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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고령종합시장

[경북의 전통시장]⑥ 5일장의 푸근한 정서 고스란히 품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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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희정기자 |  2014.10.28 21:32:25

▲고령종합시장 입구.(사진/김희정 기자)

고령종합시장은 5일 정기시장으로 조선시대 고령 관아 밖에서 개시됐던 읍내장의 전통을 이어받아 일부 상설장과 병행해 운영하고 있는 전통시장이다.

처음 고령읍 고아리에서 열렸던 읍내장은 이후 장기리, 헌문리와 쾌빈리 일대 등으로 장소를 옮겨 다니다가 지산리에 자리 잡았다. 일평균 1,000여명, 연간 고객 수 8만여 명이 방문하는 경북 지역의 대표적인 제수용품 전문시장이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쉼 없는 노력

매월 4, 9일 정기장날이면 값싸고 질 좋은 건어물과 수산물, 진상미인 고령옥미, 무공해 고령딸기와 우곡수박, 개진감자 등 비옥한 토지에서 자란 농·특산물 등 시장 안은 사고파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5일장은 인근 대구시민과 창녕, 합천, 구미 등지에서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시장상인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시장 활성화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고객편의 증진을 위해 2004년 지붕교체 및 방수작업, 진입로 및 주차장 설치에 이어 2005년 시장바닥포장, 안내간판, 화장실 및 공동판매장 설치, 2008년 공영주차장 설치, 2012년 방범보안등 설치, 노후 전기시설 교체 등의 시설현대화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또 지난해 지정받은 예비사회적기업 ㈜고령종합시장에서는 취약계층의 일자리창출은 물론, 지역 농촌의 믿을 수 있는 친환경 농산물 및 특산물을 공공기관, 복지시설, 기업체 등에 납품하고 있다. 전국을 대상으로 제수용품 등의 시장제품을 인터넷으로 판매해 수익금으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나눔을 실천하고자 한다.

특히 고령종합시장에는 토요일과 장날이 겹치면 이색적인 축제가 펼쳐지는데, 이 축제는 다른 시장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외부의 관심이 높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장 내 상설무대에서 열리는 ‘고령대가야 4·9 토요장날 축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품바공연, 즉석노래방, 초청가수 및 동아리 공연, 경품행사 등이 진행된다. 즉석노래방의 경우 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무료이용권을 나눠주고 있다.

축제가 열리는 장날이면 평소에 비해 고객수가 50%이상 증가한다. 차별화된 문화콘텐츠가 시장을 알리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고령종합시장의 명물 고령대장간.(사진/김희정 기자)

◆임금님 진상미와 질 좋은 제수용 건어물 취급

고령종합시장은 크게 양곡거리와 건어물거리, 채소·식품거리, 수산물·육류거리, 의류·잡화거리, 노점거리, 의상실, 한복집, 대장간, 식당가 등으로 구성돼있다.

양곡거리에는 비옥한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쌀, 현미, 잡곡들이 점포마다 수북하게 쌓여있다. 무엇보다 임금님에게 진상될 정도로 품질이 뛰어난 고령옥미도 구입할 수 있다.

입구부터 짭짤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건어물거리에는 문어, 오징어, 멸치, 황태 등 주로 제수용품에 쓰이는 건어물을 판매한다. 도심의 시장보다 평균 10%정도 저렴하고 품질이 보증되기 때문에 명절 즈음이면 건어물거리는 발 딛을 틈이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저렴하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이 가득한 채소·식품거리에서는 태양 볕에 잘 말린 고추와 알알이 꽉 찬 마늘이 단연 인기 품목이다.

육류·수산물거리에는 고령우시장에서 직거래돼 믿을 수 있는 소고기는 물론 지역민이 정성들여 키운 돼지고기와 닭고기도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또 이 거리의 점포들은 제사에 쓰이는 생선을 많이 판매하는데 건어물과 마찬가지로 다른 곳보다 질이 좋아 외지에서도 많이 구매하러 온다.

점포에 진열된 알록달록한 의류와 잡화가 눈길을 사로잡는 의류·잡화거리. 이곳에는 의류, 신발, 이불, 모자, 각종 생활용품 등 말 그대로 없는 것이 없다. 요즘에는 찾아보기 힘든 맞춤옷 전문 의상실도 있어 이색적이다.

