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외경 (사진=연합뉴스)
롯데주류, 하이트 ‘참이슬’ 음해하다 무더기 기소
오비맥주, ‘카스 소독약 냄새’ 루머에 법적 대응
소주 '처음처럼'을 의도적으로 비방한 혐의로 기소된 '참이슬'의 제조업체 하이트진로 임직원들이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손주철 판사는 지난 7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하이트진로 전무 황모씨와 상무 장모씨에게 각각 벌금 2천만원을 선고했다. 또 팀장급 2명에 대해서는 각각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또 처음처럼의 제조용수인 알칼리 환원수가 건강에 유해하다는 허위 내용을 담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영한 케이블방송사 김모 PD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에서 "김 PD는 알칼리 환원수의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근거 없는 일방적 의혹만 담아 처음처럼 제조업체인 롯데주류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다만 김 PD가 개인적 이익을 취하지는 않은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하이트 진로 임직원들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담은 방송 내용을 영업에 이용해 롯데주류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유죄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번 하이트진로의 ‘처음처럼’ 음해 사건은 2년 전인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의 시장 점유율이 급상승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하이트진로의 황 모 전무는 2012년 초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황 전무 등은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처음처럼'이 알칼리 환원수로 만들어 건강에 좋지 않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제작하는 등 음해성 내용을 유포하기로 했다.
케이블방송사의 김모 PD는 처음처럼 소주의 제조용수인 알칼리 환원수가 건강에 유해하다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영했다.
황 전무는 동영상, SNS, 블로그 등을 통해 김 PD의 TV 방송 내용을 전파하도록 지시하고 관련 예산 6620만원을 집행했다.
장모 상무와 김모 마케팅부실장, 심모 영업지원팀장은 '000 TV 처음처럼 동영상 CD활용검토', '처음처럼 불법제조 관련 온라인 행동지침' 등을 전국 영업지점에 하달하고 동영상과 CD, 전단지 등을 조직적으로 배포하게 했다.
이들은 또 "'처음처럼' 독인가, 물인가", "저희 업소는 유해성 논란이 있는 ‘처음처럼’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처음처럼 소주, 알칼리 환원수는 인체에 치명적, 제조허가과정도 불법행위 드러나" 등의 문구가 담긴 유인물을 제작해 뿌렸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달리 '처음처럼' 제조용수로 쓰인 알칼리 환원수는 현행법상 먹는 물 수질기준을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안전성도 검증됐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주류는 2012년 3월 29일 하이트진로가 자사 제품 ‘처음처럼’을 음해한 자료 수백여건을 증거로 확보하고, 하이트진로 황 모 전무 등 5명을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결국 검찰에 의해 기소된 하이트임직원과 김모 PD 등 5명은 7일 법원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다음 사법처리 대상은 ‘롯데주류’?
한편 주류업계의 진흙탕 싸움이 이번 재판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롯데주류 직원들이 하이트진로 소주 ‘참이슬’에서 경유냄새가 난다고 음해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지난해 7월 롯데주류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고강도 조사를 마친 뒤 지난 4월 롯데주류 임직원 17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여기다 최근 SNS 상에서 오비맥주의 주력 상품인 카스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괴담이 확산되자 오비 측이 지난 6일 경찰 사이버범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맥주업계의 과당경쟁이 사건 배경이 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따라서 다음에는 롯데주류 직원들을 비롯해 주류업계가 무더기 사법처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롯데주류 관계자는 8일 CNB와 통화에서 “무분별한 경쟁사 흠집내기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려는 관행은 근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판결을 통해 주류업계가 다 같이 발전할 수 있는 경쟁 풍토가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이날 “관련 내용에 대해 법무법인에서 추가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며 “특별히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CNB=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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