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동부화재의 손자회사인 동부금융서비스의 공식 출범식. 대형보험사의 GA시장 진출이라는 측면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보험시장에서 GA(법인보험대리점)의 비중이 커지면서, 동부화재 등 일부 손해보험사들이 직접 GA를 직접 설립, 운영하고 있지만 뚜렷한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대형 손보사 진입에 따라 GA의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손보사들의 GA시장 진출을 둘러싼 속사정을 살펴봤다. (CNB=신상호 기자)
동부·메리츠화재, GA 설립했지만 ‘적자’
삼성화재 등 “시장 진출 아직은 이르다”
불완전판매 오명 벗고 고객신뢰 높아져
GA(General Agency)는 한 보험회사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보험사와의 제휴를 통해 보험상품을 파는 회사를 이른다. 보험업계에서는 통상 ‘독립법인대리점’으로 통한다. 보험사들은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직접 GA를 설립·운영하고 있거나 설립을 검토 중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본격 영업을 시작한 동부화재의 손자회사인 동부금융서비스는 월 평균 3000만원(신계약 기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자회사인 동부CNS의 자회사로 동부금융서비스를 설립할 당시 70억원의 자본금을 투입하고, 현재 100여명의 설계사를 확보한 것을 감안하면 현재의 실적은 기대를 밑돈다.
메리츠화재 등을 소유한 메리츠금융지주도 지난 2009년 메리츠금융서비스를 통해 GA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690명의 설계사가 월 평균 28억원의 계약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2011~2013년(FY 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적자를 기록했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 단정적으로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며 “일단 조직을 갖춰야 하고, 교육이나 인력 등 질적인 부분에서 탄탄한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며, 1년 정도 돼야 실질적인 평가가 내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다른 손해보험사들도 자회사격 GA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등 다른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자회사형 GA를 설립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화재는 올해 초 지역 사업단을 통합한 GA사업부를 출범했지만, 보험 상품 관리와 교육, 계약시스템 관리 등의 업무만을 담당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많은 GA 시장 진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게 이들 보험사의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GA 설립 계획이 없다”며 “GA 시장이 성장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수익 모델이 잡혀 있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시기상조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GA를 설립하면 필연적으로 설계사 빼가기 등의 행태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는 보험업계의 건전한 관행을 흐릴 수 있다”며 “원칙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GA 사업은 현재로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보험사에 소속된 GA의 경우 해당 회사의 상품을 우선적으로 판매하는 관행에 대한 지적도 있다.
보험대리점협회 관계자는 “GA의 가장 큰 장점이 여러 회사 상품을 비교해 고객에게 최적화된 상품을 제안하는 것인데, 특정 회사에 소속된 GA는 아무래도 소속회사 관련 상품 판매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아 영업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가 있지만,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GA 시장 진출이 시장 정화라는 순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GA의 높은 불완전판매율로 보험 시장에서 항상 문제로 지적돼 왔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보험설계사가 계약 내용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서 보험불완전판매율이 높았다.
실제로 손해보험 업계에 따르면, FY(Fiscal Year)2013 기준으로 GA의 불완전 판매율은 0.39%(손해보험), 1.24%(생명보험)로 집계됐다. 일반 설계사의 불완전판매율이 각각 0.18%(손해보험), 0.46%(생명보험)인 것과 비교하면 2~3배 가량 높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대형손보사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은 설계사를 앞세워 GA 시장 규모를 늘린다면, GA의 불완전판매율도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손보사들은 교육과 전산 관리 등의 측면에서 우수한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며 “손보사들의 GA가 자리를 잡게 된다면, GA에 대한 신뢰도가 제고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NB=신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