 등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아온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전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태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에 허태열·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들에게 거액을 건넸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의 경우 이제 막 ‘정윤회 문건’ 파동의 악몽에서 벗어나려는 데 자칫 더 큰 악재에 발목이 잡힐 상황이 됐다. 박근혜 정부 3년차 국정운영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새누리당도 메모에 홍문종 의원 등 친박 핵심 인사들의 이름이 적힌 것으로 전해지자, 재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의혹이 확산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진 청와대는 최대한 말을 아낀 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리스트에 오른 당사자들은 부인하는 상황이다.
민경욱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아는 바 없고, (두 전 실장에게)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기춘 전 실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일말의 근거도 없는 황당무계한 허위”라며 “성완종 씨로부터 단 한 푼의 돈도 받은 적이 없다”고 강력 부인했다.
새누리당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여권을 향한 총공세에 나서며 정국 반전의 기회로 삼으려는 모양새다.
김성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핵심 실세들이 연루된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으로 박근혜 정권 최대의 정치 스캔들”이라며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반드시, 그리고 철저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야권 일각에서는 성 전 회장이 여야를 가리지 않은 충청권의 ‘마당발’이었다는 점과 참여정부에서의 인사가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신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