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새누리당은 1일 ‘사드(THAAD·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의원총회’를 열어 공론화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막상 멍석이 깔리자 예상됐던 격론은 없었고 결론도 못 냈다.
애초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은 유승민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청와대를 비롯한 친박계(친 박근혜) 의원들은 공론화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때문에 격론이 예고됐지만 막상 북핵 억지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만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배치 문제는 외교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미국은 간접적으로 배치를 원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하고 있다.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나라로서는 굉장히 불편한 상황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사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문제 등과 관련해 “미·중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상황이 결코 골칫거리나 딜레마가 될 수 없다. 굳이 말한다면 이것은 축복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이에 대해 “지금 우리 외교는 원칙과 소신이 없고 주변국의 틈바구니에 끼어서 실리와 명분, 기회까지 잃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사드 문제는 우리나라 안전을 전제로 검토해야한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1일 의총이 결말 없이 끝난 이유 중 하나는 최근 정부가 미국이 사드 배치 요청을 할 경우 국방부의 군사기술적 검토에 이어 국가안전보장회의 종합 검토 등의 순으로 내부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직 미국이 어떤 요청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드 논의가 무의미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비공개 토론에선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원칙을 강조하는 선에서 끝난 얘기들이 많았다고 한다. 공개 발언은 주로 외교전문가와 군 출신 의원들이 나섰다. 다른 의원들은 “내용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윤상현 의원은 비공개 토론 후 기자들에게 “사드 배치를 갖고 정치권에서 논란을 지피는 게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며 “갑론을박하면 우리 정부의 주도권이 없어지고, 스스로 안보비용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외교전문가인 김종훈 의원은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의 공격에 대한 억지 능력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하태경 의원은 “외교 전략에 있어 치우친 외교가 아니라 균형 잡힌 외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군 출신인 송영근 의원은 “야당이 사드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제주도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말했고, 한기호 의원도 “중국이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것은 북한을 대변하는 논리”라고 비판했다.
국방위원장인 황진하 의원은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선 비용과 시기적 적절성, 작전상 고려 등이 다 고려돼야 한다”면서 추후 국방위에서 자세히 다루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재원 정부특보는 2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사드 도입 문제는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로서 또는 외교의 최종 결정자로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보에 직결되는 문제라 신중하게 결정해야 될 문제다. 의원들이 다수결로 결정해서 정부정책을 결정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드 의총을 주도한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어 여당이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어서 의총을 연 것”이라며 “대통령 말씀대로 정부와 청와대의 현명한 판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드 의총이 예상을 깨고 조용히 끝나면서 미국이 먼저 요청하지 않는 한 공개적인 추가 논의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날 사드 외 공무원연금개혁, 어린이집 CCTV 의무화 등이 논의된 의총은 총 110명의 의원들이 참석해 3시간15분간 진행됐다. 40명의 의원은 끝날 때까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