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 전국의 소나무 숲에 큰 피해를 입힌 소나무재선충병이 방제매뉴얼 미 준수 등으로 올 해에도 다시 창궐하고 있어 방제당국에 비상이 걸렸을 만 아니라 방제예산도 한 푼도 남아있지 않아 향후 방제에도 큰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김우남 농해수위 위원장실(새정치민주연합, 제주시을)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이후 소나무 고사목 발생은 총 50만 287 본으로(9월 20일 조사 시점) 9월 방제분 4만 7978 본을 제외한 잔존 고사목 수는 45만 2309 본으로 밝혀졌다. 이 추세라면 내년 4월까지 42만 1052 본 발생이 예상된다.
그러나 산림청은 그동안 지자체의 고사목 집계에 허점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 재선충 재발생률을 52~53%로 계산하면 내년 4월까지의 고사목 수는 최소 109만 본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솔수염하늘소 등의 매개충 안에 서식하던 소나무재선충이 나무에 침입한 후 고사시키는 병으로 감염되면 100% 고사하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소나무의 에이즈’라고도 불리고 있다.
작년 여름 고온 가뭄으로 매개충 활동이 증가하고 고사목 방치 등 방제에 실패해 218만 본의 고사목이 발생했으나, 올해 4월까지 고사목 전량 방제에 성공했다고 산림청이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훈증·파쇄·매몰·소각 등의 제거 작업이 매뉴얼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밀봉돼야 할 처리 소나무가 외부로 노출되거나 벌채목과 가지가 수거되지 않은 채 방치되는 등 올해에도 소나무재선충 피해가 재현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산림청 역시 이러한 지적에 동의하고 있다.
또 실제로 산림청 내부 감사 결과 모 국유림관리소에서 잣나무 고사목 시료 채취 시 벌채하지 않고 하단부에서 시료를 채취하거나, 지자체와 국유림관리소가 국·사유림을 공동방제하지 않은 사항이 적발되기도 해 국유림관리소와 지자체 간 협조체제 점검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편 지역별로는 9월까지 경남이 16만 5185 본으로 가장 많은 소나무가 고사했으며, 제주가 14만 4160본, 경북이 9만 6975본, 울산이 3만 4676 본 순이었다. 특히 7월까지 26 본의 소나무가 고사했던 제주에서 8월에만 7만 8475 본, 9월에는 20일 간 6만 5659 본의 고사목이 발견돼 피해규모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방제를 위한 예산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산림청은 올해 고사목 발생 본수를 작년의 절반 수준인 109만 본 이하로 막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 경우 방제비용은 전국적으로 약 809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산림청의 올해 방제예산은 모두 소진된 상태여서 추가 예산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또, 809억 원 정도로 추산되는 전체 방제비용 중 188억 원 정도를 감당해야 하는 지자체의 예산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가을 피해가 극심한 제주의 경우도 지방비 80억 원만 확보한 상태다. 내년 4월까지 27만 3천 본의 고사목이 발생할 경우 총 218억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김우남 위원장은 “작년 발생한 재선충병의 경우 적절한 방제시기를 놓쳤을 뿐 아니라 눈앞의 고사목 제거에만 급급해 매뉴얼에 따른 후속조치를 소홀히 해 올해에도 재선충 피해가 재발된 측면이 있다”며 “방제를 위한 예산의 확보와 함께 재선충병 방제감독을 강화하고 선제적인 예방으로 향후 피해를 최소화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