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부기자 | 2014.11.25 09:33:27
이재홍 파주시장이 달라졌다. 어렵고 힘든 시민을 위해 찾아가 하루종일 아니 몇일이고 그들과 대화하겠다고 말하던, 선거캠프에서 만났던 그 파주시장이 달라졌다. 시장이 된지 100일이 조금 지났지만 중반이 훨씬 지난 듯 철통같은 시장실의 문은 굳게 닫혀있다.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25일 오전 기자가 시청 정문 앞에서 만난 동네 할아버지나 아저씨 같은 농민들은 경찰들에 둘러싸인 채 이재홍 시장을 만나겠다고 모여 있었다. 이들은 파주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원들로 "파주시와 경기도에서 전액을 예산지원하는 학교급식 친환경 쌀을 수매하는 파주조합공동법인에 문제가 있다"며 시장을 만나겠다고 온 것이다. 이 조합법인은 810KG을 농민들에게서 수매하고 실제 장부에는 800KG을 수매하는 것으로 회계처리하는 등 여러가지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충 계산해도 그로 인한 차익은 연 4억원이 넘는다. 4년이면 16억원이다.
기자가 볼 때 시장면담을 요구하는 이 농민들은 폭력적이지도 분노에 차 위험해 보이지도 않았다. 더구나 10월초 시장면담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15일이 훨씬 지난 11월 25일 현재까지 아무런 대답도 없다는데 실망감이 커보였다.
"그냥 시장을 만나고 싶어요, 예산을 지원해주는 곳이니까 파주조합공동법인에서 회계상 장부에도 없는 수익을 농민에게 돌려주지도, 남은 예산이니 파주시에 환원하지도 않는 큰 문제를 시장님이 바로 알고 조치를 취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시장을 만나게 해주세요, 우리가 뽑은 시장입니다. 그런 시장을 우리가 만나지 못합니까? 우리가 폭력이나 욕설을 하려는게 아니예요. 시장님께 우리 상황을 알리고 싶어요. 한마디만 하면 돌아갈 겁니다"
오늘 모임을 리드하는 한 농민 회원의 만류에도 답답한 듯 서너명의 농민들이 시청사로 시장을 만나겠다며 들어갔다. 현관 앞에서 몇명의 공무원이 막아서자 이들은 "화장실 가려는 거예요"라며 머쓱하게 청사 내 화장실로 가 보고싶지도 않은 볼일을 본다. "화장실 갔다가 시장실로 가면 되지" 심약한 이들은 화장실에서 대책없는 대책을 논의한다.
이들이 화장실을 나와 2층 시장실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려하자 경호원들과 공무원들이 막아섰다. 현관 앞에는 더이상의 농민들이 혹시나 들어올까 재빨리 경찰력이 배치되기도 했다. 계속되는 시도가 저지당하자 분노와 좌절의 얼굴을 한 농민들은 계단에 앉아 시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애원하지만 공무원들의 귀는 이들의 말을 들어줄 여력이 없다. 겁에 질린 이들은 다시 공무원들과 정보과 형사들의 말을 듣고 결국 철수했다.
"여기가 독재국가도 아니고 내가 뽑은 시장을 만나지 못합니까?" 농민들은 자존심이 상한 채 시청 밖 길가에 경찰이 만들어 놓은 노란 구획선 안으로 돌아갔다.
기자는 이후 시장실로 들어가 담당공무원에게 시장이 농민들을 만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이에 "지난 장단콩 축제때도 부스를 마련한 그들과 시장님이 만났다. 이문제는 농민과 RCP가 대화로 해결해야할 문제지 시장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시장과의 만남을 기억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10월초 시장면담 공문을 보냈다는데 왜 처리하지 않았나라고 묻자, "전화는 받았지만 공문은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아차 싶었다. 공문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인가? 심각한 문제다. 시장에게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가 드는 대목이다. 그렇지 않다면 보내지도 않은 공문을 보냈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시장면담을 하겠다고 농민들이 온 것이라고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설득력 없는 추리다.
이재홍 시장은 이제 갓 100일을 넘긴 초선 시장이다. 모든 민원인을 만날 수는 없겠지만 사안에 따라 절차에 따라 일을 진행하고, 만날 수 없다면 그 이유를 명확히 하고 만날 수 있다면 날짜를 연기하더라도 약속을 해 지키는 것이 어려운 농민들을 생각하는 '소통하는 시장'의 모습이 아닐까? 한달이 지나도 답을 주지 않는 시장은 무책임해 보이기까지 한다.
파주시의회 안소희 의원은 이날 밤 11시 경 SNS를 통해 "파주농민분들이 제대로 된 쌀값 보장과 수매가 결정에 농민 참여 보장을 요구하며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구조적인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제대로 된 쌀 값도 중요하지만 농민들은 짓밟힌 농촌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건강한 농사, 희망찬 농업을 꿈꾸기에 싸우고 계신다고 합니다. 시청앞 천막농성 하루째 긴긴 겨울밤, 농민들은 그런 각오와 결심으로 내일 오전에 있을 협상을 준비합니다"라고 밝혔다.
25일 밤11시 경에도 농민들은 추운 겨울 밤을 길거리에서 지내기 위해 파주시청 앞 길가에 천막을 치고 시장과의 면담이 이루어질 때까지 시청앞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나이 많은 농민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세월호 사건이후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천막을 쳤던 유가족들이 생각나는건 너무 큰 사고의 비약일까?
파주=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