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롯데호텔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대사관은 지난 2013년 7월초 롯데호텔 담당자에게 연락해 ‘2014년 7월 11일 롯데호텔 사파이어볼륨’에서 행사를 연다고 통지했다. 일본대사관 측에서 행사와 관련해 밝힌 내용은 ▲행사명▲행사일시▲행사장소 등이었다.
행사장 예약과 관련해 일본대사관과 호텔 간 공식적으로 오간 문서는 없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대사관 주최 행사는 자주 개최되기 때문에, 행사 담당자간 연락만으로 예약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대사관, 당초 호텔 측에 자위대 행사라고 알리지 않아
대사관 측이 호텔에 밝힌 행사명은 ‘재팬 앰버시 리셉션(Japan embassy reception)’이었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일본대사관 축하연’ 정도로 해석된다.
따라서 호텔 측은 의례적으로 열리는 대사관 행사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
이처럼 일본 대사관이 롯데호텔 측에 행사내용을 숨기는 바람에 호텔 측은 큰 곤욕을 치렀다.
롯데호텔은 행사가 열리기 하루 전인 10일에서야 일본자위대창립 6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부랴부랴 예약을 취소했다.
호텔 측은 ‘자위대 행사’ 보도가 나온 이날 저녁 임원진과 실무진 회의를 소집해 행사 불가 결정을 내리고 일본 대사관 측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갑작스런 행사 통보에 일본 측은 불쾌감을 나타냈다. 11일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례회견에서 “롯데호텔이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를 일방적으로 거부해 주한 일본대사관을 통해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자위대 행사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호텔 내에서 기습 시위 등을 펼치면, 방문객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행사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롯데호텔, 행사내용을 정말 모르고 있었을까?
하지만 롯데호텔의 주장처럼 호텔 측이 행사내용을 정말 몰랐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호텔은 행사에 필요한 음향장비, 플랜카드 설치를 위해 행사의 내용을 행사 담당자들과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간혹 행사 주최자가 아무런 준비도 필요없다며 행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자위대 행사의 경우, 플랜카드나 음향 장비 등 행사 준비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행사 당사자가 아닌 호텔 측에서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롯데호텔은 행사 취소에 따른 위약금을 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위약금 지급 여부에 대해 롯데호텔 측은 “고객 정보와 관련된 사안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CNB=신상호 기자)