▲고령종합시장의 대표 먹거리인 소구레 요리.(사진/고령종합시장 제공)

◆시장의 명물 대장간과 별미 국밥

고령종합시장을 찾으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바로 고령대장간이다. 이미 언론매체에 여러 차례 소개될 정도로 유명하다. 이 대장간에서는 칼과 낫, 호미 등 각종 농기구나 연장 등을 전통 방식 그대로 풀무질, 매질, 담금질하고 벼리는 작업을 한다.

3대째 전통을 이어가는 대장장이의 망치질 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곳은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 수호라는 측면에서도 소중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16곳의 음식점이 모여 있는 시장 내 식당거리는 고령종합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장터국밥, 소구레 등의 먹거리로 출출한 장꾼들과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50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고령원조소구레’의 대형 솥엔 2대째 이어온 깊은 정성이 매일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있다. 지역 TV프로그램 등에 소개돼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따뜻하게 속을 채워주는 돼지국밥과 수육 전문점 ‘시장할매국밥집’은 주인장 부부가 2대째 맛을 이어오고 있다. 순대국밥과 암뽕도 단골고객들에게 별미로 꼽히고 있다.

추어탕과 선지국 맛이 좋은 ‘또오이소’는 점포이름처럼 또 올 수밖에 없는 맛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곳이다. 주인장은 고추와 마늘, 파 등의 식재료를 대부분 직접 농사짓는다. 이 때문에 식당을 찾는 고객들은 이곳의 음식을 믿고 먹을 수 있다고 추켜세운다.

▲김종호 상인회장.(사진/김희정 기자)

◆고령종합시장 김종호 상인회장 인터뷰

고령종합시장 상인회는 2012년 2월 시장 개설 30년 만에 시장등록과 상인회 등록을 마쳤다. 이후 상인회는 곧바로 상인대학, 선진시장 견학 등을 통한 상인의식 개혁에 나섰다.

김종호(70) 상인회장은 “이제 유통환경이 변했다. 예전처럼 가만히 있어도 고객들이 찾아오지 않는다. 상인들이 단결된 모습으로 고객들을 친절하게 응대해야 한다”면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상인들의 마음가짐부터 달라져야한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상인고객선 도색과 공동판매장 내 상설무대 설치를 완료했고, 이동식화장실 1곳을 건립했으며, 시장화재예방과 도난방지를 위한 방범용 CCTV도 설치해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 모든 것은 시장을 찾아주는 고객들과 시장에 대한 고령군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내년까지 상인교육관과 고객쉼터 건립, 짚풀공예 및 바느질, 대장간 체험장을 조성하고, 지속적으로 상인대학 운영, 공동마케팅사업과 ICT사업을 추진해 진정으로 고객을 위한 시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상인회는 고령종합시장에서 고령대가야시장으로 시장 명칭 변경도 추진 중이다. 빠른 시일 내에 정식으로 등기를 마쳐 시장의 숙원인 문화관광형시장 선정에도 힘을 싣고 대가야의 고장 고령을 대표하는 시장이라는 것을 전국에 알릴 방침이다.

아울러 인근 대도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장보기 투어를 진행해 고령장보기와 대가야문화를 함께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지난 7월 고령군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여행사와 연계해 시장을 고령을 대표하는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만들어 꾸준히 발전시키고 인근 도시민들로부터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장날 새벽 3시~5시 반 사이에 들어서는 새벽시장을 야시장처럼 특화된 콘텐츠로 강화할 계획도 갖고 있다. 새벽시장은 1년 중 한여름과 10월 중순에서 이듬해 2월말을 제외한 8개월 정도 서는 시장이다. 계절별로 신선한 제철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김 회장은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시장, 다시 찾고 싶은 시장으로 만들겠다”며 “고령종합시장이 다양한 볼거리와 즐거움이 있고, 시장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이 있어 즐겁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즐거움이 있고, 우리 농산물을 애용해서 즐거운 곳 등 4가지 즐거움이 있는 시장으로 고객들에게 인식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경북=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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