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의 햄버거 제품. 롯데제과는 11월부터 롯데리아에 햄버거빵을 공급하기로 했다 (사진=롯데리아)
롯데제과의 햄버거빵 시장 진출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지만 중소업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리아 측이 기존 공급처인 삼립식품 대신 타 업체를 물색하고 있어 중소업체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CNB=신상호 기자)
롯데제과, 11월부터 햄버거빵 본격 생산
롯데리아, 롯데제과와 중소업체 반반씩 납품
대규모 공급 어려워 중소업체엔 ‘그림의 떡’
업계 호불호 엇갈려… ‘삼립’ 빈자리 주목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현재 수원공장에 햄버거빵 생산 시설을 도입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4월 가정용햄버거빵과 호빵 등을 생산하는 제빵업체 기린을 인수했다. 이번 공장 설비 도입은 기린이 보유하고 있던 수원공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수원공장의 햄버거빵 생산량은 연간 최대 1억4천여 만개로 알려졌다. 수원공장에서 생산되는 햄버거빵은 100% 패스트푸드업체인 롯데리아에 제공된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이날 CNB와 통화에서 “롯데리아 측의 공장 증설 요청에 따라 공장 설비를 마련하고,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소제빵업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한국제과제빵협동조합 등 중소제빵업체들은 대기업인 롯데제과가 햄버거빵 시장에 진출하면 동네 빵집들이 설 자리가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제빵업체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햄버거빵 시장이 웰빙 바람으로 축소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이 들어와 시장을 잠식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중소업체의 이 같은 지적은 현재로서는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롯데리아는 현재 SPC계열사인 삼립식품으로부터 햄버거빵 물량을 100% 공급받고 있다. SPC는 롯데제과보다 매출규모가 큰 기업으로 버거킹과 KFC, 파파이스 등 다른 패스트푸드업체에도 햄버거빵을 전량 공급하고 있다.
롯데제과 수원공장이 햄버거빵을 생산하면 롯데리아에만 공급하게 된다. 햄버거빵 공급 주체만 바뀌는 것일 뿐이다. 생산되는 햄버거빵은 일반 가정용이 아닌 패스트푸드 전용 햄버거빵이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될 계획도 없다.
중소제빵업체들은 롯데리아에 햄버거빵을 공급할 여력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삼립식품에서 중소업체들에게 생산량의 절반을 담당할 것을 제안했지만, 중소업체들이 대규모 생산 여력이 되지 않아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중소업체의 반발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롯데제과 수원공장의 햄버거빵 생산 시기는 11월부터다. 수원공장은 11월부터 롯데리아 햄버거빵 연간 소비량 2억8천여개의 절반인 1억4천여만 개를 납품하게 된다.
현재 롯데리아는 절반의 수량을 담당할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롯데리아와 삼립식품은 삼립식품의 공급물량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롯데리아는 삼립식품을 대체할 중소업체를 모색하고 있다. 11월이 중소업체들에게는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롯데가(家)끼리의 일감몰아주기로 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롯데가 겉으로는 중소업체에 기회를 준다고 하지만, 이미 롯데리아 공급 물량의 절반을 롯데제과가 가져간 상황이라 계열사들끼리의 내부거래라는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더구나 롯데리아 측이 “햄버거빵 납품은 물류망과 생산량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그런 업체를 찾기 쉽지 않다”고 밝힌 상태다. 장기적으로 볼 때 롯데제과가 나머지 절반 물량까지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CNB에 “삼립식품과 거래하는 대신 중소업체들에게 햄버거빵을 납품받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50%의 물량을 모두 납품할 수 있는 업체는 사실상 찾기 어려워, 여러 업체와 동시에 물량 공급을 체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CNB=신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