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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의 낭만, 낮보다 밤이 아름답다

[경북의 전통시장]⑧ 100여년 역사의 ‘경주 중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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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희정기자 |  2014.12.24 09:03:03

▲사람들로 붐비는 야시장 풍경.(사진/경주 중앙시장 제공)

1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경주 중앙시장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과 각종 생필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경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인근에 경주노서리고분군, 노동리고분군, 대릉원, 안압지, 경주향교 등의 유적이 있어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상인들 스스로가 살아남기 위해 민영화 사업을 시행, 지난 1980년 상인들이 균등 부담한 돈으로 경주시로부터 부지를 매입해 1983년에 건립한 법인 시장이다. 지난 1995년 한때 부도위기도 있었으나 상인들이 똘똘 뭉쳐 노력한 결과 꾸준히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인근에 대형할인점 등이 들어서면서 시장이 갈수록 침체되자 시장 상인회와 경주시 등은 시장현대화사업을 추진해 상하수도 및 바닥을 정비하고 조형물·비 가림시설·소방시설·수세식화장실 4동과 공영주차장등을 설치했다.

♦‘계림향토음식촌’ 벤치마킹 모델로 부각

시장을 찾는 고객들과 출출한 장꾼들의 주요 관심사는 입맛 당기는 먹거리이다. 지난해 문을 연 ‘계림향토음식촌’은 시장 내 식당 일부를 협동조합으로 구성한 것으로, 공동영업을 통한 이익금 분배형태의 통합형식당으로 운영하고 있다.

타 시장에서 종종 견학을 올 정도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메뉴는 8종(한우국밥, 한우수육, 국수, 돼지국밥, 돼지수육, 내장, 한정식, 아구찜)이며 가격도 기존과 같이 저렴하다. 맛이 좋고 가격이 부담 없으면서도 식당 환경과 위생은 이전보다 개선돼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경주 중앙시장의 명물 두치.(사진/김희정 기자)

‘계림향토음식촌’외에도 시장 내에서는 중앙시장만의 한우브랜드인 ‘토종한우’를 구입할 수 있다. 비거세 한우인 ‘토종한우’는 자라는 속도가 늦고 질긴 감이 있지만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토종한우’와 함께 국내산 재료만 이용해 만드는 ‘홍아김밥’과 상어수육인 ‘두치’ 등은 고객들의 발걸음을 절로 멈추게 한다.

‘두치’는 상어의 머리·내장·껍질·살코기 등으로 만들며 찜통에서 조리를 한 다음 주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음식이다. 경주 및 경상도지역에서만 보이는 요리로, 예부터 집안의 경조사에 동반되는 필수음식이다. 전라도지역의 홍어삼합처럼 향토색과 전통성을 가진 음식이며, 맛은 쫄깃쫄깃하나 질기지 않으며 부드럽고 연해 한번 맛보면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시장 상인들은 또 중앙시장의 발전을 위해 문화관광형시장, 먹거리축제, 야시장 개설 등 고객들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문화관광형시장은 지난해부터 인근 중심상가시장, 성동시장과 함께 ‘경주계림연합시장’이라는 명칭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역민 위한 축제로 시장 활성화 도모

고객들에게 한걸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중앙시장 떡과 토종한우 축제’가 대표적이다. 지난 10월 4~5일까지 중앙시장 특설무대에서 펼쳐진 올해 축제에는 최양식 경주시장, 권영길 경주시의회 의장 등 기관·단체장을 비롯한 시민, 관광객 등 수 만 명이 참가했다.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을 맞아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전통시장의 맛과 정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토종한우와 전통 떡을 특가 판매했다. 중앙시장 부녀회는 불우이웃돕기 김장담기 기금 모금으로 먹거리 부스를 운영해 풍성한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

▲경주 중앙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소머리곰탕.(사진/김희정 기자)

각설이 공연을 시작으로 금잔디, 신유 등 인기가수 초청 공연과 시민노래자랑, 색소폰 공연, 행운권 추첨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중앙시장은 지난해 전국 전통시장 활성화 부문에서 우수시장으로 선정돼 국무총리상을 수상했고, 정동식 상인회장은 지난 10월 ‘전국 우수시장 박람회’에서 산업포장을 받았다.

♦관광객 북새통 ‘야시장’으로 기지개

특히 전통시장에 활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지난 9월부터 매일 밤 야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야간 관광’이라는 이색적인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시장 상인들도 전국 처음으로 야시장을 연 부산 부평깡통시장 등의 사례를 연구하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해가 지면 썰렁하던 시장 분위가 되살아나면서 금·토·일요일이면 야시장 판매부스 주변이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야시장의 백미는 단연 주전부리. 씨앗호떡과 붕어빵, 분식류, 각종꼬치를 비롯해 뜨끈한 국물 등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구입한 음식은 판매부스 앞쪽에 비치된 의자와 테이블이나 ‘계림향토음식촌’ 내부에서 곧바로 먹을 수 있다.

시장 상인회는 현재 10여개의 판매부스를 내년 6월까지 26개로 늘인다. 부스운영자로 다문화가정, 청년창업자, 사회적기업, 봉사단체, 여성 경력단절자 등을 우선 선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중앙시장은 야시장만의 브랜드상품을 만들어 차별화된 전략을 펴는 한편, 야시장으로 전통시장 주변의 게스트하우스, 보문단지 투숙객 및 관광객 등을 유입해 야간관광명소로 발전시키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정동식 상인회장.(사진/김희정 기자)

♦경주 중앙시장 정동식 상인회장 인터뷰

지난 2010년부터 상인회를 이끌고 있는 정동식(59) 상인회장은 “경주 중앙시장은 전국에서 5개 정도밖에 없는 법인시장이라 어느 시장보다 상인회의 역량이 크고 중요하다”며 “상인조직의 결속력이 강해 도산하는 점포가 거의 없고 고객선 지키기, 미소친절 등 상인회의 방침에 잘 따라줘서 고객들에게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인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상근제도를 도입해 상인회 임직원들이 시장의 발전을 위한 일에 발 벗고 나설 수 있도록 했다.

정 회장은 “다른 사람이 한걸음 뛸 때 열 걸음 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모든 상인들이 한 마음으로 뭉쳐 다시 찾고 싶은 전통시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조직이든 리더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전통시장도 마찬가지다. 전통시장도 기업처럼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그들이 시장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또 “전통시장이 유통환경변화와 대규모 점포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인이 먼저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케이드 신축, 장옥개보수, 고객편의시설 등 시설현대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시장유형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 고객들에게 편리하고 쾌적한 시장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북=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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