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이것도 찍는 거예요? 나 어떡하지"
권용인, 김지안 배우는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기자가 24일 서울 대학로 내여페극장에서 진행되고 있던 연극 '애정빙자사기극' 연습현장에 습격해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처음엔 쑥스러워하며 당황하던 배우들은 곧바로 기자는 안중에 없다는 듯 극에 몰입했다. 역시 배우였다.
앞서 '애정빙자사기극' 공연을 초연 때부터 지켜봐왔다. 그만큼 공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커지면서 연습현장이 궁금해져 미리 양해를 구하고 방문하게 됐다. '애정빙자사기극'은 두 남녀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남자친구 '승배'에게 차인 '여진'이 승배의 새로운 여자친구 '아름'의 전 남자친구 '태양'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복수를 꾸미는 과정이 담겼다.
공연 현장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리고 연습현장도 역시 유쾌했다. 이날 연극 '애정빙자사기극' 연습현장에는 공연을 제작한 여우별컴퍼니 정진국 대표, 홍연우 이사와 배우 권용인, 김지안, 황영준, 황희정이 함께 했는데 달콤씁쓸한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는 배우들은 때로는 진지하게 연기에 몰입했다가 대본을 다시 연구하기도 하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공연의 연출을 맡은 정 대표와 홍 이사는 연습현장에서 자리를 지키고 배우들의 연기와 동선까지 세심하게 체크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연습은 권용인, 김지안 배우로부터 시작됐다. 권용인은 극 중 전 남친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여진, 김지안은 그런 여진에게 이용 당하는 남자 태양 역을 맡았다. 현장 방문 당시 여진이 술 취한 태양을 자신의 집으로 납치 아닌 납치를 하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었다. 연습이라 대충해도 될 법한데 권용인은 실제 공연에서 봤던 것과 같이 누워 있는 김지안의 두 다리를 잡고 끌고 가고 있었다. 가녀린 체구로 남자 배우의 무게를 지탱하고 끌고 가는지라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이후에는 권용인의 통쾌한 복수(?)의 시간이 이어졌다. 권용인이 김지안의 어깨 위에 올라타는 장면이 연출된 것. 이때 정진국 대표는 두 배우에게 "이렇게 연기를 하면 더 좋을 것 같다"며 적극적으로 연기 조언을 했고 배우들은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 타자로는 황영준, 황희정 배우가 나섰다. 황영준은 여진의 전 남자친구 승배, 황희정은 태양과 헤어지고 승배와 사귀게 되는 아름 역을 맡았다. 시원하게 춤을 추는 오프닝부터 둘의 호감이 싹트게 되는 과정을 연기했다. 연습하던 도중 웃음이 터지기도 했지만, 대사 하나 놓치지 않고 진지한 포인트 또한 살렸다.
함께 무대를 꾸리던 이들은 연습 도중 객석과 무대에 빙 둘러 앉는 시간을 가졌다. 공연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교류하기 위해서다. 이때 기자도 함께 참여해 배우들과 정진국 대표, 홍연우 이사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애정빙자사기극' 연습현장에서 진행된 막간 미니 인터뷰>
- 이 공연엔 어떻게 참여하게 됐어요?
김지안 배우 "제가 부산에 있을 때 정진국 대표가 직접 내려와 대본을 주며 함께 공연을 하지 않겠냐며 제안을 했어요."
정진국 대표 "대학로 캐스팅 1순위 배우거든요. 워낙 연기를 잘 해서 제가 직접 부산으로 모시러 갔죠."
김지안 배우 "어우. 저를 너무 띄워주는 거 아니에요?(일동 웃음) 저는 처음 대본을 보고 욕심이 났어요. '애정빙자사기극'에 배우가 총 4명이 등장하긴 하지만, 배우 모두가 함께 무대 위에 등장하는 건 거의 극의 마지막 부분이에요. 그 전엔 커플 2명이 등장해 주로 무대를 채우죠. 그래서 거의 2인극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동안 다양한 공연에 참여해왔지만 2인극 형태엔 거의 도전해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 공연이 참 매력 있게 다가왔어요. 여러 배우와 공연할 때도 그 나름대로 재밌는 점이 있지만, '애정빙자사기극'은 제게 있어 도전이었고 또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 황희정 배우는 공연에 참여하면서 어땠어요?
황희정 배우 "전 '애정빙자사기극' 시작 때부터 정진국 대표와 함께 했고, 이번이 세 번째 출연이에요. 처음엔 이 공연에 대해 잘 몰랐지만, 워낙 대표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믿고 따라갔죠. 그런데 또 막상 참여해보니 공연이 참 재미있어서 계속 하게 됐고 지금까지 왔네요. 재미있기도 했지만 이 공연은 제게 연기하는 데 있어서도 새로운 전환점이 됐어요. 예전엔 주로 고등학생 역할을 맡아 비슷한 연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 공연에서 성인 연기에 도전하게 됐거든요."
- 권용인 배우는 이 공연에 가장 늦게 투입됐다고 하던데요.
권용인 배우 "네, 제가 이 공연에 가장 늦게 캐스팅됐어요. 첫 공연을 앞두고 있죠. 늦게 합류해 걱정했는데, 워낙 연습실 현장이 가족 같은 분위기라 금방 적응했어요."
- '애정빙자사기극'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어서 출연을 결심했나요?
권용인 배우 "'애정빙자사기극'을 예전에 참 재밌게 봤어요. 극에 등장하는 캐릭터 4명이 다 개성있고 다르더라고요. 그리고 전 극 중 엉뚱하고 엽기발랄한 여진 역을 맡았는데, 제 본래 성격과 크게 다르지 않아 연습하면서 더 재미있었어요. 제가 가진 면과 잘 부합돼서 더 매력을 어필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볼수록 애착이 가는 캐릭터예요. 하지만 여진이 전 남자친구에게 보이는 집착은 전혀 저와 닮지 않았어요."(일동 웃음)
- 연습할 때의 정진국 대표와 홍연우 이사는 어떤가요? 무섭진 않아요?
황영준 배우 "전 처음에 제가 맡은 역할이 제게 잘 맞지 않는 것 같아 걱정했어요. 그런데 정진국 대표와 홍연우 이사가 캐릭터를 잘 잡아주고 여러 연기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그리고 다른 배우들도 함께 연기 호흡을 잘 맞춰줬죠.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 뿐이에요."
함께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연습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 연기를 시작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무대가 열리기 전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열정적으로 연습하는 이들의 노력 끝에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진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될 이들의 노력이 무대에서 제대로 빛을 발하며 주목받길 기대한다.
한편 여우별컴퍼니가 선보이는 연극 '애정빙자사기극'은 현재 대학로 내여페 극장에서 오픈 런으로 공연 중이다. 서울 뿐 아니라 광주와 대구에서도 공연 중인데, 배우 김지안, 장지훈, 이준희, 권용인, 최지영, 김보람, 허인범, 황영준, 마미선, 황희정, 이승하, 서원호 등이 출연한다. 공연 관련 문의는 여우별컴퍼니(070-4870-1931)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