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기자 | 2014.11.11 17:52:13
오렌지 주스의 대명사 ‘썬키스트’,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 구단인 스페인 ‘FC바르셀로나’, 지구촌 뉴스를 스캔하며 24시간 뉴스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AP통신’. 언뜻 보면 별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세계적인 회사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모두 협동조합이라는 것이다.
♦최고의 사회적 경제 실현 수단
경제 민주화가 시대의 화두로 부상하면서 이에 대한 해답으로 협동조합이 부각하고 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협동조합을 경제 민주화의 한 요소로 꼽으면서 1%의 특권층이 아닌 99%를 위한 경제를 지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경제를 실현할 유력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협동조합이 상법상 영리법인과 민법상 비영리법인의 중간 형태로 시장과 정부가 실패한 영역에서 대안 경제체제가 될 것으로 일부에서 기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2012년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의 시행으로 협동조합 설립이 붐을 이루고 있다. 2014년 9월 기준 전체 협동조합의 수는 5,437개에 달하는데, 금융, 보험업을 제외하고 출자금 규모에 관계없이 5인 이상의 조합원이 모여 시·도지사에게 신고만 하면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어 그 수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협동조합은 공동의 목적을 가진 5명 이상의 사람들이 조직한 사업체다. 금융과 보험업을 제외하고는 사업 종류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법률적으로는 2012년 1월 26일에 제정된 협동조합 기본법 제2조에서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 생산, 판매, 제공 등을 협동으로 운영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으로 정의하고 있다. 협동조합 종류는 돌봄 서비스부터 마을공동체사업, 식품생산유통, 농산물공동판매, 도시농업까지 다양하다.
일반협동조합의 경우 설립도 간단하다. 5인 이상의 발기인이 모여 발기인 단체를 구성하고, 정관을 작성하고, 설립동의자 모집, 시·도지사(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는 기획재정부 장관 인가 필요)에 설립신고서 제출 등을 거치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목적과 배당 여부는 성격에 따라 다르다. 영리법인인 일반협동조합은 정관에서 배당 규모를 결정하며 전체 배당액의 50% 이상을 이용실적 배당으로 해 이용자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사회적 협동조합의 경우에는 비영리법인의 성격을 지니고 지역 배당을 금지하고 있다. 또 지역사회 재생, 지역경제 활성화, 취약계층에 복지·의료환경 등의 분야에서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 등을 수행해야 한다.
♦협동조합 어떤 분야가 가능할까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5명 이상이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된다. 금융업을 제외한 주택, 공동육아 등 모든 분야에서 법인격을 가진 협동조합이 소규모로 설립될 수 있게 된 것이다.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크게 영리 추구형인 ‘협동조합’과 지역사회나 취약계층을 위한 공익사업도 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나뉜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조합원 대상의 소액대출과 상호부조를 허용한다. 시·도가 일반 협동조합의 설립신고를, 관계부처는 사회적 협동조합의 인가신청을 각각 받는다.
♦협동조합의 설립 절차는
협동조합을 설립하려면 아홉 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선 조합원 자격을 갖춘 5명 이상의 발기인을 모집한 후 ‘정관’을 작성하고 설립동의자를 모집하면 사실상 협동조합 설립을 위한 기본 준비는 마친 셈이다.이어 창립총회와 설립신고, 사무 인수인계, 출자금 납입, 설립등기를 마치면 협동조합의 법인 자격이 부여된다.
창립총회는 설립동의자 과반수 출석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정관에 넣어야 할 필수사항은 목적과 명칭 및 주된 사무소 소재지, 조합원 및 대리인 자격, 가입 탈퇴 및 제명에 대한 사항, 출자 1좌의 금액과 납입 방법 및 시기, 조합원 출자좌수 한도, 조합원 권리와 의무에 대한 사항, 사업범위 및 회계에 대한 사항, 해산에 대한 사항, 출자금 양도에 대한 사항 등이다.
필수 제출서류로는 정관 사본, 창립총회 의사록 사본, 사업계획서, 임원 명부, 설립동의자 명부, 수입·지출 예산서, 출자좌수를 적은 서류, 합병 또는 분할을 의결한 총회 의사록 등이다.
♦19세기 중반 출범한 협동조합의 효시 ‘로치데일’
썬키스트는 도매상의 횡포에 맞서 미국 애리조나주의 6천여 감귤재배 농가가 결성한 것이고, FC바르셀로나는 17만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하고 있는 축구협동조합이다.
또 AP통신은 미국의 1,500개 신문사가 조합으로 있는 언론협동조합이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전체 가구의 3분의 1이 생활 협동조합에 가입돼 있다. 협동조합은 유럽지역의 생필품 소매시장에서 지역 독과점업체에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출발했다.
19세기 중후반 영국에서 발생한 로치데일이 협동조합의 효시다.
지난 1848년 맨체스터 공단에서 일하던 직공 28명이 기업주들이 밀가루에 횟가루를 섞어 팔거나 생필품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내놓는 횡포에 대항해 만들었다. 로치데일은 각자 1파운드를 출자해 작은 가게를 열고 이곳에서 버터, 설탕, 밀가루 등 생필품을 저렴한 가격에 팔기 시작했다.
당시 로치데일은 ‘1인 1표를 유지하고 양성평등을 추구한다’ ‘정직한 상품만 공급한다’ ‘이득은 조합원 개개인의 구매량에 비례해 분배한다’ 등과 같은 원칙을 세웠다.
이는 후일 소비자협동조합의 운영원리로 발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