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보험공사가 거수기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가 거액고위험 보험 인수에 앞서 경영위원회와 보험인수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고 있지만 모두 통과됐고, 그 결과 보험사고가 발생해 1조3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회 산업자원통상자원위원회 이강후 국회의원(새누리당. 강원 원주을)이 22일 한국무역보험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각종 심사위원회 안건 의결현황에 따르면 경영위원회는 전체 안건 295건 가운데 273건(93%)을 원안의결하고, 22건(7%)는 수정의결했다. 반면 부결처리된 안건은 전무했다.
보험인수심사위원회도 다르지 않아 같은 기간 전체 안건 190건 가운데 180건(85%)을 원안의결했고, 수정의결 6건(3%), 부결 4건(2%)에 불과했다.
이처럼 두 위원회에서 원안의결된 안건 가운데 지난 2008년부터 올 9월말까지 11건의 보험사고가 발생해 1조3676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현재 한국무역보험공사는 거액·고위험 보험 인수 건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경영위원회와 보험인수심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경영위원회는 단기수출보험과 수출보증보험 등의 경우 2억불 이상을 심사하고, 그 이하는 보험인수심사위원회가 담당한다.
수출신용보증의 경우 중소기업 100억원, 대기업 200억원 초과시 경영위원회가, 50억원 이상은 보험인수위원회가 각각 심사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들 두 위원회 모두 보험공사 내부직원들로 구성돼 있다.
실제로 경영위원회는 보험공사 사장과 본부장 5명이 참여하고, 보험인수심사위원회는 본부장과 각 부서의 부서장 등 9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강후 의원은 "고액 지급보험금에 대한 심사가 내부 직원들에 의해 거수기 형식으로 운영한다면 공정한 심사가 이루어질리 없을 뿐더러 그만큼 보험사고 위험도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외부전문가 참여를 비롯한 전문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