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만기자 | 2014.10.23 18:30:08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20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위원장을 포함한 19명의 임원이 삭발식을 진행하고 정부가 연금 개혁안으로 위장한 개악 안을 일방적으로 밀어 부친다면 총파업은 물론 정권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전공노 뿐만 아니라 공노총, 한국교원단체 총연합(교총), 전교조, 교육청 노조, 소방발전협의회, 무궁화 클럽 등 공무원 관련 50개 단체들이 기존 입장의 차이를 떠나 ‘공적연금 개악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를 구성하고 한목소리로 정부의 공적연금 개악에 반대하고 당사자들이 포함된 공적연금 전반에 걸친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나서고 있다.
투쟁기금이 또한 어느 때 보다 자발성이 높은 기초위에서 목표치를 넘어서고 있으며, 11월 1일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100만 공무원 교원 총궐기 대회가 사상최대의 규모로 조직되고 있음을 현장과 지역에서 확인하고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 10만 명 이상이 구조조정 당하고 임금이 대폭 삭감됐지만 그것에 반발하는 공무원은 없었다. 국가 경제가 힘들고, 국민이 고통 받는데 함께 고통을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공무원들이 이제 모두가 들고 얼어서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정부의 연금개혁의 본질에 용납하기 어려운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공무원 연금개혁이 줄푸세라는 테두리 속에서 부자감세, 서민증세, 복지 축소, 부동산 개발 규제 완화, 카지노 육성 등과 나란히 재벌기업과 부유층을 위한 정책 묶음 안에서 추진되는 것이다.
둘째, 공무원연금 개악의 본질은 민영화다. 구체적으로 공무원 연금 개혁을 통해 정부여당이 노리는 바는 공적 연금의 축소와 사적 연금의 확대다.
정부여당의 계획대로 연금 지급액이 대폭 축소되면 이는 곧 연금의 공적기능 상실로 이어진다. 한쪽에서 공적 연금을 축소시키고 다른 쪽에서 사적 연금 시장을 발전시킨다면 공적 연금이 차츰 사적연금으로 대체되는 것은 필연이다. 이러한 사적 연금의 팽창은 결국 재벌 보험사들의 배를 불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지만 연금을 통한 복지는 축소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셋째, 이러한 연금 개혁 절차는 현재 매우 비민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여당은 한국연금학회라는 곳을 앞세워 연금 개혁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 단체가 중립적인 연구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단체는 대기업 소속 금융, 보험회사가 주축이 돼 꾸린 것으로, 이러한 성격의 단체가 내놓을 안이 공적연금 축소, 사적연금의 확대일 것이라는 사실은 따로 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정청은 정작 공무원 연금의 당사자들은 논의에서 배제 시켰던 것이다.
넷째, 당정청의 비민주적인 절차는 국민연금 가입자들과 공무원연금 가입자들을 분리시키려고 하는 데서도 나타난다.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국민연금 가입자와 공무원연금 가입자를 대립시키려고 한다는 점이다. 아마 정부여당은 먼저 가입자 수가 적은 공무원 연금 손을 본 다음 국민연금 개혁 쪽으로 손을 돌려 전체적으로 연금의 규모를 축소시키는 전략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런 식의 사회 분열 시도는 매우 위험하며 성공할 수도 없는 전략이라는 사실을 정부와 여당은 깨달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 군에 속한다. 그러한 현실에서 공적연금의 약화는 불평등을 더욱 키우는 결과를 부를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정부는 연금 개혁이라는 명목으로 공적연금을 약화시키려 해서는 안 된는 목소리가 높다.
정말 연금 개혁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당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으로 합의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것이 옳다.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면서 다른 쪽에는 혜택을 주는 독재적인 꼼수 방식의 개혁이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무원들, 특히 하위직 공무원들이 가장 억울해 하고 분개하는 부분은 연금 얼마 깍이는 것보다 연금을 깍기 위한 과정에서 온갖 왜곡과 호도로 공무원의 자존심을 짓밟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가를 위해 묵묵히 봉사하고 헌신하는 절대다수 공무원들을 국가가 앞장서서 호도하고 짓밟고서 어떻게 정상적인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전국민주노동조합 전남지역본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는 지금이라도 연금개악과 관련한 일체의 음모와 행동을 중단하고 국민 앞에 실체적 진실을 공개하고 당사자인 공무원 단체들이 요구하는 대화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국가를 지탱하고 있는 한 축인 공무원들이 직접 나서서 총파업은 물론 정권퇴진운동에 나서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명을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은 깊이 새겨 들어야한다”며 공무원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공무원노동자와 함께 연금개악을 저지하고 정상적인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데 항상 함께 할 것“이다고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