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 여직원의 자살 사건과 관련해 청년유니온이 ‘블랙기업 신고 사이트’를 개설했다. 사건의 파문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CNB=신상호 기자)
청년유니온이 정의한 '블랙기업'은 직원에게 위법하거나 비합리적인 노동을 강요하는 기업이다.
청년유니온은 지난 9일 블랙기업 제보사이트(blackcorp.kr)를 개설했다. 홈페이지 중앙 하단에 ‘제보하기’를 누르면, 제보자의 이름, 나이, 회사 정보 등을 기재하고 회사의 부당 행위에 대한 제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제보자 보호를 위해, 사이트의 모든 구간에서 입력된 정보를 암호화하는 등 보안 체계도 갖췄다.
블랙기업 제보 사이트가 등장하게 된 것은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여직원 자살 사건의 영향이 컸다. 지난 9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던 권모(25·여)씨는 사내에서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하면서 정규직 전환을 하지 못하고 해고당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는 중소기업중앙회의 말을 믿었던 권 씨는 회사 측이 계약 기간을 쪼개서 계약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규직 전환을 할 수 없도록 한 사실을 알게 되자 크게 상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두고, 임금 및 근로조건, 계약 등 청년 근로자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는 기업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청년유니온 관계자는 “계약직과 인턴 관련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근로자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며 “중소기업중앙회 여직원 자살 사건을 비롯해, LG유플러스 직원 자살 등 사회적 문제가 지속되고 있어 이 사이트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블랙기업 선정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청년유니온은 청년 이직률 등 객관적인 자료와 제보 사례를 종합해, 블랙기업 선정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선정 기준 마련을 위해 이번 달까지 내부 정책팀 논의와 외부 법률 자문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블랙기업' 개념을 최초로 만들어낸 일본의 청년단체 '포세'(POSSE)와도 공조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6일 청년유니온과 포세는 간담회를 갖고 POSSE의 활동과 블랙기업 운동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등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도 했다.
청년유니온 관계자는 “블랙기업이 선정되면 우선 ‘블랙기업 어워드’를 통해 블랙기업을 공개하고 개별 사례에 따라 1인 시위 및 소송 등의 운동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는 “(관련 내용을) 보기는 했지만, 딱히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해당 사이트가) 비합리적인 노동 강요를 잡아내는 거니까, (취지는)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NB=신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